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현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 본부장이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공모주 가치투자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은 조 본부장/사진=안효건 기자

"카지노 테이블 옮겨 다니듯 공모주를 줍줍해 단기 차익을 보는 투자는 이제 통하지 않을 겁니다."

조상현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 본부장은 최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락업 강화 이후 공모주 가치투자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공모 기업부터 기관 수요예측 락업 비율을 30% 이상 확보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 비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공모를 주관한 증권사가 주식 일부를 취득해 일정 기간 의무 보유해야 한다. 기관들이 주관사로부터 공모주를 배정받기 위해 주식을 팔지 못하는 기간을 늘려야 하므로 투자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조 본부장은 "필연적으로 기업 펀더멘털 분석을 강화할 수밖에 없는 만큼 단기 차익을 노린 경쟁적인 수요예측 참여는 상당히 줄어들 전망"이라며 "이미 공모주 투자를 전문적으로 해온 기관에는 오히려 기회"라고 말했다. "현대 운용은 중장기 투자를 지향하는 전략 비중을 높여 왔다"고 덧붙였다.

펀더멘털 분석을 깊이 하지 않았던 기관이 수요예측을 포기하면서 좋은 종목을 잘 골라낸 운용사가 원하는 물량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본부장은 단타 기관이 급격히 줄어 원하는 물량보다 더 많은 물량을 받게 되는 초과 배정 리스크에도 가치투자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충분히 초과 배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데 원치 않는 많은 물량을 배정받게 되면 해당 기관에는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투자 제한선까지 물량을 신청할 수 없도록 제도가 마련된 상태라 중장기 가치 투자 하우스에는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초과 물량을 받더라도 해당 종목 주가가 락업 해제 이후까지 우상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락업 강화 첫 사례였던 S2W 사례에도 "규제 적용 후 수요예측으로 이전 대비 락업 비율이 3배 정도 증가하면서 상장 후 주가 변동성이 상당히 줄었다"면서 "IPO 예정 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결과"라고 평했다.

"공모주 상장했다고 무조건 매수하지 않아… 좋은 기업이면 3년까지도 투자"

머니S와 인터뷰 중인 조 본부장./사진=현대운용

공모주 펀드로 운용을 시작한 조 본부장은 락업 강화 전부터 현대운용에서 공모주 중장기 투자 전략, 이른바 포스트 IPO 전략을 활용했다. 상장 전 청약 단계를 넘어 상장 1~3개월 뒤 단타 투자자들이 빠져 거품이 사라졌을 때 성장성이 우수한 기업을 집중 매수하는 전략이다.

이런 분석 역량을 바탕으로 한 현대 운용 코스닥벤처 펀드 수익률은 장기간 코스피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해당 펀드 수익률은 ▲1개월 15.84% ▲3개월 20.84% ▲6개월 42.12% ▲1년 61.78% ▲3년 72.26% ▲5년 73.73%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5.27% ▲17.31% ▲32.31% ▲31.84% ▲40.81% ▲39.85%다.


자신감을 가진 현대 운용은 이런 전략을 갖고 ETF 시장에까지 진출했다. 유니콘 포스트 IPO 액티브 ETF는 상장 6개월 이내 종목을 단순 추종하는 비교지수와 달리 ▲씨에스테크놀로지 ▲에이피알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등 지난해 상장 종목을 가장 높은 비중으로 담았다.

조 본부장은 "좋은 기업이라면 산업 싸이클을 고려해 2~3년까지도 보유해 중장기로 투자한다"며 "많은 투자자가 유행처럼 특정 테마 ETF를 따라가는데 테마보다는 전략을 기준으로 구성한 ETF가 지속할 수 있는 투자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조 본부장은 밸류에이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공모 기업을 고객으로 둔 주관 증권사들은 가치 평가를 비교적 후하게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 유사 기업을 활용한 고평가 사례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2차전지 기업이라고 다 LG에너지솔루션과 비교해 공모가를 정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자체적으로 유사 기업을 찾아 비교할 때가 많다"며 "당연히 사업이 정말 유사한지가 첫 번째이고 시가총액이 비슷한 수준인지,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인지 등을 살펴본다"고 했다.

공모주에 직접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재무제표를 다 뜯어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해당 기업이 어떤 산업에서 어떤 위치로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지는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공모주는 시황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쉽게 흔들리지 않는 주관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공모주에 직접 청약하면 1억원을 신청해 100만원도 못 받는 사례가 많은데 그럴 바에는 펀드나 ETF 투자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좋은 공모주 투자 상품을 고르는 기준에는 "증권사에서는 계열 운용사 펀드와 단기간 급등으로 인기를 끄는 펀드를 소개하는 데 중요한 것은 위험 대비 수익률"이라며 "3개월뿐 아니라 6개월, 1년, 3년까지도 수익률을 비교해보고 안정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