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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급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적용안이 불발되면서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현 실태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내년 최저임금 회의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도급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은 내년에도 도입되지 않는다. 지난 6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최저임금법 제5조3항을 근거로 도급제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경영계는 위원회 권한 밖이라며 반대했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논의를 진척시키기 어렵다"며 논의 종료를 뜻하는 권고문을 냈다.
도급제 노동자는 계약 건당 임금을 받는데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들이 이에 속한다. 근로기준법상 이들은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지만 실제로는 사업주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고 있어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제한, 연차휴가 등 기본적인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도급제 근로자를 '자영업자로 포장된 저임금 노동자'로 보고 최저임금법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질적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일하는 만큼 쟁점인 도급제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취지다. 최저임금법 5조 3항에 따르면 임금이 도급제 형태로 정해져 시급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면 대통령령으로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사각지대로 밀려난 이들의 실정은 열악하다. 노동계 실태조사를 보면 배달기사, 방문점검원, 대리운전기사 등 도급제 직군의 평균 시급은 7000원대로 올해 최저임금(1만30원)보다 현저히 낮다.
갈 길 먼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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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들은 근로자성 판단은 법원의 몫이며 최임위가 일률적으로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정 직종 종사자들의 근로자성 여부를 위원회가 결정하기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 주장대로의 최저임금제를 이행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고 본다.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관련 논의를 종결시키면서 정부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현재까지 제시된 실태 조사로는 논의를 진척시키기 힘들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가 가능한 수준에서 최저임금법 5조 3항의 적용과 관련된 대상, 규모, 수입 및 근로조건 등 실태를 조사해 이를 토대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때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당 논의는 실질적 권한이 있는 정부와 국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별도 기구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2027년 재논의 시점까지 실태조사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동일한 전제가 반복된다면 같은 결론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실태조사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부터 정교한 제도 설계와 법적 개념 재정비까지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책 설계에 쓸 수 있을 정도의 국가 단위 정밀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기시간'을 포함한 실질 노동시간 산정 기준, 다양한 직종별 최저임금 단가 설정 방식 등도 사전에 고민해야 할 지점으로 꼽힌다.
현행법상 '근로자' 분류로는 도급제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따르는 만큼 법적 해석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지난 12일 특고·플랫폼노동자 적정임금 보장 방안 토론회에서 "산재보험법·고용보험법·산업안전보건법이 모두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상당수를 '노무제공자'라는 이름으로 포괄해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며 "최저임금법만 유일하게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해당 이슈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내놔 눈길을 끈다. 김 후보자는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 실효성 있게 논의되도록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철도 기관사 출신인 그는 오는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 열리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논의가 진척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