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광폭 행보가 베트남 사업 확장에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난 이후, 베트남 북부와 남부를 아우르는 롯데의 투자가 급물살을 탔다. 롯데쇼핑이 하노이의 랜드마크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운영 법인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철수까지 고려했던 호찌민의 대규모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롯데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롯데프라퍼티 하노이 싱가포르'의 지분 10%를 370억7400만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법인은 베트남 하노이의 복합단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의 운영 주체다. 이번 인수로 롯데쇼핑은 웨스트레이크를 100% 단독 지배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한다.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해 급변하는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운영 수익 전체를 롯데쇼핑으로 귀속시켜 재무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올해 초 롯데쇼핑 등기이사로 복귀하며 유통 부문에 대한 책임경영을 선언한 신 회장이 내수 침체 극복의 해법으로 '글로벌 확장' 카드를 직접 챙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다.
APEC 회담이 기폭제… 잠자던 '호찌민 프로젝트' 깨우나
이러한 공격적인 행보는 그룹 차원의 확고한 베트남 투자 의지를 배경으로 한다. 신 회장은 경주 APEC 회의에서 르엉 끄엉 주석과 만나 "롯데그룹은 베트남에 약 40조동(약 2조2000만원) 이상을 투자해왔다"고 설명하며 앞으로도 현지 고용 창출과 지속적인 투자를 약속했다. 이에 끄엉 주석은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롯데의 제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해 양측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했다.
이러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시장의 관심은 남부 호찌민으로 향하고 있다. 인허가 문제로 수년간 표류하며 한때 철수설까지 돌았던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롯데는 이곳 투티엠 지구에 약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쇼핑몰, 호텔, 오피스, 주거시설 등을 포함한 초대형 복합단지를 개발, 그룹의 핵심 역량을 총동원해 베트남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롯데는 지난 10월 초 호찌민시 측과 만나 프로젝트 재추진 의사를 전달했고 호찌민시 역시 "롯데와 끝까지 동행하며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사업 재개를 위해 ▲계열사 간 지분 조정 허용 ▲최대 35% 외부 투자자 유치 ▲세금 부담 완화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하며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투자 약속과 베트남 정부의 화답이 맞물리면서 프로젝트가 속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롯데는 하노이에 이어 베트남 남부 핵심 거점까지 확보하게 돼 베트남 전역을 관통하는 강력한 사업 지배력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