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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아인협회 고위 간부가 농아인들을 상대로 수천만원 상당의 돈 상납을 받는 등 갑질을 벌인 사실이 알려졌다.
15일 JTBC에 따르면 농아인들의 권리를 위해 세워진 한국농아인협회 고위 간부의 갑질 의혹이 제기됐다. 전주 한 카페 안 CCTV를 보면 대화하던 중년 남성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자기 바지를 내리는 모습이다. 이 남성은 직원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한쪽 허벅지가 얇아졌다고 큰소리를 쳤다. 대화상대는 말을 할 수 없는 농아인이었다.
농아인이 당황해 옷매무새를 고쳐주려 하자 손을 들어 때리려는 듯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농아인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다. 문제의 중년 남성은 지난달까지 한국농아인협회 사무총장이었던 조모씨다. 이 자리에 있었던 농아인 직원은 "여성 수어 통역사도 한자리에 있었는데 수치스럽고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비장애인인 조 전 총장은 협회 운영 전반을 좌지우지했다. 사무총장은 수어 통역센터 인사권을 쥐고 있었는데, 이 센터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농아인들에게 몇 안 되는 좋은 직장이었다. 이에 농아인 직원들은 조 전 총장의 갑질에도 반기를 들기란 쉽지 않았다.
무소불위 권력을 쥔 조 전 총장은 수천만원 상당의 돈을 상납받기도 했다. 회원들은 내부 행사에 참여하면 조 전 총장에 대한 감사 의미로 특정 개인 계좌로 돈을 보내야 했다. 제주도와 태국에서 열린 세 차례 내부 행사의 모금 내역을 보면 참가자 한 사람당 5~10만원씩 입금됐는데 이 금액만 4600만원이 넘는다.
농아인들에게 행사 감사비를 받은 게 문제가 되자 조 전 총장은 '자발적이었다'는 확인서를 쓰라고 압박했다. 조 전 총장은 "돈을 받아다 주길래 받은 것뿐인데 내가 돈 벌어서 다들 여행 보내주고 선물 주는데 내가 미쳤다고 그 확인서도 안 쓰는 놈들을 다음에도 보내주겠냐?"고 폭언을 내뱉었다.
조 전 총장은 외국에 다녀오는 직원들에게 양주 밀반입을 강요하기도 했다. 조 전 총장은 "내가 양주 수집한다. 세관에 붙잡히면 압수다. 농인들은 손짓, 발짓하면 풀어준다. 지금 가져와서 팔면 2배 값 받는다. 몇 년간 묵혀 놓으면 한 서너 배 올라간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사무총장직을 지낸 조 전 총장은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스스로 사퇴했다. 그러나 올해 초 또다시 사무총장직으로 돌아왔고 지난달까지 갑질을 이어갔다.
이와 관련해 협회 측은 "전 사무총장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