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가 잇따르자 주요 증권사들은 신뢰 경영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머니투데이

증권사들이 잇따라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체계를 강화하며 신뢰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공개정보 관리, 신용거래 리스크, 상품 판매 구조 등 전 과정의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AI와 전문 조직을 활용한 감시체계를 확대하는 추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투자증권은 신용거래 리스크 관리 고도화에 나섰다. 전담 프라이빗뱅커(PB)가 무리한 신용거래를 권유하지 않도록 점검 체계를 마련하고, 특정 종목의 신용대출 잔고가 과도할 경우 자동 경고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여기에 감리·리서치·컴플라이언스·심사 부서가 참여하는 4단계 심사 절차를 통해 신용융자 가능 종목을 세밀하게 관리하고, AI 기반 신용리스크 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종목별 위험도를 실시간 분석한다.

NH투자증권은 최근 '내부통제 강화 TFT(태스크포스팀)'를 출범시키고 '신뢰 강화 대책방안'을 마련했다. 미공개 중요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임직원을 등록·인증하는 '중요정보 취급 임직원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프로젝트 단위로 통제 체계를 전환했다.

공개매수·유상증자·블록딜 등 투자은행(IB)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인력을 대상으로 자금세탁방지(AML) 기반 점검 체계를 적용하고,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등 가족 계좌까지 감시 범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는 "신뢰를 선언이 아닌 시스템으로 구현하는 실질적 혁신"이라며 "정보관리 투명성과 내부통제 효율성을 동시에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김성환 대표 직속 '소비자보호 TF'를 신설했다. 소비자보호 TF는 상품 기획부터 판매,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리스크를 점검하고 고객 의견을 즉시 반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상품 설계·심사·판매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부당 영업행위 근절을 위한 내부 감시체계를 전면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김성환 대표는 "상품 품질과 고객 신뢰를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아 업계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평가 강화와 소비자보호 규제 확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신뢰를 기업 가치의 핵심 축으로 재정의하는 모습이다. 최근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미공개정보 이용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며 피해자 규모가 커지고 시장 신뢰도가 훼손되는데 따른 조치다.

사후 점검이 아닌 사전 차단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 패러다임을 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AI(인공지능)과 데이터 등 첨단 기술 적용 범위도 확대하는 흐름이다.

정용욱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총괄사장은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유지는 금융투자회사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내부 시스템, 영업점 관리, AI 기반 모니터링 등 다층적인 보호장치를 지속 강화해 고객 자산이 불의의 손실을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하고 건전한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해 선제적인 리스크관리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