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오른쪽)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한·미 관세 협상 일정을 마치고 19일 오후 귀국한다. 사진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입국했던 김정관(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 정책실장. /사진=뉴스1

3500억달러(약 49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구성을 둘러싼 한·미 관세 협상이 여전히 교착 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협상 일정을 마치고 19일 오후 귀국해 앞으로 협상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이날 대통령실은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던 김 정책실장이 오후 5시40분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같은 항공편으로 귀국하고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하루 뒤인 오는 20일 별도 항공편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김 정책실장은 귀국 직후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번 협상 내용을 보고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 16일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함께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출국했으며 현지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약 2시간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

김 정책실장은 회의를 마친 뒤 "2시간 동안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이어 백악관 업무시설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약 50분 동안 별도 면담을 갖고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자금 운용 방식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해당 자금을 전액 직접투자 방식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한국은 국내 외환시장 충격을 우려해 직접투자 비중 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이번 협상을 '완전 타결'보다는 '조건부 합의', '정상 공동성명 수준의 합의'로 마무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실무선에서의 합의가 쉽지 않은 만큼 정상회담에서 정치적 결단을 통해 방향을 정하는 '톱다운 방식' 접근이 유력하다.

농산물 시장 개방 문제도 막판 변수로 부상했다. 중국의 제재로 대두(콩) 수출길이 막힌 미국을 상대로 한국 정부가 일부 대두 수입 확대를 검토하는 이른바 '대두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위 실장은 지난 17일 "농산물 관련해 (1차 관세협상 타결) 이후 새롭게 협상된 것은 듣지 못했다"면서도 "유일하게 들은 것은 대두 정도"라고 언급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쌀 등 민감 품목은 제외하되 대두 일부 조정을 통해 교착 상태를 완화하는 방안이 현실적 대안으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 정책실장이 귀국 직후 한·미 협의 결과를 일부 공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협상 진전 여부를 섣불리 낙관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여전하다.

대통령실은 김 정책실장의 귀국으로 협상단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번 주 초 대통령 주재 회의를 열고 후속 전략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번 협상 결과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직결된다. 정상회담에서 3500억달러 펀드 구성안과 통화스와프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공개 일정을 최소화한 채 외교·경제 라인으로부터 수시로 보고를 받으며 협상 진행 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