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가수 이준호가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 '태풍상사'가 시청률 10.3%를 기록하는 등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며 종영했다.
'태풍상사'(극본 장현/연출 이나정·김동휘)는 1997년 IMF 당시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되어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이준호)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준호는 '강태풍'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솔직하고 다채로운 감정을 펼치며 호평받았다.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준호에게 촬영 비하인드부터 캐릭터 해석, 그리고 작품이 남긴 여운까지, '태풍상사'에 담긴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태풍이를 만나 정말 행복한 한 해였죠"
이준호에게 '태풍상사'는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애정을 쏟은 작품이었다. 그는 "저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다 보여준 기회였고 태풍이라는 캐릭터를 만나 정말 행복했던 한 해였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1부 엔딩이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는 태풍과 그 옆으로 흐르는 IMF 뉴스. 이준호는 "모든 드라마는 1부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 장면을 보고 작품에 꼭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전했다. 실제 방송에서도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아버지와 아들, 주저앉은 어머니 그리고 그들을 번갈아 바라보는 태풍의 시선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촬영 중반부에 해당 신을 찍었을 때 감독은 IMF와 아버지의 비극을 어떻게 연출할지 고민이 많았다. 이준호는 "태풍이의 타이트를 엄청 많이 따려고 했다가 다른 장면에서 감정이 잘 드러나서 한 테이크로 진행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야외 촬영이 많았던 만큼 모든 신을 공들여 촬영했으며 2부 엔딩신은 2~3일간 촬영했다고 기억했다.
강태풍이라는 캐릭터의 솔직함과 감정 표현은 이준호가 놓치지 않으려 했던 디테일이었다. 그는 "화낼 때는 화내고, 웃을 때는 환하게 웃는 모습이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였다. 감정 표현에 숨김이 없는 인물이라 직원과 시청자들도 응원하게 된다. 다채로운 인물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장이 너무 행복했다"… 시청률 10.3%로 유종의 미
작가가 첫 만남에서 '국민 아들·국민 남친·국민 사장'이라는 수식어를 요구한 것에 대해 이준호는 "강태풍을 보고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이 이런 인물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가님도 그런 이야기를 해서 바라보는 바가 비슷하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의견 차이 없이 잘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태풍상사 직원들에게는 그런 존재가 되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IMF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시대적 고증에도 신경을 썼다. 이준호는 "쿨 이재훈, 미스터Q 김민종 선배님의 스타일을 참고했고 당시 유행했던 가수들의 의상을 시안으로 찾고 없는 것들은 제작했다"며 "실제로 최근 은행에 갔을 때 당시(IMF) 은행원이셨던 분이 '어쩜 그리 똑같이 만들었냐'고 하셔서 제대로 된 고증이구나 생각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태풍의 솔직한 성격 덕분에 자연스러운 애드립도 가능했다. 안전화로 프라이팬과 철근을 뚫는 장면, 신발 밑 소망 글귀 등 아이디어도 이준호가 제안해 작품에 반영됐다. 이준호는 "SNS에서 그런 식으로 마케팅하는 걸 보고 감독님께 아이디어를 보내드려서 채택해주셨다"며 "오히려 강태풍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자유로웠기 때문에 저 역시 애드립도 아이디어도 자유롭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상대 역인 김민하와 '태풍상사' 직원들과의 현장 분위기를 묻는 말에는 "너무 쫀쫀했다"고 답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준호는 "리허설 없이도 호흡이 좋았다. 연기적 스트레스가 없었고 모두가 중요 신을 알고 부담 없이 연기했다. 선배님들도 편하게 하라고 해주셨고 민하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고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준호가 표현한 강태풍은 많은 공감을 끌어냈고 '태풍상사'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태풍상사' 최종회는 10.3%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이준호는 "드디어 (10%)넘었구나 하는 기분이었다. 작품을 만들어준 모든 분들이 행복했으면 했다. 끝까지 언제 넘을까 생각했지만 마지막에는 10%를 넘어서 뿌듯했다"고 밝혔다. 이준호는 '태풍상사'가 유독 그리운 이유에 대해 "한 살 더 먹어서 그런지 아쉬움이 남는다. (웃음) 하지만 지금 할 수 있는 모습 중 최선을 다해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현장의 호흡과 즐거움이 아직 나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