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나 볼 수 있던 시즌제 드라마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 대중화의 흐름을 타고 한국에도 상륙했다. 아예 다음 시즌을 염두에 두고 스케일과 작품의 세계관을 확장한 작품들도 생겨났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에서 종종 방영되던 시즌제 드라마가 최근에는 지상파에서도 제작되기 시작하면서 향후 시즌제 드라마의 확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편집자주>
② 시즌제 드라마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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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포스터 |
#직장인 A씨는 27.6%라는 놀라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2016년 작품 SBS '낭만닥터 김사부'가 3년만에 시즌2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1'(이하 김사부1)은 지방의 초라한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괴짜 천재 의사' 김사부(한석규)와 열정이 넘치는 젊은 의사 강동주(유연석), 윤서정(서현진)이 펼치는 '진짜 닥터' 이야기를 다루며 성공을 거둔 작품. 시즌1 애청자였던 A씨는 시즌2에 배우 서현진, 유연석 대신 이성경과 안효섭이 등장한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케이블과 종편을 넘어서 지상파도 시즌제 드라마 제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요즘, 시즌제 드라마는 인지도 면에서 초반 화제성 몰이에 유리하고, 인기나 작품성을 검증받은 안정적인 콘텐츠라는 점에서 제작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시즌제 드라마가 잇따라 전파를 타면서 정착 가능성도 조금씩 엿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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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희애(왼쪽)와 김성령. /사진=머니s DB |
◆배제할 수 없는 '배우' 캐스팅
시즌제 드라마에서는 시즌1으로 성공을 거둔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하는지가 시청자들의 주된 관심사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기존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아닌 새로운 배우가 역할을 대신하는 것에 대해 거리감이 들기 때문이다.
지상파 첫 시즌제 드라마라 할 수 있는 SBS 드라마 '미세스 캅'(2015). 김희애 주연의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야심 차게 두번째 시즌이 2016년 바로 나왔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주연배우가 김희애에서 김성령으로 바뀌었고 대부분의 배우도 교체된 데다 미니시리즈에서 주말극으로 편성이 바뀌는 등 시청자와 교감하기 힘들었기 때문.
반면 ‘검법남녀 시즌2’에서는 시즌1과 같은 주연배우(정재영, 정유미)가 그대로 등장했다. 또 제작환경과 팬덤을 등에 업고 수사극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 개성 뚜렷한 캐릭터, 더욱 탄탄해진 스토리로 전 시즌보다 진보한 완성도와 선명함을 보여줬다. 기존 출연진에 장철(노민우 분)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더하며 새로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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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들호 시즌1과 시즌2 포스터 |
◆교체된 제작진 ‘용두사미’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2 : 죄와벌’(이하 동네변호사 조들호2)은 시즌제 드라마의 장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1회, 2회에서 각각 6.1% 6.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월화극 1위에 등극했다. 2016년 방송되며 17.3%의 시청률을 기록한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시즌2를 기대한 이들이 많았고 시즌1에서 조들호로 활약한 박신양과 새롭게 합류한 고현정의 연기 대결도 기대감을 높이는 데 한몫했기 때문.
그러나 기대와 달리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방영내내 악재에 시달렸다. 한상우 PD의 출연배우와의 불화설에 이은 하차설, 박신양의 부상, 작가교체설로 2주간 결방한 ‘동네변호사 조들호2’는 연이은 구설에 휘말리며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반면 JTBC ‘보좌관’은 촬영 전부터 10부작의 시즌1과 시즌2를 확정지으며 시즌제 드라마를 표방했다. '당초 처음 기획은 시즌제가 아니었지만 인물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시즌제를 선택했다'는 곽정환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시즌제를 통해서 현장에 근무시간 규정을 지켜가면서 저희도 아침에 대본 볼 수 있는 여유를 처음 느껴본다. 그런 좋은 여건 속에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를 소재로 하지만 스릴과 서스펜스, 블랙코미디까지 있는 드라마”라던 곽 감독의 예고대로, '보좌관'은 시작부터 최종화까지 “정치는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리얼리티를 살린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따라서 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한 장태준(이정재 분)의 엔딩은 씁쓸했지만 현실적이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여기에 고석만(임원희 분)의 죽음은 미스터리까지 추가하며 시즌2의 기다림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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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배우들과 제작진. /사진=넷플릭스 공식 트위터 |
◆시즌제 드라마 ‘연속성이 관건’
이제 막 상륙한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는 이야기의 연속성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점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시즌1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시즌2에 그대로 출연하기에는 스케줄상 쉽지 않을뿐더러 시작부터 시즌제로 기획된 작품이 아니라면 완전히 차별화한 세계관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반면 2017년 첫 방송된 OCN ‘보이스’는 국내 시리즈물 중 장르물로는 드물게 긴장감을 이끌어내며 시즌3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미스터리의 한가운데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스러움, 끝내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싶어 했던 도강우의 감정선을 정확히 캐치하며 존재감을 빛낸 이진욱, 예상치 못한 순간과 쉴 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묵묵히 극의 중심을 잡았던 이하나. 지난 시즌에 이어 '보이스3'까지 함께하면서 쌓인 끈끈한 동료애는 완벽한 시너지가 됐고 이는 곧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드라마 ‘킹덤’ 또한 애초에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제작에 돌입한 작품. 등장인물과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감으로써 연속성을 살려 다음해 2월 초 크랭크인에 들어가는 '킹덤'은 시즌1 마지막 화에서 서비(배두나 분)와 조범팔(전석호 분)이 생사초를 찾기 위해 언골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좀비들의 비밀을 알아냈지만 고립돼 위기에 빠져 시청자들의 애를 태웠다.
'킹덤 시즌2'에서는 서비가 좀비들에게서 빠져나와 이창(주지훈 분)과 좀비 사태를 해결하고 조학주(류승룡 분)의 음모를 해결하는 내용이 그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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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준, 이하늬, 김남길, 김성균, 금새록(왼쪽부터)이 지난 2월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미디어홀딩스에서 열린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
◆시즌제 드라마 장르물만?
올해 안방극장에서는 장르물이 넘쳐났다. 특히 장르물에 대한 시청자 팬층이 넓어짐에 따라 지상파도 장르물로 눈을 돌리고 OCN도 '보이스3'로 시즌제의 명성을 이어갔다.
반면 수사극이 아닌 코믹드라마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 명성을 이어간 tvN ‘막돼먹은 영애씨’는 지난 2007년 시즌1을 시작해 12년 동안 무려 17개의 시즌을 선보였다.
대한민국 대표 노처녀 '영애(김현숙 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직장인들의 고군분투와 삶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유일무이한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로 자리매김한 ‘막영애’. 짠내나는 노처녀 시절부터 영애의 성장사를 함께한 시청자들은 엄마이자 ‘워킹맘’으로 돌아온 영애에게 깊은 공감을 보냈다. ‘맘영애’라는 확 바뀐 분위기와 함께 웃음과 공감도 한층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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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막돼먹은 영애씨17` 주연배우 김현숙과 이승준.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
지난 2월 SBS 첫 금토드라마로 포문을 연 이명우 PD와 박재범 작가 콤비의 익스트림 코믹수사극 '열혈사제'는 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 시청률 11.6%(전국 10.4%)로 시작해 회를 거듭할 때마다 상승곡선을 그렸고 마지막회에서는 20%를 훌쩍 뛰어넘는 자체 최고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김남길과 이하늬, 김성균, 금새록, 고준 등이 출연한 '열혈사제'는 분노조절장애 가톨릭 사제와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가 늙은 신부 살인사건으로 만나 공조수사를 펼치고 만신창이 끝에 일망타진하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로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속 시원한 스토리, 감독의 센스 넘치는 연출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추면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만큼 '시즌2'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금이야말로 한국형 시즌제 드라마는 본격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시점이다. 장르물에 치우친 시즌제 드라마로는 시청자의 다양한 콘텐츠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실밀착형 공감을 장착, 참신한 웃음을 선사하는 에피소드들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시즌제 드라마가 새 지평을 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