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이 내년 자동차 보험료 인상률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적자가 날 만큼 손해율이 악화하면서 보험료를 무조건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보사들이 상생·포용금융을 기조로 내세운 금융당국을 설득시키고 보험료를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손해보험사 4곳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에 대한 집계를 마치고 구체적인 보험료 인상률에 대한 산정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손보사들은 내부적으로 3.5% 이상 올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이는 2020년 보험료 인상률인 3.5%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손보사들은 2019년 1조6000억원의 자동차보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선 2020년 보험료를 8.2%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금감원이 인상률을 축소하라고 하면서 3.5%로 최종 결정한 바 있다. 올해는 자동차보험 적자규모가 2019년의 3분의1 수준인 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 손보사들은 최소 3.5% 올려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정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에 육박하며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0월까지 누적손해율은 85.7%다. 금감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1년 92.7%에서 2020년 85.7%, 2021년 81.5%, 2022년 81.2%, 2023년 80.7%로 하락한 후 2024년엔 83.8%로 상승세에 접어들었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이다. 통상 업계에서는 정비비, 사업운영비 등을 고려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를 넘으면 적자로 간주한다.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다시 상승하는 데에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자동차 보험료를 3년 연속 인하한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손보사들은 정부의 상생기조에 맞춰 서민들이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자동차보험 보험료를 인하했다.
금융당국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자동차 운행 건수가 줄면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내려가자 보험료를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다시 운행 건수가 늘어난 이후에도 보험료 인하 기조는 계속 이어졌다.
이에 따라 평균 자동차보험료는 2022년 72만3434원에서 2023년 71만7380원, 2024년 69만1903원으로 내려갔다.
기후 변화로 인한 침수 피해가 늘고 정비공임이 매년 오르고 있는 것도 보험사 입장에서는 악재였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보험 정비협의회는 올해 자동차보험 정비 요금 시간당 공임을 전년 대비 2.7% 인상하기로 했다. 자동차보험 정비수가 인상률은 2022년 4.5%로 결정된 이후에도 2023년 2.4%, 2024년 3.5% 등으로 매년 오르는 추세다.
다만 금융당국의 입장이 변수다. 자동차보험료는 각 손보사가 손해율에 기반한 자체 요율을 산출해 보험개발원이나 계리법인 등 외부 기관으로부터 검증받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형식상 보험사가 자유롭게 정하는 구조지만 당국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공통 의견이다.
통상 손보사들은 연말까지 요율 검증을 마치고 연초에 당국과 협의했으나, 올해 경우 예년보다 2주 이상 늦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차보험료 인상 협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며 "시간이 지체될수록 더 불안해지는 건 보험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손보사 고위 관계자는 "차보험료를 내년 무조건 올려야 하며 인상폭 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차보험료를 올리지 못하면 사업 비중을 줄여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자동차보험은 적자가 심해서 예전처럼 매력적인 사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