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후 미국이 그린란드로 눈길을 돌렸다. 미국의 그린란드에 대한 관심은 사실 최근의 일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만 그린란드를 넘본 것은 아니다. 미국은 19세기부터 그린란드에 대한 꾸준한 욕심을 보였다.
1867년 러시아로부터 720만달러(약 104억원)에 알래스카를 매입한 앤드류 존슨 행정부는 그린란드, 아이슬란드도 눈독을 들였다. 하지만 당시 미국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 당시 트루먼 미 대통령은 그린란드 매입을 덴마크에 제안했지만 덴마크는 이를 거절했고 1951년 덴마크와의 방위협정에 따라 그린란드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미국에 부여했다.
그린란드에 피투픽 우주군기지를 운영 중인 미국이 다시금 그린란드에 야욕을 드러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그린란드 안보 우려… 유럽·덴마크보다 우리가 더 낫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구상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밴스 부통령은 "그린란드는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뿐 아니라 전 세계 미사일 방어 체계에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가 유럽 우방국들에 요청하는 것은 그린란드의 안보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며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조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프랑스·영국·독일·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덴마크 정상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국민의 것이며, 덴마크와 그린란드만이 이 문제를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린란드는 북미와 북극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미사일 공격 발생 시 조기 경보 체계 구축과 해당 지역 선박 감시에 유리하다. 미국은 1951년 덴마크와 체결한 그린란드 방위 협정에 따라 그린란드에 군사 기지를 건설·유지할 권리를 인정받고 병력을 주둔시켰다.
그린란드 탐내는 미국, 속내는 천연자원?
뉴욕타임스는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그린란드가 지닌 천연자원 광물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미 미국은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방위조약이 체결돼 있다며 매입이나 심지어 군사적 옵션 사용까지 언급하는 이유가 자원을 독점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측근들이 그린란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전략적 위치뿐 아니라 얼음 아래 매장된 핵심 광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분석가들은 미국이 섬을 소유하지 않아도 투자 협력이나 사업계약을 통해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미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하거나 인수하려는 이유 명확하다. 덴마크·그린란드와 협의만 하면 되는 기존 협정조차 무시하는 트럼프식 과시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과 유럽 등과의 경쟁을 원치 않아서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린란드는 최근 기후 변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접근이 용이해진 희토류·우라늄·철 등 천연자원에 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당한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국제법 필요 없어"… 노골적인 '힘의 논리'
지난 8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를 통해 미국 대통령으로서 갖는 전 세계적 권한에 제한에 대해 "하나 있다. 나 자신의 도덕성"이라며 "나를 멈출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국제법이 필요 없다"며 "나는 사람들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법을 준수해야 하지만 국제법이 미국을 제약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 결정권자는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확보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지 중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며 미국이 중심이 되지 않는 대서양 동맹은 기본적으로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그린란드 확보에 반대하고 있는 유럽에 압박을 가했다.
아울러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소유권은 매우 중요하다. 성공을 위해 심리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임대나 조약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소유권을 통해서는 할 수 있다. 소유권은 단순히 서류에 서명하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제국주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제기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그린란드를 향한 야욕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장악 시도, 중국의 타이완 점령 시도 등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그린란드 원주민 "누가 주인이라도 상관없어"
그린란드 이누이트 사냥꾼은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두고 미국이 영토 매입·군사적 활용 가능성에 대해 "미국이든 덴마크든 상관없다"고 밝혔다. 그는 기후 변화로 무너지고 있는 그린란드 현실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영국 BBC는 지난 8일 그린란드 북부 마을 카나악에 사는 원주민 이누이트 사냥꾼 알레카치아크 피어리(42)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피어리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소유할 가능성에 대해 "덴마크든 미국이든 한 점령자에서 다른 점령자로 바뀌는 것일 뿐"이라며 그린란드가 이미 덴마크 통치 아래 놓인 식민지 구조 속에 있으며 지역 주민들은 많은 것을 잃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 영토 편입을 반대하는 원주민들도 있다. 그린란드 이누이트 주민인 모건 앙가주(27)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차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이야기해 끔찍하다"라며 "그린란드 주민들이 스스로 땅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린란드 주민들 대부분은 미국의 영토 편입에는 반대하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덴마크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지향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 이에 미국은 그린란드 인구 약 5만7000명을 회유하기 위한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8일 미국이 그린란드 주민 1인당 1만달러(약 1454만2000원)에서 최대 10만달러(약 1억4542만원)까지 일시불로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