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부회장 최분희씨(60)는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며 30년 동안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30일 오후 업무를 보고 있는 최씨. /사진=유찬우 기자

"지금은 당파싸움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고심할 때입니다."

30일 만난 최분희씨(60)는 출산정책행정학 박사이자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부회장이다. 유아교육 전문가로서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과 30년 동안 만남을 이어오며 저출산 시대의 파훼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은 설립된 지 56년이 지난 여성 단체로 전국 17개 시도에 지방연맹을 두고 있다. 최씨는 "지금의 한국은 위급함을 넘어 이제는 나라 존립을 걱정할 만큼 심각한 위기 단계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최씨는 "출산정책과 여성정책은 궤를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정상적으로 출산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게 최씨의 견해이다.

그는 "수십년 간 이 분야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자나 깨나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며 "저출산과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서는 결국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가 바라보는 유치원·어린이집의 현재 교육환경은 하향 평준화 상태다.

그는 "최근 서울 강남과 전남 해남 땅끝마을 어린이집을 찾으면 교육환경이 거의 똑같다"며 "한국의 학부모들은 어렸을 때부터 보편화된 교육을 중시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현재 유아교육 방향성이 과연 맞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교육은 개별·독창성이 사라지고 어렸을 적 뛰어놀던 아이들 대신 책상 앞에 앉아 영어를 공부하는 아이들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부터 활동적인 교육이 아닌 책상 앞 교육이 대입 전까지 이어지는 건 폭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며 "이 분야를 꾸준히 연구한 사람으로서 암울하고 무엇보다 거대양당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에도 해당 논의가 빠졌다"고 짚었다.

정치권에서 계속 강조해온 '성평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다.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대하겠다'는 주장보다는 본질적인 원인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는 이유에서다.

최씨는 "여성이 구조적으로 불평등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출산"이라면 "가임기 여성이 출산 후 경력이 단절되고 사회로의 복귀가 어려워지는 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정부 정책이 단발성으로 나오는 것보다는 정부·기업·사회가 하나로 뭉쳐 '엄마'의 경제활동 재개를 위한 환경을 적극 조성해줘야 한다"며 "이를 위한 방안을 정치권에서 제시해야 하는데 고심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최씨는 정치권에서의 당파싸움보다 국가 존속이 걸린 육아교육이 더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유찬우 기자

"국내 육아교육 하향 평준화 상태… 유연근무제 시급"

최씨가 내놓은 해결책은 전면적인 학부모 유연근무제의 활성화다.

최씨는 "자녀의 나이와 교육 시간에 따라 재택근무나 업무시간대 조정 등 직장에서 유연한 근무 체계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며 "한 아이의 엄마가 출산 전 특정 분야 전문가였어도 출산휴가 직후 업무로 복귀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현재 가임기의 청년들은 1990년대생이 많은데, 이들이 태어난 당시에는 출산율이 높았을 때"라며 "이들을 위한 효율적인 대책을 세운다면 늦은 감이 있지만 적어도 희망의 불씨는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통해 일과 돌봄의 균형을 잡아야 국가의 지속가능성도 유지된다"며 "제가 연구한 바로는 자금지원을 늘린다고 해서 출산율이 높아지진 않고 오히려 하락세였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선 새로운 대통령은 당파성에서 벗어나 국가의 미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씨는 "결국 대통령도 국민이 있어야 존재한다"며 "지금 합계출산율이 1명을 넘지도 못하는데 국가가 소멸하면 대통령의 존재가 무슨 소용인가"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전년(0.72명)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 여성 1명이 평생에 걸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여성 1명이 자녀를 1명도 낳지 않는 '초저출산'이 계속되면 15~64세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 우리나라 경제가 2040년대엔 역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공약한 '성평등가족부 확대·개편'에 대해서는 "포퓰리즘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성평등가족부에서 향후 출산율과 여성고용률을 동반 상승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최분희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