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뉴스1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정부·여당이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국민의힘이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추후 청문회를 강행할 경우 이재명 정부의 '탕평 인사'라는 취지가 일부 희석될 수 있어서다.

이 후보의 갑질 논란과 아파트 부정청약 등 각종 의혹이 6월 지방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당이 이 후보에 대해 자진사퇴 또는 지명 철회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19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당초 여야가 합의한 이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를 시도했으나 국민의힘이 부실한 자료 제출을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인사청문회는 열리지 못했다.

임이자 재경위원장(국민의힘·경북 상주시문경시)은 재적 위원 4분의 1이상 요구가 있는 경우 개회해야 한다는 국회법을 거론하면서 "양당 간사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위원장으로서 청문회 안건을 상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야당 간사인 박수영 의원(국민의힘·부산 남구)은 "(이 후보에게 요구한 자료 중) 제출된 답변은 전체 15%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의원(개혁신당·비례대표)도 "허술한 자료로 면죄부를 주는 청문회가 돼선 안 된다"고 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관악구을)은 "간사와 협의도 없이 후보자를 앉히지도 않는 것은 청문회를 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우선 청문회를 시작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나가도록 진행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하지만 여야 대치가 계속되면서 이날 오전 정회가 선포됐다. 오후에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추후 인사청문회 일정 조율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자료 제출 미흡 지적과 관련해 "과장"이라며 "75% 정도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보수 정당 소속인 이혜훈 후보의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청와대의 외연 확장 제스처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2022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의 낙선은 문재인 정부의 실책 뿐 아니라 중도층 공략 실패에 원인이 있다고 진보 진영은 보고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역대 선거에서 승패를 결정한 요인 중 하나가 중도 확장 여부"라고 했다.

하지만 이 후보에 대한 청문회가 차질을 빚으면서 청와대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국회는 인사청문요청안 제출 후 20일 이내에 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해야 한다.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재송부 요청에도 청문경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이 후보를 둘러싸고 보좌진 갑질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 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리스크'를 안고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경찰이 이 후보 관련 의혹 7건을 수사에 나선 점도 인사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에겐 부담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이 후보의 자진 사퇴나 청와대의 지명 철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보수 인사를 영입하려는 진정성은 분명히 있다고 보여진다"면서도 "다만 국민의힘이 이 후보에 대한 도덕적·윤리적 공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임명 강행 등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천하람 의원은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에 "이 후보의 부적격 사유는 차고 넘치지만 보좌진 갑질과 부정청약이 가장 심각하다"며 "해명도 거짓말과 궤변, 말바꾸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진 사퇴와 지명 철회는 물론이고 부정청약 등에 대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