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금융정의연대가 지난 6월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발행 사건' 관련 MBK 엄벌 및 피해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신청과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를 계기로 사모펀드(PEF)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권에서 차입매수(LBO), 피인수기업 자산 매각 등 사모펀드의 약탈적 경영을 방지하기 위해 상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임형준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 및 규제 환경을 감안한 PEF 규제 접근 방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과 올해 초 홈플러스 회생신청을 기점으로 PEF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PEF 규율체계 보완은 시장 평판과 신뢰를 제고하고 시장규율을 강화해 PE와 PEF의 한 단계 도약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계 PE는 LP(펀드 투자자)에서 한국 투자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쉽게 자본시장법 적용 범위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사모펀드의 과도한 차입매수 문제는 MBK의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부상했다. 홈플러스 대주주 MBK는 2015년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아 인수대금을 확보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상황에까지 몰린 이유를 두고, 국회 등 정치권과 노조·산업계에선 과도한 차입금에 따른 상환 부담이 피인수기업 홈플러스에 전가, 기업 위기가 악화했다고 비판한다. MBK가 빚 상환을 위해 홈플러스가 보유한 핵심 점포 등 부동산을 대거 처분하고 상환전환우선주(RCPS) 원리금을 받아내는 데 주력했으며, 이로 인해 재무 위기가 심화했다는 거다.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 과정에서도 차입매수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7개월간 MBK가 고려아연 지분 취득에 투입한 자금 1조5657억원 중 75%인 1조1775억원을 NH투자증권에서 담보대출을 실행해 조달했다. 업계에서는 거액의 상환 부담이 고려아연에 전가되면 재무 건전성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전략광물 공급망 약화, 주요 사업 분리매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 위원은 보고서에서 "PE 시장은 결국 대형 기관투자자(LP)와 운용사(GP) 간 사적 계약에 기반해 규율되는 시장"이라며 "규율체계 정비 시 PE 시장의 주요 LP들이 효율적·효과적으로 GP를 규율할 수 있는 기반 형성을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LP들은 위탁운용사 선정기준과 출자규약을 통해 GP를 규율한다. 지난달 국민연금은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기준을 개편하고 평가항목에 '운용수익의 질'을 추가했다. MBK가 일으킨 홈플러스 사태와 고려아연 적대적 M&A 시도를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월 MBK 6호 블라인드 펀드에 약 3000억원 출자를 확정하며 '적대적 M&A 투자 불참'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했다. 같은 해 3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산하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 또한 MBK 6호 펀드에 출자하는 대신 적대적 M&A 투자에 참여하지 않는 조항을 계약서에 포함했다.

PE 규제를 위해 개별 산업에 관한 법들도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PE가 대중교통이나 요양시설 등 민생 밀착 산업에 진출해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리고 가격을 무리하게 올리는 경우를 근거로 들었다. 산업에 적용되는 법들을 통해 PE의 일탈 행위를 막고, 사회적 필수 서비스에 해당하는 영역은 M&A 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임 위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