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요" vs "히잡 벗으래요"… 한국 속 무슬림, 어떻길래 [Z시세]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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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들이 이슬람교에서 금하는 돼지를 먹거나 전시하는 등 이슬람 사원 건립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5일 이슬람 사원 공사장 인근 주택가에 놓인 돼지머리. /사진=뉴스1
#1. 대구 북구 대현동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한 주택 대문 앞에 삶은 돼지머리 2개를 갖다 놨다. 이슬람 사원이 동네에 들어서는 것에 대한 항의의 의미다. A씨는 검찰에 송치됐지만 "날이 더워질수록 돼지머리 냄새가 심해지니 돼지머리를 교체해 거리에 계속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2. 대구 북구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B씨는 오물 테러를 일으켰다. 이슬람 사원 공사장 근처 골목길에서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하얀 액체를 뿌렸다. 당초 돼지기름으로 추정됐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검정 결과 식물성 기름으로 판명됐다.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을 두고 주민들과 무슬림 사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 일대 골목에는 돼지머리 고기가 놓였고 거리에서 바비큐와 수육을 먹는 주민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민들이 이 같은 행위를 하는 이유는 이슬람교에서 돼지를 금기시하기 때문이다.

대현동에 거주하는 한 40대 주민은 수년째 소음과 향신료 냄새로 피해를 봤다고 호소한다. A씨는 "이슬람 사원 건립을 3년째 반대하고 있다"며 "새벽까지 이어지는 소음과 통행 불편 등 관련 민원을 올해에만 3번 넣었다"고 말했다.

해가 바뀌어도 계속되는 고통에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생기기도 했다. 김정애 비대위 부위원장은 "무슬림 유학생들이 종교의 자유가 있듯이 주민도 권리가 있다"며 "주택 밀집 지역에 100명이 넘는 불특정 인원이 다니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어 "밤마다 소음을 일으키는 문제는 생각 안하고 무슬림 유학생들이 언론에 인터뷰하는 것을 보면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테러리스트 저리 가!'… 외면받는 무슬림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은 폭언을 듣거나 이슬람교에서 금하는 음식을 보여주는 등 문화폭력에 시달린다고 토로한다. 사진은 대구경북인권주간조직위원회 기자회견(왼쪽)과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기자회견. /사진=뉴스1, 독자제공
이슬람 사원 건축을 둘러싼 갈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다양한 혐오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은 문화 폭력에 노출돼 심리적으로 불안하다고 토로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아모씨(30대·여성)는 "버스나 공원에서 공공의 안전을 이유로 히잡을 벗으라고 강요하는 일이 있다"며 "특히 서울에서 벗어날수록 혐오 발언이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K-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와 '꽃보다 남자'를 보고 지난 2013년 한국에 온 아씨는 차가운 현실의 벽에 상처받는 일이 많았다. 아씨는 "한국 사람이 저에게 테러리스트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무슬림이 낯설 수 있지만 오해를 풀고 미워하는 마음을 줄이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아버지 사업 때문에 온가족이 한국으로 이주한 타모씨(20대·여성)는 "길을 걷다 보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며 "외출이 고민될 때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면접을 보러 가면 무슬림이어서 안된다고 하거나 종교를 포기하면 합격시켜주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알모씨(20대·남성)는 "무슬림이고 남성이라는 이유로 한국인들이 무서워한다"며 "냄새 나고 무서우니까 가까이 오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무슬림은 라마단 기간에 음식과 흡연 등을 금한다"며 "이런 모습을 보고 그렇게 절제하면서 테러는 왜 저지르냐고 따지는 사람도 있다"고 억울해했다.



"이슬람교? 여성 억압·테러 일삼는 종교 아닌가요"


온라인상에서 이슬람교나 무슬림에 대한 혐오 발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지난달 3일 게시된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 관련 갈등 기사./사진=머니S 기사 캡처
이슬람교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앗살라말라이쿰'(평화가 당신과 함께 하기를)과 함께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라고 생각되지만 여성 억압과 테러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9월 이란에서는 마흐사 아미니(22)가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연이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른바 '히잡 시위'가 일어났다. 이 시위로 최소 529명이 사망하고 1만9700명 이상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이 청바지를 입거나 종교가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살해당했다는 뉴스도 종종 접한다. 이는 '명예 살인'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다.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도 있었다.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선교 활동을 하러 갔던 샘물교회 봉사단은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돼 2명이 사망하고 21명이 40여일 동안 붙잡혔다가 풀려났다. 올해에는 국내에 거주하던 무슬림이 테러단체 알 카에다와 관련된 곳에 송금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 불편을 호소하는 내국인들이 적지 않다.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는 김모씨(여·20대)는 "야근이나 회식 등 늦은 시간에 귀가할 때 내심 무섭다"며 "집 앞 골목길에 수염을 기른 무슬림 남성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을 함부로 대하거나 억압한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다 보니 무슬림 남성을 마주치면 긴장된다"고 설명했다.

'테러 청정국'으로 꼽히는 한국의 치안 유지를 위해 무슬림을 입국시키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모씨(여·20대)는 "시리아 내전 등에 따른 무슬림 난민이 유럽으로 대규모 유입됐다"며 "이 난민 출신들이 테러를 모의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무슬림들이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확신이 없다"고 불안해했다.



한국전쟁부터 경제협력까지… 가까운 '이슬람 국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튀르키예와 한국의 인연이 재조명됐다. 사진은 한국 전쟁 당시 참전한 튀르키예군이 한국인 아동에게 수통을 건네는 모습(왼쪽)과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에서 아이에게 물을 건네는 한국 구조대. /사진=명민호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 사회에서 무슬림은 아직 낯설다. 하지만 알고 보면 한국은 꽤 오랜 시간 무슬림과 가까이했다. 튀르키예(수니파)와 이란(시아파)이 대표적이다.

튀르키예는 멀리 떨어진 무슬림 국가지만 형제의 나라로 불린다. 한국전쟁 당시 참전한 튀르키예군이 한국군을 도왔기 때문이다. 이란은 한국 경제 발전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 1973년 1차 석유파동 때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했고 한국은 건설 노동자를 현지에 파견하는 등 중동 특수를 누렸다.

몽(활동명)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무슬림 혐오가 과장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튀르키예 강진 당시 한국은 구조대 파견과 구호물품 기부 등 정부·민간 구분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무슬림에 대한 혐오가 심하다고 가정하면 어려운 조치다.

몽 위원장은 "튀르키예 강진과 관련해 명민호 작가가 일러스트(삽화)를 공개했는데 튀르키예는 물론 한국인의 가슴을 울렸다"고 소개했다. 삽화는 한국 전쟁 당시 참전한 튀르키예군과 강진 피해 현장에 파견된 한국 구조대의 모습을 그렸다. 약 70년의 세월을 두고 전쟁 피해 아동과 지진 피해 아동을 구조하는 모습이 나란히 배치돼 뭉클함을 안겼다.

그는 무슬림을 향한 무분별한 혐오를 막기 위해서는 차별을 금지하는 조치나 제도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중 하나가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이는 성별이나 나이·인종·출신국가 등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안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개입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하면 불합리한 행위가 줄어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국내 유일한 한국인 이맘(이슬람 교단의 지도자)은 종교 바로 알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주화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이맘은 "이슬람교는 기독교·불교와 함께 세계 3대 종교"라며 "문화를 이해한다면 충분히 공감하면서 한국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이웃 종교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슬람교는 정치와 경제·사회·문화 등 사회생활 전반이 합쳐진 종교다. 무슬림은 6가지 종교적 믿음과 5가지 의무인 '6신5주'를 따른다. 신앙적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하루에 5번 기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이맘은 "이슬람교는 기도의식 등 무슬림으로서 지켜야 하는 5가지 기둥이 있다"며 "이런 특징이 낯설게 느껴지니 과격한 종교라는 오해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에 20만여명의 무슬림 신자가 있다"며 "한국 사회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칼럼을 연재하고 이슬람교 바르게 알기 프로젝트, 문화강좌 등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사회와 공존… 무슬림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 사회와 이슬람교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협의체를 만드는 등 소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사진=정원기 기자
국내에 거주하는 무슬림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한국 사회와 정서에 맞지 않는 생활양식이 있기 때문이다. 혐오와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슬림도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소음 문제라고 하면 기도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대부분 '아잔'과 관련된 갈등"이라고 밝혔다. '아잔'은 이슬람교에서 예배 시간을 알리는 소리다.

'아잔'은 무슬림 예배 시간에 따라 동틀 녘부터 자정까지 하루 5번 울린다. 종교시설이 생기면 필연적으로 소음 문제가 발생하는데 사원 측에서 조절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백 전임연구원은 "사원 근처에 거주하는 분들이 새벽부터 '아잔' 소리를 들으면 화가 날 수 있다"고 공감했다. 이어 "하지만 충분히 대화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법적 소음 기준을 지키는 등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 전임연구원은 문화 차이에 따른 분노와 폭력을 경계했다. 그는 "다른 가치관에서 오는 두려움은 인간으로서 당연하다"면서도 "무슬림 앞에서 돼지고기를 먹거나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행위는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백 전임연구원은 "폭력집회나 헤이트 스피치의 경우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방치하면 강대강 상황에 따라 양쪽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의 직접 개입이 부담스럽다면 협의체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며 "소통 창구를 마련하면 회의 내용이 기록되기 때문에 추후 혐오 발언이나 소음 문제에 대한 법적 조치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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