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봄까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경영진 평가 시즌이 이어진다. 올해 거둔 호실적이 현 리더십의 재임용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모양새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산 규모 상위권 증권사 10곳 중 7곳에서 최고경영자의 임기가 12월부터 내년 봄 사이 끝난다. 여기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이 포함된다.
이번 인사에서 증권사들이 올해 거둔 경영 성과가 인사 결정의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주식 거래량 증가로 중개 부문 수수료가 늘었고, 기업 자금조달 시장도 활기를 되찾으면서 전년 대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김미섭·허선호 공동 대표 체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진행된 조직 재편에서도 이원화된 대표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6600억원대 순이익을 올렸고, 해외 사업에서 전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경영진 교체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김성환 대표 체제에서 상반기 순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며 업계 처음으로 반기 기준 1조원 고지를 밟았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메리츠증권 장원재 대표와 대신증권 오익근 대표도 비슷한 상황이다. 메리츠는 올해 첫 임기임에도 우수한 실적을 거뒀으며, 대신증권은 수년간 안정적 경영을 이어오며 지난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까지 획득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주사 계열은 '불확실'…NH투자는 리스크 관리 '숙제'
독립 증권사와 달리 금융그룹 계열사들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모회사의 전체적인 조직 운영 방침이 개별 증권사 CEO 인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하나증권 강성묵 대표의 경우 하나금융 부회장도 겸하고 있어 증권사 운영에 계속 매진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KB증권의 김성현·이홍구 각자 대표 인사도 주목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취임 2년 차를 맞아 그룹 전반의 조직개편이나 세대교체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복잡한 케이스는 NH투자증권이다. 윤병운 대표는 지난 7월 종합투자계좌(IMA) 지정을 위해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로부터 6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지원을 성사시키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 임직원들의 불법 거래 의혹으로 당국 조사를 받은 점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리스크 통제 역량이 재임용 심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