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6간담회의실에서 열린 'AI 기본법 투명성·책임성 라운지테이블' 참가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지선우 기자

"미국·EU는 고마워 하겠지만 대한민국이 앞장서서 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최성진 스타트업성장연구소 대표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의실에서 열린 'AI 기본법 투명성·책임성 라운드테이블'에서 기조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인공지능(AI) 기본법은 지난해 1월 21일 제정돼 오는 22일 시행될 예정이다. 한국이 법을 시행할 경우 세계 최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법제화를 서둘렀지만 현재는 도입을 미루고 있다. 한국도 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치권은 예정대로 추진하는 상황이다. 스타트업 업계는 현재 도입을 미루고 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내고 있다.


정지은 코딧 대표도 "자칫하면 스타트업 규제로 비춰질 수 있다"며 "50인 미만 기업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 미국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AI 기본법이 시행될 경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법 조항과 모호한 사안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선임전문위원은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사용자와 이용자 사이에 분쟁을 일으킬 요인이 있다"며 "기업의 영업기밀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측 입장을 대변한 김형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AI 법제도센터장은 스타트업 업계의 법 시행 유예 주장에 대해 "5년을 미루면 기업이 과연 준비할지 모르겠다"며 "행정 해석이기 때문에 법원에 의해 뒤집힐 수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어떤 부처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며 "AI 기본법은 기업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은 AI 기본법이 전반적으로 모호해 해석의 여지가 과도하게 넓다는 점이다. 최 대표는 "오는 22일 시행이 확정된 상태에서 강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시행령과 하위 법령을 재정비한 뒤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꼭 쥐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추진한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절반가량은 법 내용을 알고 있지만 준비를 하지 못했고,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곳은 1~2%에 불과하다"고 했다.


최 대표는 투명성 조항과 관련해 "고영향·생성형 AI를 통해 만들어졌을 경우 이를 알리도록 한 것"이라며 "법이 시행되면 사전 고지 의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투명성 의무의 적용 대상이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자신이 적용 대상인지 아닌지를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 고지 방식도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방법과 기계가 판독할 수 있는 방법 두 가지가 있는데 "이를 모두 적용해야 한다면 과도한 규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이유로 시행령의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대표는 법에 명시된 '주된 이용자' 범위가 불명확하다고 했다. 그는 "연령·신체적·사회적 조건 등을 고려해 표시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다"며 "주된 이용자가 아니라면 나머지 10% 이하는 무시해도 되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고영향 AI 적용 대상에 대해서도 "사업자가 스스로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라며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라운드테이블을 주최한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론회 말미에 김형준 센터장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앞서 기업들의 AI 기본법 유예 요구를 일축한 바 있다. 황 의원은 "NIA에서 말씀하신 부분이 걸린다. 이 자리는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이지 탑다운 방식으로 내려꽂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와도 맞지 않고 NIA의 공식 입장이라면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정책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