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이 7일 인천 오라카이 송도파크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인천=뉴스1) 이상철 기자 = "549세이브보다 550세이브가 더 낫지 않겠나."

한국 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평가받는 '끝판대장' 오승환(43)이 마운드에 올라 삼성 라이온즈의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 모습을 볼 날은 이제 많지 않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결정한 오승환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마지막 땀방울을 흘리는 중이다.


오승환은 7일 인천 오라카이 송도파크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도 실감 나지 않지만 갑작스럽게 은퇴를 결정한 건 아니다. 이제 내가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때가 됐다"며 은퇴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1982년생으로 KBO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인 오승환은 "(먼저 은퇴한 동갑내기 친구들인) 이대호와 김태균에게 연락이 왔다. 대호는 '은퇴사를 발표할 때 울 것'이라고 농담처럼 말하더라. (한 살 어린) 최형우와도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제 은퇴 발표 기사가 나간 이후) 많은 선수와 연락했다"고 전했다.

2005년 프로 생활을 시작한 오승환은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며 한미일 통산 549세이브를 올렸다. KBO리그에서는 여섯 차례 세이브왕에 오르기도 했다.


투구하는 오승환.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누구보다 많은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오승환의 통산 세이브 기록은 549개에서 멈춰있다.

전성기가 지나면서 마무리 투수 보직을 내려놓은 그는 올 시즌 11차례 등판했으나 세이브를 한 개도 추가하지 못했다. 1군 등판도 7월 8일 NC 다이노스전이 마지막이다.

지난달까지 2군에서 뛰었던 오승환은 잔여 시즌 1군 선수단과 동행할 예정이다. 다만 오승환이 1군에서 뛸 기회는 많이 남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 5위 KIA 타이거즈에 2.5경기 차로 뒤진 '8위' 삼성은 4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1승이 귀한 상황에서 올 시즌 1군 평균자책점이 8.31로 부진한 오승환을 필승조로 내세우기가 쉽지 않다.

오승환은 "공을 완전히 내려놓은 건 아니다"라며 "1군 등판 일정은 감독님, 코치님과 상의가 필요하지만, 지난주까지 퓨처스리그 경기를 잘 소화했다. 몸 상태도 아주 좋아졌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어 "549세이브보다 550세이브가 더 낫지 않겠나. 세이브 기회를 떠나 시즌 마지막까지 한 번이라도 더 마운드에 서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종열 삼성 라이온즈 단장(왼쪽)과 오승환. (삼성 라이온즈 제공)

다음은 오승환과의 일문일답,

-은퇴 소감은?
▶팀이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은퇴를 발표하는 게 민폐를 끼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아직도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크게 와 닿지 않아 은퇴도 실감 나지 않는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마지막 경기를 뛸 때 피부에 와 닿을 것 같다.

난 많은 복을 받은 선수다. 과분한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구단에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내 등번호가 21번인데, 21년 동안 프로선수 생활을 했다. 삼성 투수 최초 영구결번의 주인공이 됐는데, 팬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별명도 팬들의 큰 관심이라 생각한다. 팬들이 있어 오승환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은퇴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갑작스럽게 은퇴를 결정한 건 아니다. 이제는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때가 됐다.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데, 올 시즌을 치르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몸에 이상을 느꼈고, 시즌 초반부터 100% 퍼포먼스를 펼치기 어려웠다. 그때부터 은퇴를 고민했다. 내가 먼저 구단에 그런 생각을 밝혔고, 시즌 후 은퇴하기로 결정했다.

-가족도 은퇴 결정에 영향이 있었나?
▶아버님과 어머님, 형들, 아내가 있다. 어머니가 올해 초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는데, 은퇴하면서 그 빈자리를 많이 느꼈다. 경기를 마친 뒤에는 어머니께서 연락하셔서 응원해주셨다.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이었는데, 안 계신다는 게 상처가 컸다.

-이대호, 추신수 등 다른 선수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나?
▶기사를 통해 1982년생 황금세대, 2006 WBC 4강 멤버가 모두 은퇴하게 됐다는 걸 알았다. 조금 전까지도 이대호에게 연락이 왔다. 김태균과도 어제 통화했다. 이대호는 은퇴사 발표할 때 많이 울 거라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다. (한 살 어린) 최형우와도 좋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밖에 많은 선수의 연락을 받았다.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 뉴스1 DB ⓒ News1 DB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과도 통화했는데, 어떤 조언을 들었나?
▶선동열 감독님께 먼저 연락을 드렸는데, 큰 결정을 했다며 축하해주셨다. 존경하고 본보기로 삼았던 분에게 은퇴 축하한다는 말 들으니까 '그동안 야구선수로서 잘해왔다'고 뿌듯함을 느꼈다. 감독님께서 앞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라고 말씀하셨다.

-그간의 선수 생활을 자평한다면?
▶마음 같아서는 21점 만점에 21점을 주고 싶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있기 때문에 20점을 매기겠다. 마지막 1점은 제2의 인생을 통해 채우겠다.

-야구 선수 오승환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신인 시절부터 인터뷰할 때마다 불펜과 마무리 투수의 위상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오승환이라는 마무리 투수가 있었다고 회자할 수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나와 내 기록을 목표로 삼고 오랫동안 좋은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는 후배 선수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현재 KBO리그에 많은 마무리 투수가 있는데, 제2의 오승환 후보를 꼽는다면?
▶내가 조심스럽게 평가한다면 박영현(KT 위즈), 김택연(두산 베어스), 조병현(SSG 랜더스), 김서현(한화 이글스) 등이 눈에 띈다. 불펜과 마무리 투수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선수들로, 분명 내 기록을 깰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이 경쟁을 통해 야구팬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으면 좋겠다.

왼쪽부터 오승환, 추신수, 이대호. 뉴스1 DB ⓒ News1 황기선 기자

-상대한 타자 중 가장 껄끄러운 타자는 누구였나?
▶너무 많다. 그중에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가 생각난다. 이대호는 큰 덩치와 달리 예리한 타자로, 장타력도 뛰어나다. 이대호를 상대할 때는 부담감이 있었다. 앞으로 그런 타자가 또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이대호는 정말 대단한 타자였다.

-호흡을 맞췄던 배터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포수는?
▶선수 생활 동안 좋은 포수를 많이 만났다. 한 명만 선택하기가 힘들다. 진갑용, 강민호, 몰리나 등 그 좋은 포수들의 볼 배합으로 내가 좋은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별명은 팬들의 관심이기 때문에 다 좋게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애정을 갖고 있는 별명은 보직과 연결된 '끝판대장'과 내 가장 큰 무기를 뜻하는 '돌직구'다.

-수많은 세이브를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세이브는?
▶1세이브는 팀의 1승을 지킨다는 뜻이 있다. 모든 세이브가 다 의미가 있지만, 지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KBO리그 통산 400세이브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너무 많다. 마무리 투수를 맡으면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은 어려운 시간이 온다. 블론세이브를 할 때면 너무 힘들었고, 그 블론세이브가 팀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면 더더욱 힘들었다.

-현역 마지막 경기에서 마지막 공을 어떻게 던질 것인가?
▶작년부터 너무 난타당해서 그건 비밀로 하겠다.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복귀했을 때도 이와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다. 당시 첫 타자에게 초구로 직구를 던지겠다고 말했는데, 곧바로 2루타를 맞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섣부르게 말하지 않겠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이 7일 인천 오라카이 송도파크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철저한 관리로 평균 이상 직구 구속을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은?
▶꾸준함이라 생각한다. 요즘 선수들은 하루 결과를 놓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지속성이라는 면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한다. 불펜과 마무리 투수는 한 경기에서 잘했다고 해서 거기에 만족하면 안 된다. 반대로 연속적으로 실수했다면 그것이 자기 실력이다. 루틴이 좋든 안 좋든, 꾸준하게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삼성의 원클럽맨으로 뛰어 자부심이 클 것 같은데?
▶해외 생활을 제외하고 삼성이라는 팀에서만 계속 뛰었고, 삼성 왕조 시절도 경험했다. 개인적으로 좋은 팀에서 좋은 선수 생활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부심을 느낀다. 많은 선수가 삼성에서 뛰는 걸 부러워했다. 오승환이라는 선수가 있다는 걸 알릴 수 있던 배경도 삼성 소속 선수였기 때문이다. 삼성은 저를 만들어준 팀이다.

-프로 데뷔할 때 꿈꿨던 목표를 많이 이뤘나?
▶프로 무대에 처음 왔을 때는 큰 목표를 잡을 정도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팀에 워낙 뛰어난 투수가 많아서 갓 대학 졸업한 선수가 1군 무대에 오르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패전 처리 투수일지라도 1군에서 계속 뛰고 싶었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경쟁하며 선수 생활을 했고, 그렇게 21시즌을 보냈다.

-다시 야구해도 마무리 투수를 맡을까?
▶다시 야구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다만 마무리 투수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마무리 투수는 매 경기 결과에 잔혹할 정도로 평가받아야 한다. 선발 투수나 타자를 해보고 싶다. 어떤 보직이든 마무리 투수보다 낫다고 본다.

삼성 라이온즈 투수 오승환은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한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은퇴 이후 거취 계획은?
▶시즌이 한창이고 (은퇴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다. 앞으로 구단, 대표팀, 단장님과 상의할 것이다. 단장님께서는 은퇴 후 제2의 야구 인생도 좋은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게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

-훗날 코치 오승환, 감독 오승환을 볼 수 있을까?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구단과 상의가 필요하다. 당장은 아니지만, 기회가 오고 많이 공부해서 지도자가 될 준비가 됐다면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선수와 함께 호흡하는 것이 좋다. 운 좋게 다양한 리그에서 뛰어봤다. 그런 경험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많이 전수하고 싶다.

-거취 선택 중에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포함될까?
▶야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선후배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다. 이 부분도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 선수로서 공을 완전히 내려놓은 상태가 아니다. 다만 야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기회가 있다면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