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연출가 하이너 괴벨스의 대형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 '겐코-안 03062'를 8월 10일까지 서울관 MMCA 다원공간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지난 5월 23일부터 2026년 1월 25일까지 연간 진행되는 다원예술 '숲'의 일환이다. '겐코-안 03062'는 괴벨스가 1992년 교토 겐코안 사원의 둥근 창과 사각형 창을 통해 같은 정원을 바라보며 얻은 시각적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됐다.
이 시리즈는 베를린(2008), 다름슈타트(2012), 리옹(2014), 모스크바(2017), 보고타(2019) 등 다양한 도시에서 장소 특정적 작업으로 재탄생했다. 이번 서울 버전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우편번호 '03062'를 제목에 포함해 더욱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전시는 MMCA다원공간 전체를 활용해 관객들에게 명상적이면서도 몰입적인 예술 경험을 선사하는 '소리와 목소리의 정원'이다. 관객들은 8채널 사운드와 빛, 어둠, 물결, 소리, 진동, 사물 등 공연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위계 없이 공감각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작품의 출발점은 19세기 미국의 초월주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수필집 '월든'이다. 소로가 월든 호수 근처 숲에서 자연을 성찰하고 관찰한 기록에서 영감을 받아 괴벨스는 존 케이지의 '빈 단어들'(1974)과 로버트 루트먼과의 협업 오케스트라 작품 '월든'(1998)의 소리, 조지아, 아제르바이잔, 시베리아,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민족학적 음성 기록을 작품에 담았다.
또한 존 케이지, 하이너 뮐러, 한나 아렌트,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등 다양한 예술가와 사상가들의 목소리가 음악처럼 겹겹이 쌓여 다성적인 구조를 이룬다. 관객들은 이러한 구조 속에서 언어의 의미보다는 소리 자체의 질감과 리듬을 경험하며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하게 된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빛과 어둠, 형태와 리듬, 시와 노래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내는 거장 괴벨스의 몰입적인 작업을 통해 관람객들이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하길 바란다"며 "다원예술 '숲'을 통해 인간과 자연, 예술이 만나는 다양한 상상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