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법차손 문제 개선 등 산업 특성을 반영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제21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현실적인 바이오 생태계 재편'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꾸준히 주문해왔다. 신약 개발은 막대한 선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K바이오가 글로벌 시장에서 '패스트 팔로워'를 넘어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려면 산업 특성을 반영한 제도적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4일 업계가 꼽은 바이오 선도국 도약 전제는 ▲산업 생태계 조성 ▲투트랙 전략 ▲통합적 거버넌스 등으로 압축된다. 이중 시급한 과제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생태계 조성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기술력을 갖춘 유망 바이오 기업들이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규제로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는 최근 3년간 2회 이상 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상장폐지 위험에 놓인다.


기술특례 상장사도 유예기간 종료 후에 동일한 규제가 적용된다. 이는 R&D(연구·개발)에 장기간 고비용이 드는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대표적인 규제로 거론된다. 이 제도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200대 바이오 기업에 적용하면 33%가 관리종목으로 편입될 만큼 글로벌 기준과도 괴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상장 관련 규제를 완화해 전반적인 투자 흐름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창업 초기부터 기술 자금이 원활히 흐를 수 있는 플랫폼을 조성하고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K바이오가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충분한 자금 조달이 필수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상업화 펀드를 선제적으로 조성해 벤처기업의 투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정부 지원, 보여주기 아닌 실효성 있어야"

지난달 20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 국가바이오위원회 회의실에서 제2차 국가바이오위원회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

두 번째 과제는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트랙 전략' 마련이다. 전통 제약사는 점진적인 개선을 통해 성과를 내고 바이오 벤처는 네거티브 규제를 기반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다. 두 영역을 동일한 정책 틀 안에 묶다 보니 충돌이 발생하고 정책도 단기 성과 중심으로 흐르기 쉽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전통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를 분리해 기업 특성에 맞는 규제를 적용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 과제는 '통합적 거버넌스 구축'이다. 현재 바이오 관련 정책은 부처별로 분절돼 운영되고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명확한 로드맵을 부여 받고 각 부처가 역할과 책임(R&R)을 분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배출하려면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선과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보여주기식이 아닌 실효성 있는 정책을 주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 정부는 신산업 집중육성 10대 과제에 제약·바이오 산업을 포함시키고 정부 주도의 투자 확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바이오 특화 메가펀드 조성, 전략적 R&D 투자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국내 개발 신약에 대한 합리적인 약가 보상체계 마련도 주요 과제로 언급된다. 업계는 급여적정성 재평가, 사용량-약가 연동제 등으로 신약이 충분한 약가를 보장받지 못해 후속 연구개발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이 대통령은 R&D 투자 비율에 연동한 약가 보상체계 도입, 혁신형 제약사에 대한 R&D 세액공제 확대를 약속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업계는 의료 데이터 기반의 보건기술 발달에 개인정보보호 규제가 장애가 되는 만큼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는 AI(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성장체계 구축과 의료기기 산업의 혁신성 제고, 적정보상 체계 마련 등을 통해 국가 주도의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을 이끌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