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철통같던 마무리투수 정해영(24·KIA 타이거즈)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구원왕에 오르며 팀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던 그지만, 최근 들어 불안한 모습을 자주 보여 KIA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KIA는 전날(22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7-9로 패했다.
KIA로선 무척이나 아쉬운 경기였다. 극적인 역전극이 될 수 있던 경기가, 뼈아픈 역전패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1-4로 끌려가던 KIA는 8회말 고종욱, 한준수 등 연이은 대타 작전이 성공하면서 무려 6점을 뽑았다. LG 필승조 이정용과 마무리 유영찬까지 두들긴 결과였기에 더욱 기분 좋은 역전이었다.
7-4가 된 9회초, KIA는 당연히 마무리 정해영을 올렸는데, 정해영이 이를 지키지 못했다. 박해민에게 동점 3점홈런을 맞는 등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는 동안 4피안타(1피홈런) 4실점으로 통타당했다. 중계 화면엔 이범호 KIA 감독의 허망한 표정이 잡히기도 했다.
아무리 강력한 마무리투수라도 승리를 날리는 경우는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정해영은 최근 들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LG전에 앞서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1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정해영은 난조로 역전패를 자초한 바 있다. 당시 2-1로 앞선 8회말 2사 후 등판해 불을 끈 그는 9회에도 마운드를 지켰으나 연속 안타와 볼넷으로 만루 찬스를 초래했다.
이후 루이스 리베라토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내준 뒤 문현빈에게 끝내기 안타까지 맞았다. 이 패배로 KIA는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을 스윕패했다.

5월까지만 해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던 정해영은 6월 들어 평균자책점 4.61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7월 들어선 부진이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6경기에서 5⅓이닝을 소화하며 6실점, 평균자책점이 10.13에 달한다.
물론 평균자책점은 22일 LG전에서 대량 실점한 탓이 크지만, 세부 지표를 살펴봐도 최근의 정해영은 불안불안하다.
최근 10경기에서 피안타율이 0.364에 이르고, 이 기간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93에 이른다. WHIP가 2에 가깝다는 것은 즉 1이닝에 거의 2명의 주자를 내보낸 것으로, 마무리투수로선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이다.
끝내 승리를 지키지 못한 2경기가 부각되지만, 막아낸 나머지 경기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는 뜻이다. 정해영이 최근 10경기에서 주자를 내보내지 않고 깔끔하게 이닝을 막은 건 단 한 경기뿐이다.

믿었던 마무리투수가 무너지면 일반적인 패배보다 여파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KIA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으론 정해영이 최근 다소 힘에 부친 모습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8회에 조기 등판하는 등 '멀티 이닝' 소화가 잦았고, 30구에 육박하는 많은 공을 던진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장 타이트한 상황에 등판할 수 밖에 없는 마무리의 특성상, 무더운 날씨에 더욱 체력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해영에게 잠시 휴식을 주는 등 변화를 모색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순위 싸움에 갈 길이 바쁜 KIA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정해영이 이제 만 24세의 젊은 투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멀리 내다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