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전략 차종으로 선정한 전기차와 PBV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김이재 기자

기아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전기차와 PBV(목적기반차량)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미국의 고율 관세 등 대외 악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중장기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아의 중장기 사업 전략 '플랜S'는 전기차 대중화를 골자로 한다. 향후 5년간 약 19조원을 미래 사업에 투입, 이 중 67%가 전동화 분야에 집중될 예정이다. 친환경차 판매는 올해 89만7000대에서 2030년 233만3000대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기아는 2021년 EV6를 시작으로 EV9, EV3에 이어 올해 EV4까지 선보이며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EV4는 보조금 적용 시 35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이 강점이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고 구매 문턱을 낮춰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뚜렷한 미래 방향성에도 대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에서 25% 고율 관세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데다 전기차 신차 구매 시 제공되던 세액공제 인센티브도 조기 폐지됐다. EV6와 EV9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돼 있었던 만큼 향후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도 크다. 전기차 판매의 경우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서다. 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53.8% 급감한 1만3567대의 전기차를 판매, 성장세가 한풀 꺾인 상황이다.


기아는 전기차 수요가 높은 유럽 시장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소형 전기 SUV EV3는 상반기 유럽에서 3만4277대가 판매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반기에는 EV4, 내년에는 EV2를 출시할 예정이다. EV2는 유럽 맞춤형 모델로 생산도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진행된다.
기아는 브랜드 최초 중형 PBV '더 기아 PV5'를 시작으로 전기 상용차 시장에 진출한다. /사진=김이재 기자

또 다른 미래 먹거리인 PBV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달 브랜드 최초의 중형 PBV '더 기아 PV5'를 국내 출시하며 전동화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전기 상용차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출해 입지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전 세계 경상용 전기차 판매량은 약 66만 대로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상업용으로 활용되는 PBV는 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교통약자 전용 모빌리티, 도심 내 맞춤형 이동 수단 등으로의 수요 확대가 기대된다. 최근에는 아마존, 월마트 등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전기밴 도입을 확대하면서 물류 분야 활용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기아는 오는 8월 PV5 패신저 2-3-0과 카고 롱 모델의 국내 고객 인도를 시작하고 4분기 유럽 출시를 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 PV5를 순차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PBV 전용공장 '화성 EVO 플랜트' 인근에 '기아 PBV 컨버전 센터'와 ' PBV 컨버전 개발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2027년에는 대형급 PBV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PV5는 최대 16종의 차체 유형을 제공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모델이다. 기존 완성차 업계의 대량 양산 체계를 넘어서는 시도로, 수요가 꾸준히 창출되기 전까지는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다. 기아는 당장의 성과보다 미래 모빌리티 영향력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주석하 기아 MSV프로젝트3실 상무는 "PBV 업계의 표준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했다"며 "PV5는 단순히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미래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