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계엄 안 된다' 또는 '재고해 주십시오'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 집무실에서 받은 문건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위증한 혐의는 인정했다.
지난 24일 뉴스1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내란 중요임무 종사,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의 공판을 열고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재판 시작에 앞서 오는 26일 오전 10시 결심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반대'라는 단어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후 깜짝 놀라 "우리나라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경제가 정말 망가질 수 있다. 이건 굉장히 중대한 일이다. 재고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반대'라는 단어를 사용했느냐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 물음엔 "명시적으로는 안 썼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한 전 총리를 향해 "비상계엄을 막을 의사가 있었다면 '비상계엄 안 된다'고 호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기인데 왜 가만히 있었나"라고 묻자, 한 전 총리는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등 연륜 있는 분들이 말씀해 주시는 게 좋지 않나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저도 좀 더 열심히 합류해서 행동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일 녹화된 대통령실 CCTV에 의하면 한 전 총리는 집무실에서 3건의 문건을 가지고 나왔다. 다만 그는 집무실에서 가지고 나온 문건은 일절 기억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며 고개를 숙였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포고령을 받았고, 해당 내용으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이라는 점을 알았음에도 방조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대통령으로부터 계엄에 대한 얘기를 듣고부터는 어떤 경위를 거쳐 무슨 일을 했었는지에 대한 기억이 굉장히 부족하다"며 "거의 멘붕(멘털 붕괴) 상태 내지는 보고 들은 것이 제대로 인지되는 상황은 정말 아니었다. 그런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국민들께 죄송하기도 하다"고 했다.
국무위원 소집을 건의한 건 계엄 선포를 만류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입장이다. 한 전 총리는 "어차피 그 국무회의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도 못한 상황이었지만 좀 더 많은 위원이 와서 반대 의견을 밝히고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선 계엄에 찬성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오라고 재촉한 이유에 관해서는 "계엄 선포를 빨리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 오히려 너무 늦어지면 그냥 선포가 돼버리지 않을까 우려도 했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 전 총리는 "문건을 파쇄한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생각해 위증한 게 맞느냐"는 특검팀 질문에 "네. 제가 헌재(헌법재판소)에서 위증했다"고 답했다. 또 사후 계엄 선포문에 서명한 경위에 관해선 "계엄이 해제됐고 전체적으로 안건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확보하려고 하는 걸로 가볍게 생각했다"고 했고, 이후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에게 사후 계엄 선포문 폐기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선 "사후적으로 사인을 한 것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자의적 권한 남용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 및 폐기한 혐의,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최근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신문을 마친 뒤 오는 26일 심리를 종결할 예정이다. 선고는 내년 1월21일 혹은 28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