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방사성의약품(RPT)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진=SK바이오팜

CNS(중추신경계) 질환 위주로 사업을 펼쳐온 SK바이오팜이 항암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RPT)을 중심으로 미래 모달리티(치료법)를 선점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항암 치료 신기술인 RPT는 시장 성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최근 미국 위스콘신대학 기술이전기관(WARF)을 통해 RPT 후보물질 WT-7695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8425억원 정도다. 계약금 219억원,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 219억원으로 구성됐다. 매출에 따른 로열티(경상기술료)는 별도로 지급한다.


WT-7695는 암세포 표면 단백질인 탄산탈수효소9(CA9)를 타깃한다. 신장암, 췌장암, 대장암 등 다양한 고형암에서 과발현되고 정상 조직에서는 제한적으로 발현돼 RPT 타깃으로서의 적합성이 뛰어나다. 전임상 단계에서 우수한 결합력, 종양 선택성, 장기 잔류 효과 및 종양 성장 억제 효과가 확인되는 등 계열 내 최고(Best-in-class)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RPT 후보물질을 도입한 건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해 풀라이트 테크놀로지스와 최대 7921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RPT 후보물질 SKL35501(옛 FL-091)을 확보한 바 있다. 이후 미국 테라파워와 벨기에 판테라 등 글로벌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기업과 RPT 핵심 원료인 악티늄-225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 기반도 마련했다. SK바이오팜은 이르면 연내 SKL35501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IND(임상시험계획)를 제출할 전망이다.

CNS로 번 돈 RPT로… 2027년 글로벌 리더 '정조준'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 /사진=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은 회사의 지속 성장을 이끌 3대 신규 모달리티 중 하나로 RPT를 꼽고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CNS 분야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 수익을 재투자해 추가 성과를 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SK바이오팜은 RPT 분야에서 전임상 물질을 다수 확보하고 탄탄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리더로서 입지를 확보할 방침이다.

SK바이오팜이 RPT 사업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높은 성장성이 자리한다. RPT는 암세포에 방사성 물질을 선택적으로 전달해 파괴하는 방식으로 떠오르는 미래 기술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RPT 시장은 올해 75억1000만달러(약 11조원)에서 오는 2034년 약 144억4000만달러(21조여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7.5%에 달한다.


RPT는 글로벌 빅파마인 노바티스,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등도 투자에 나설 정도로 유망한 시장이다. 노바티스는 2017년 '어드밴스드 액셀러레이터 애플리케이션스'(AAA)를 39억달러(5조7000억여원)에 인수하며 RPT 파이프라인 루타테라를 확보하고 이듬해 신경내분비종양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또 다른 RPT인 플루빅토는 2018년 21억달러(3조여원)에 엔도사이트를 인수하며 확보했다. 릴리와 아스트라제네카도 인수를 통해 RPT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RPT 포트폴리오가 한층 더 견고한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며 "완성도 높은 RPT 밸류체인을 내재화하고 글로벌 리딩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