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해외 시장에서 수익성을 대폭 개선하며 K뷰티의 질적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선제적으로 추진한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이 3분기 실적 호조로 이어지면서 K뷰티의 외형 확장과 함께 수익 구조를 강화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1082억원, 영업이익 104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39.0% 증가한 수치다. 아모레 측은 "라네즈, 설화수, 려 등 주요 브랜드의 운영 효율화와 함께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 41%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은 해외 사업이었다. 3분기 해외 사업 매출은 3% 증가, 영업이익은 73% 상승하며 수익 구조가 크게 강화됐다. K뷰티 업계에서 가장 먼저 선언한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이 본격적인 성과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코스알엑스(COSRX)의 바이럴 확대, 신규 브랜드 포트폴리오 다각화, 글로벌 더마 시장 공략 등이 주효했다.
올해 창립 80주년을 맞은 아모레퍼시픽은 중장기 비전으로 '크리에이트 뉴뷰티'(Create New Beauty)를 선언하고, 2035년까지 글로벌 톱3 진입과 해외 매출 비중 70%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창립 80주년 기념사에서 "우리가 함께 만든 K뷰티도 어느덧 세계 뷰티 문화의 한 축으로 당당히 역할하고 있다"며 "과거의 성공에 갇히지 않고 새롭게 꿈꾸고 새롭게 도전해야 새로운 기회의 문도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 더 많은 고객에게 새로운 뷰티 경험을 선사할 것(Everyone Global)"이라며 "향후 10년간 아모레퍼시픽은 매출 15조 규모의 뷰티 & 웰니스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며 현재 50% 수준의 글로벌 매출 비중을 70%까지 높이고 프리미엄 스킨케어 시장에서는 글로벌 Top 3로 도약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펜타곤 5대 시장' 지역별 특성에 맞춘 마케팅 전략
아모레퍼시픽의 'Everyone Global' 전략은 ▲북미 ▲유럽 ▲인도·중동 ▲중국 ▲일본·APAC 등 '펜타곤 5대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리밸런싱을 가속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미주 시장에서는 라네즈의 견고한 성장과 함께 에스트라, 한율 등 신규 브랜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코스알엑스는 틱톡샵을 중심으로 바이럴이 확산하며 고성장했다. 에스트라와 한율은 세포라 입점 매장을 캐나다까지 확대하며 북미 시장 내 K더마와 클린뷰티 카테고리를 선도하고 있다.
EMEA(유럽·중동) 시장에서는 라네즈가 영국 부츠(Boots), 스페이스NK(Space NK) 등 주요 채널에서 30% 후반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으며, 이니스프리는 60% 이상 신장했다. 에스트라 역시 영국 세포라에 론칭하며 유럽 더마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중화권 시장은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에 집중한 결과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려(Ryo) 브랜드가 헤어 카테고리에서 높은 성과를 냈다. 일본 및 APAC 시장 역시 현지 유통사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각 지역 고객 특성에 맞춘 상품과 콘텐츠를 개발하고 글로벌 유통사와의 협업을 강화해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성공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K뷰티의 위상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해외에서 가성비 브랜드로 인기를 얻고 있어 인디 브랜드들은 빠른 시장 안착을 위해 B2B(기업 간 거래) 중심으로 수익성을 다소 낮추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선제적으로 수익성 강화 전략을 주도한 것은 K뷰티 산업의 미래를 위해 매우 긍정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