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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종목들이 AI(인공지능) 수요에 힘입어 증시를 주도하는 가운데 반도체 ETF(상장지수펀드) 성과는 온도차를 보인다. 동일한 반도체 업종을 추종하더라도 어떤 지수를 따르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갈리는 모습이다.
28일 글로벌 증시 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반도체 종목을 추종하는 'Solactive Global Semiconductor Top 4 Index'는 올해 들어(지난 24일 기준) 16.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1년 동안 수익률은 18.1%, 2년 수익률은 108.2%를 기록했다. 해당 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AI와 HPC(고성능 컴퓨팅) 분야 성장성이 높은 4개 종목을 선별해 동일 비중으로 구성한 지수다.
또 다른 글로벌 반도체 지수인 'MVIS US Semiconductor 25 Index'는 올해 들어 10.1%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최근 1년 수익률은 18.0%, 2년 수익률은 99.8%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미국에 상장된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기업 중 시가총액과 거래량 상위 25개 종목으로 구성된 시가총액 가중 지수다.
미국 필라델피아거래소가 산출하는 지수인 'PHLX Semiconductor Index'는 올해 들어 5.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년 동안은 9.2%, 2년 수익률은 63.3%를 나타냈다. 해당 지수는 반도체 설계·제조·장비 등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친 30개 미국 상장 종목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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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종목 대표 지수인 세 지수는 구성 종목에 따라 수익률도 차이를 보였다. Solactive 지수는 엔비디아, AMD, ASML, TSMC 등 AI 수요 급증에 따른 고성장 반도체 기업 중심의 압축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MVIS는 엔비디아, TSMC, 브로드컴 등 미국 시장에 상장된 반도체 및 장비 기업 중 시가총액과 유동성이 높은 25개 종목을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구성한 지수다. 대형주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반도체 산업 전반의 흐름을 추종하는 것이 특징이다.
PHLX 지수는 반도체 제조·장비·설계 등 다양한 분야의 미국 상장 반도체 기업 30종목으로 구성된다.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퀄컴 등 전통 대형주 비중이 높아 산업 흐름과 함께 경기 민감도도 크게 반영한다.
국내에 상장된 ETF들도 이러한 지수 성과 차이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코스콤 ETF체크에서 (28일 종가 기준) Solactive 지수를 추종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ETF'는 올해 들어 18.4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1년 동안은 26.53%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는 MVIS와 PHLX를 추종하는 경쟁사 ETF 상품 대비 우수한 수익률이다. 올해 들어 AI 서버 수요와 GPU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주요 종목들의 주가가 강하게 상승했다. 해당 ETF는 구성종목을 소수에 집중하면서 상승장이 클수록 높은 탄력을 보여 같은 반도체 업종 ETF 대비 성과가 두드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MVIS지수를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미국반도체는 올해 들어 9.69%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최근 1년 수익률은 20.90%를 기록했다. 구성 종목 중 반도체 장비와 전통적 반도체주 중심의 완만한 상승 흐름이 나타났지만, 일부 대형주가 조정되며 AI 수혜가 집중된 소수 종목 ETF에 비해 상승 탄력이 다소 제한됐다는 평가다.
PHLX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ETF는 올해 들어 4.64%, 최근 1년 동안은 11.86%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PHLX 구성 종목들은 AI나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반도체 분야 외에도 PC, 스마트폰 등 산업용 반도체 수요에 민감한 종목들도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에 최근 주도주 랠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며 AI 중심 종목으로 구성된 타 ETF 대비 상승 탄력이 낮았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올해와 내년 반도체 수요와 시장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AI 서버,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증가가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업황 수혜를 누리며 성장세를 지속할 기업을 고르는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종합적으로 AI에 매출이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지에 따라 실적과 가이던스가 갈리는 모습"이라며 "올해 하반기도 AI 관련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구글이 AI 관련 투자를 상향 조정했고, 엔비디아의 H20의 중국향 수출 재개가 승인되었기 때문에 여전히 AI 수요는 뚜렷한 방향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결국 AI 관련 투자 아이디어가 중장기적으로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