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자연과 음악이 하나 되는 이색 축제 'THE GRATEFUL CAMP 2025(TGC)'가 신안 증도 짱둥어 해수욕장에서 열린 가운데 프로레슬링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홍기철기자

"밤 하늘을 수놓은 강렬한 조명과 리드미컬한 드럼 비트에 맞춰 춤을 추는 젊은이들을 보니 딴 세상에 온 듯하네요."

지난 주말 시간이 멈춘 섬 슬로시티 전남 신안 증도는 젊음의 축제로 뜨거웠다.


여름의 끝자락에 폐장한 신안 짱뚱어 해수욕장 일원에서 전국의 핫한 언니 오빠들 수백명이 모였다.

세계 최고 EDM(electronic dance music) 성지인 스페인 이비자섬을 이곳으로 옮겨놓은 듯했다.

지난 5~7일까지 자연과 음악이 하나 되는 이색 축제 'THE GRATEFUL CAMP 2025(TGC)'가 열린 것이다.


6일 오후 축제장에서는 화려하고 이국적인 의상을 차려입은 젊은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섬에서는 보기 힘든 프로레슬링 경기도 열렸다. 미국 프로레슬링 WWE에서 봤던 각종 기술 등이 시연돼 축제장를 찾은 관광객과 캠퍼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행사장 인근 해변에는 젊은이들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며 망중한을 즐겼고 해변에 차려진 간이 부스에는 가볍게 하이볼 한잔을 하기 위한 발걸음도 이어졌다.

짱뚱어해변의 해넘이/홍기철기자

이번 행사에 참여한 외국계 주류업체 관계자는"서울에서 이곳까지 오는데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아름다운 자연 풍광에 매료됐다"며 "마치 외국에 온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라며 엄지 손을 치켜 세웠다.

부산에서 온 한 캠퍼도"바다와 아름다운 해송숲 등 캠핑하기 정말 좋은 곳"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축제장에는 전라도의 손맛도 인기를 끌었다. 증도면 백합부녀회는 김밥, 낚지비빔밥, 파전 등 이곳 특산물을 활용한 음식을 내놓아 대박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해가 바닷물에 가까워지자 기다란 혀 모양의 붉은빛이 바다를 물들였다. 축제는 해가 넘어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타 올랐다.

일본의 시네마틱 사운드 아티스트 'VIDEOTAPEMUSIC', 폭발적인 라이브의 '이디오테잎', 한국 인디록의 전설 '3호선 버터플라이', 실험적 색소폰 연주의 '김오키 럽럽', 강렬한 퍼포먼스의 '갤럭시 익스프레스', 몽환적 프로듀서 '키라라', TGC의 호스트 'CHS'가 함께 무대를 채웠다.
색소폰 공연/홍기철기자

캠퍼, 관광객, 지역 주민들은 리듬에 몸을 맡겨 아티스트와 하나가 됐다. 특히 일본 아티스트 음악에 맞춰 관객들은 미리 손발이라도 맞춘 듯이 대형깃발 아래 군무가 연상되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축제가 정점으로 치닫았다.

30여 미터 떨어진 또 다른 무대도 열정으로 타올랐다. 숨이 멎을 듯한 색소폰 소리에 관객들의 환호와 춤사위가 이어졌고 실외 수영장의 관객들도 물놀이를 즐기며 음악에 몸을 맡겼다.

해수욕장 한켠에서는 모닥불이 피어 올랐다. 경기도 모 부대 장병들이 휴가를 이곳 신안으로 와서 족히 30명이 참호에 앉아 불멍을 때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뜨거운 햇빛 아래 군대에서 배운 전공 '삽질'을 손수 시전하며 젊음을 불태운 것이다.

술과 음악, 젊은 열정이 하나된 2박 3일의 축제 일정은 단 한 건의 사건사고도 없이 마무리됐다. 신안군은 내년에도 이곳 증도에서 더욱 알찬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TGC는 라인업 중심의 대형 페스티벌 포맷에서 벗어나 독창적 콘셉트와 몰입형 경험, 증도라는 독보적 공간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체류형 축제 모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