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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서울 용산의 고급 주상복합에서 분양 가구 입주민이 세입자 가구의 단지 내 이동 동선을 분리해 화제가 됐다. 커뮤니티시설의 피트니스센터 등도 이용을 금지해 사회에 충격을 줬다. 임대 주민들은 분양 주민들과 같은 동에 살면서도 출입문과 엘리베이터를 분리 사용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재건축 조합이 최근 조합원·일반 분양아파트와 임대가구를 임의로 분리해 추첨을 실시한 사실이 드러나 서울시로부터 20억원의 벌금을 처분받았다. 차별 금지가 목적인 소셜믹스 정책을 정면 위반한 행위로 개발이익 대비 벌금 규모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면서 다른 조합들도 차라리 처벌을 받고 소셜믹스를 거부하겠다는 움직임마저 확산하고 있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대치동 구마을3지구 재건축(단지명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조합을 상대로 20억원의 추가 기부채납을 결정했다. 소셜믹스는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주체인 조합이 시로부터 인·허가 혜택과 행정 지원을 받는 대신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지자체에 매각하는 공익의 성격을 갖고 있다.
앞선 사례와 같이 분양·임대 차별이 사회 논란으로 비화되자 2021년 동·호 공개 추첨과 무작위 배정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해당 단지는 분양·임대주택의 동·호 추첨을 별도로 진행해 사실상 분리한 것이다.
이는 법 위반은 아니지만 서울시 규정을 어긴 행위이다. 서울 정비사업의 경우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 완화 등 혜택을 받아 조합이 분양이익을 늘릴 수 있고 공공 도로 등을 수용해야 한다.
시가 부과한 20억원의 벌금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제기된다. 벌금 규정은 감정평가를 통한 주택가액 차액의 3.5배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단지 시세 차익은 분양가 대비 11억원 이상이 예상된다.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전용 84㎡가 약 22억3080만원에 공급됐다. 일반분양 물량은 79가구다. 인근 '대치 푸르지오 써밋'(489가구·2023년 입주) 전용 84㎡(5층)는 지난 2월 33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구마을3지구 재건축 조합원은 총 150명으로 20억원의 현금 기부채납을 분담할 시 가구당 약 1330만원을 내야 한다.
20억에 산 '임대 배제 권리'… 공공기여 취지 정면 위반
현대건설이 시공한 구마을3지구 재건축은 최고 16층 총 282가구(임대주택 37가구 포함)를 건립하는 사업으로 오는 7월 준공 예정이다. 용적률은 249.95%로 제2종일반주거지역 기본 200%(7층 이하)를 초과한 인센티브가 적용됐다.정책의 형평성·일관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서울시는 해당 조합이 관련법의 해석을 잘못해 발생한 사태라며 추첨이 이미 완료돼 무효화가 어려운 사례였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단지의 경우 현금으로 기부채납을 받은 상황"이라며 "도시계획위원회 공식 심의에서 적정 금액을 산정해 정비계획 변경을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청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수립 단계에서 시의 소셜믹스 원칙이 반영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강 조망동의 임대가구 배치를 놓고 갈등을 빚었던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여의도 공작아파트 등도 소셜믹스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추세다. 강남권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현금성 기부채납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다. 시는 주동 고층에 임대가구를 배치하지 않는 대신 임대 물량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정책 조정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빈민가의 슬럼화를 방지하는 소셜믹스는 공익성과 사업성이 대립하는 양면이 지속해서 존재해 왔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가 주거시설을 넘어 투자와 재테크 상품이 되는 한국 사회에서 미래 상승 가치를 반영한 벌금을 책정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