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는 등 국정원장 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조 전 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모습. /사진=뉴스1

12·3 비상계엄 선포를 미리 알고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18일 뉴스1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이날 국가정보원법 위반, 직무 유기 등 혐의를 받는 조 전 원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에 앞서 피고인과 검찰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심리 계획 등을 정리하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다. 조 전 원장도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조 전 원장은 비상계엄 선포 경위를 인식하고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국군 방첩사령부의 정치인 체포 활동을 지원하라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를 듣고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직무 유기)를 받는다.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대통령과 국회 정보위에 보고할 국정원장의 의무를 어겼다는 게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의 시각이다. 특검팀은 국정원장 보고 의무를 직무 유기 혐의로 의율한 첫 사례라고 밝힌 바 있다.


조 전 원장은 또 계엄 선포 당일 홍 전 차장의 국정원 청사 내 행적인 담긴 CCTV 영상을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에만 제공하고 더불어민주당에는 주지 않아 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조 전 원장은 계엄 이후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한 혐의(증거인멸)도 받고 있다.

아울러 국회에 나와 "계엄 당일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관련 지시나 문건을 받은 바 없다"고 위증한 혐의와 국회 내란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등에 답변서를 허위로 제출한 혐의(국회 증언·감정법 위반)도 함께 적용됐다.

장우성 내란 특별검사보(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 체포 지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내란의 징표였고 파면 절차에서 핵심 쟁점이었다"며 "조 전 원장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사실상 은폐했고 그 과정에서 홍 전 차장을 거짓말쟁이로 몰아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전 원장 측은 "홍 전 차장이 보고했다는 내용과 조 전 원장이 보고받고 인식했다는 내용 자체가 다르다"며 "증거인멸 혐의도 대통령경호처의 일방적 통보가 있었을 뿐 비화폰 내에서 무엇이 없어지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위증 등 혐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며 본인 의지에 반해 위증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20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입증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증거 조사 계획에 대해 "이 사건의 쟁점은 내란이 아니라 계엄 당일 대통령실 회의 참석이나 홍 전 차장과 통화 면담"이라며 "상호 다툼이 있는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증인 신문할 수 있도록 필요한 증거조사 방법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