임지연 /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임지연 /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6일 16회를 끝으로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극본 박지숙/연출 진혁, 최보윤)은 이름도, 신분도,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외지부 옥태영(임지연 분)과 그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예인 천승휘(추영우 분)의 치열한 생존 사기극을 그린 드라마다. 노비에서 양반이 된 한 여인의 주체적인 생존기를 통해 인생에 대한 통찰은 물론, 애틋한 로맨스까지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4.2%(1회,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한 '옥씨부인전'은 두 자릿수 시청률까지 치솟으며 방영 내내 인기를 끌었다.

극에서 임지연은 노비에서 양반이 된 뒤 외지부(현재의 변호사)로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옥태영 역을을 맡았다. 임지연은 천대받는 노비 구덕이가 우연한 기회로 신분 상승하게 되고, 이후 특유의 영민함으로 현감의 며느리가 된 후 외지부로 활약하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소화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후회 없이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임지연은 '옥씨부인전'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고, 덕분에 호평을 받으며 본인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특히 임지연에게 '옥씨부인전'은 첫 타이틀롤 사극으로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해 임지연은 "전체 리딩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저 한 번만 믿어달라, 처음이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반드시 잘 이끌고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해내겠다'라고 말했다"라며, 초반엔 두려움이 컸던 게 사실이지만 주인공으로서 극을 이끄는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크게 성장했다고 이야기했다. 덕분에 사극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다는 그다.

'옥씨부인전'을 너무 애정한만큼 끝나고 너무 힘들기도 하다는 임지연. 이제야 사랑하던 구덕이와 천천히 이별하고 있는 그를 최근 뉴스1이 만났다.

'옥씨부인전' 스틸컷 / SLL, 코퍼스코리아
'옥씨부인전' 스틸컷 / SLL, 코퍼스코리아


-'옥씨부인전'을 마치는 소감은.

▶안 끝났으면 싶고…시원섭섭하다.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아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식당에 가면 연령대가 있는 어머님, 아버님들께서 (아는 체를 해주셔서) 우리 드라마가 많이 사랑받았다는 게 실감이 났다. 최근 오랜만에 시사회를 갔는데 선배님들이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좋았다.


-캐릭터의 어떤 점에 끌려 '옥씨부인전'에 출연하게 됐나. 이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내가 연기한 구덕이는 다채로운 인물이다. 미천한 신분이지만 영민하고 귀여운 구석이 있다. 그러다 아씨에 이어 마님이 되고, 사랑도 하고, 외지부로 활약하면서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감정을 절제하기보다는, 극한 상황이 많다보니 100% 표현하고 다 터트리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정신적으로는 힘든 부분도 있었다. 옥태영과 구덕이가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서 1회 속 구덕이의 신에 내가 분석한 캐릭터가 나온다. 그 후에는 작가님이 잘 써주신 대본을 따라가니 점차 아씨가 되고 마님이 되더라. 또 구덕이는 다른 인물들과 관계성이 중요해 그런 부분도 잘 그려내려 했다. 외적으로는 '노비 때 말라 비틀어진 모습이면 좋겠다' 싶어서 살을 뺐다. 그런데 현장이 너무 추워서 내복을 입었더니 살을 뺀 모습이 부각은 안 되더라.(웃음) 화면으로 보니 몸은 부한데 얼굴이라도 말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또 아씨 때는 사랑스럽고, 마님 때는 기품이 있었으면 해 그런 부분을 신경 썼다. '옥씨부인전'을 통해 노비, 양반, 남장까지 다 해봤다. 궁에만 안 들어갔다. 기회가 되면 왕비가 돼 봐도 좋을 듯하다. 요즘 '원경'이 재밌더라.(웃음)

-작품의 타이틀롤로서 무게감이 상당했겠다.

▶처음엔 무서웠다. 그래서 전체 리딩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저 한 번만 믿어달라, 처음이고 경험이 부족하지만 반드시 잘 이끌고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해내겠다'라고 말했다. 제작발표회 때도 그렇게 떨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현장에 있는 배우들이 다 동생들이라 '내가 우리 작품에 대해 잘 설명하고 어필해야지'라는 생각에 부담이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다는 생각도 든다.

임지연 /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임지연 / 아티스트컴퍼니 제공

-작품에 탄핵, 성소수자 등 사극에서 많이 다루지 않았던 소재들이 들어갔다. 조심스럽진 않았나.

▶대본으로 봤을 때 내게 자극적으로 와닿진 않았다. 명확한 목적성을 가지고 다른 방향으로 가는 이야기라 그런 게 시청자들에게 자극적으로 다가갈까에 대한 염려는 없었다. 이후 이야기를 다듬어주시는 건 감독님의 몫이니까. 대본 자체가 재밌어서 또 다른 느낌의 '웰메이드 사극'이 되지 않을까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재판신이다. 재판신은 카리스마가 중요하니 현장을 압도해야된다는 생각에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보통 재판하는 장면은 하루종일 찍는데, '사람들에게 지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에 공연하듯 소화하려다보니 부담감도 생기더라. 사실 연기적으로는 부족한데 감독님이 잘 만들어주신 것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5회에 나오는 재판 장면이다. 그 신은 정말 처절하게 했다. 또 구덕이와 승휘가 초야를 치르는 장면은 그간 두 사람의 서사가 쌓인 결과라 애틋하게 와 닿았다. 또 너무 예쁘게 찍어주셨더라. 개인적으로는 구덕이가 정자에서 고백하는 신을 제일 좋아한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사극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한 적이 있다. '옥씨부인전'을 통해 극복했나.

▶내가 '더 글로리'로 큰 사랑을 받고 생전 처음으로 캐스팅이 많이 들어왔다. 나도 사람인지라 이 기쁨을 만끽하다가 받은 책이 '옥씨부인전'이다. 그런데 내가 그 전부터 회사에 사극은 안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다. 사극은 발음, 발성 등 테크니션이 완벽해야 하지 않나. 내가 사극에 어울릴 것 같지 않더라. 그땐 자격지심이 컸던 것 같다. 그러다가 '옥씨부인전' 대본을 읽었는데 너무 좋은 거다. 그때 '아차' 싶었다. 조금 잘 되니까 초심을 잃었다 싶은 거다. 무섭고 두려워도 도전하는 맛으로 배우를 했던 건데… 사극을 배제했던 나 자신이 창피했다. 그래서 '한 번 보여주자' 싶었고, 사극에 과감하게 도전했다.촬영을 하다보니 내 분량이 너무 내 분량이 너무 많아서 가끔 후회한 적도 있긴 하다.(웃음) 물리적으로는 힘들었지만, 현장 분위기도 좋고 의지할 사람도 많아 마음만은 행복했다. '옥씨부인전'을 통해 너무 많이 배우고, 많은 분에게 사랑받아서 사극에 대한 두려움은 극복했다. 앞으로도 좋은 대본이 들어온다면 사극이나 시대극에 또 출연하고 싶다.

<【N인터뷰】 ②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