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황미현 기자 = 얼굴 양 쪽으로 딱 달라붙은 앞머리, 그리고 그 위에 가지런히 꽂아 넣은 머리핀, 컬러 렌즈와 그 렌즈 위로 떨어지는 조명 빛, 과한 하얀 피부톤과 혀를 살짝 입술 사이로 내민 표정. 1990년대 초반 걸그룹을 상징하는 이 요소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 가수 '율'(YUL)이 등장했다. 유튜버 랄랄이 이명화에 이어 만들어낸 화제의 부캐릭터다.
율은 지난 8일 곡 '아니라고 말해요'를 발표했다. 랄랄의 부캐릭터 율이 공식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다. 율은 90년대 감성 그 자체인 N세대 스타로, 90년대 R&B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아니라고 말해요'는 90년대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소울 R&B 장르다. 믿고 싶지 않은 이별 앞에서 현실을 부정하는 소녀의 감정을 가사에 담았다.
율은 기존의 랄랄 대표 부캐 '이명화'와는 완전히 다른 콘셉트의 인물이다. 랄랄은 그동안 이명화라는 이름의 아줌마 캐릭터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1958년생 이명화는 화려한 패턴의 의상에 이마로 한껏 치켜 올라간 눈썹을 포함한 메이크업, 막무가내 화법 등으로 웃음을 줘왔다. 랄랄은 이명화 캐릭터로 수많은 콘텐츠를 공개하며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아우르는 팬덤을 확보했다. 그런 랄랄이 이번에는 1990년대 초반, Y2K 감성을 물씬 풍기는 율로 등장, 상반된 모습으로 보는 재미를 높였다. 이명화가 유쾌한 일상의 단면을 대표했다면, 율은 감성의 깊이를 자랑하는 '추억 제조기'에 가깝다.
랄랄은 최근 뉴스1에 율을 기획한 배경에 대해 "이명화 부캐와 반전되는 부캐를 찾다가 아이돌을 떠올렸다"라며 "요즘 Y2K 감성이 다시 유행이 돌고 그때의 감성과 노래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만들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랄랄은 그러면서 "킹받는 콘텐츠들이지만 노래엔 진심인"을 강조했다.
단순히 '코믹'한 요소만을 담은 게 아니라, 범진의 프로듀싱으로 음악성까지 챙긴 율은 '아니라고 말해요' 발표 직후 음원 차트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지니 최신 발매 차트 1위를 기록했고, 멜론 핫(HOT) 100에도 이름을 올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음악 역시 단순한 복고가 아닌, 90년대 쏘울 R&B 감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트랙으로, 감성적인 멜로디와 감정선을 자극하는 가사, 그리고 랄랄의 안정된 고음 처리 능력이 어우러지며 완성도를 높였다.
율은 곧장 음악 방송 무대에 올랐는데, 율은 방송에서 90년대 초반 걸그룹의 태도를 재현하면서도 바이브레이션 구간에서 어깨를 사정 없이 흔들거나 가끔 혀를 입술 사이로 내미는 모습으로 웃음까지 놓치지 않았다.
랄랄은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노래 자체가 정말 좋다는 느낌이 들었고, 옛날 감성의 곡이라는 생각은 못했었다"라며 "그런데 율 캐릭터를 만들고 나서 불러보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랄랄은 새로운 부캐릭터를 공개한 이후에도 이명화로도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명화와 율 모두 높은 화제성을 차지하고 있는데, 랄랄이 출산한 지 년도 채 되지 않은 육아 워킹맘이라는 점은 랄랄을 더욱 '리스펙트'하게 한다. 육아와 창작 활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부캐릭터 운영, 음원 제작, 콘텐츠 기획까지 모두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부캐릭터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치밀하게 구상하고, 무대 콘셉트와 음악적 방향성까지 체계적으로 기획한다는 점에서제작자로서의 랄랄의 저력을 확인할 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
랄랄은 이명화와 랄랄로 동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음악 방송을 하루에 두 개를 간 경험도 처음으로 했다"라며 "아침엔 율, 저녁엔 이명화로 분장을 다시 하고 노래를 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팬분이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순간 내가 지금 누구지? 뭐라고 사인을 해야 하지?'라고 스스로 고민할 때 좀 소름이 돋더라"라며 웃었다.
대중 입장에서는 랄랄의 이런 다채로운 시도가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익숙한 이명화와 새로운 율의 캐릭터를 오가는 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각각의 캐릭터가 다른 감정과 추억을 상기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특히 30~40대 팬층은 율의 복고 감성에 옛 기억을 떠올리며 열광하고 있으며, 10대 팬층은 신선한 콘셉트에 호기심을 보인다.
랄랄은 율이라는 새로운 부캐릭터로 활동을 시작한 것에 대해 "여러분들의 가슴속에 그리고 기억 속에 있는 순수한 첫사랑 같은 음악, 그리고 아티스트를 회상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며 "또 발라드나 음악에 진심인 모든분은 율의 노래를 좋아하실 거라 감히 장담한다"고 관심을 당부했다.
랄랄의 성공은 단순한 유튜버나 1인 크리에이터의 성공이 아니다. 그는 독창적인 캐릭터 메이킹과 진정성 있는 음악, 그리고 치밀한 기획력으로 멀티 콘텐츠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