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막막했는데 잘 된대요"… 사주 보며 위안 얻는 Z세대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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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기성세대만 사주풀이를 보는 것이 아니라 Z세대도 사주에 열광한다.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 사주카페의 모습. /사진=이홍라 기자
"올 한해는 참 힘들 거예요."
"그래도 2026년부터 좀 괜찮아질 겁니다."

사주전문가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태어난 생년월일시를 제공하자 인생 전반에 대한 로드맵이 펼쳐졌다. 기자가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어떤 복이 있는지 막힘없이 알려줬다. 뿐만아니라 어디가 아픈지, 어떤 성격인지도 말해줬다. 기자는 오직 태어난 생년월일시만 알려줬을 뿐인데 사 전문가는 기자를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얘기했다.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에 근거해 그 사람의 길흉화복을 알아보는 사주에 기성세대만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Z세대도 사주를 자주 본다. Z세대는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잘 맞는 사주집 후기를 공유하며 정보를 주고받는다. 또 Z세대답게 직접 방문하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사주풀이를 보기도 한다.

기성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진 사주에 디지털 세대인 Z세대가 열중하는 이유는 뭘까.


취업과 연애가 가장 고민인 Z세대


Z세대는 주로 취업과 직장 문제, 연애와 결혼 여부가 궁금해 사주를 본다. 사진은 지난 2021년 가수 츄가 사주를 보러가 언제 결혼할 수 있을지 물어보는 모습. /사진=지켜츄 Chuu Can Do It 유튜브 캡처
기자는 지난 19일 종로에 있는 한 사주카페를 찾았다. 사전에 예약한 후 방문한 터라 바로 사주전문가 A씨와 마주 앉았다. 그는 이름과 생년월일시를 물었다. 책을 보며 빈 종이를 가득 채운 A씨는 오행을 모두 갖춘 좋은 사주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남편복과 부모복이 있으나 재물복이 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손금에서도 재물선이 약하다며 아쉬워했다.

사주를 다 본 후 20대도 많이 찾아오는지 묻자 A씨는 사주를 나이 많은 사람이 볼 거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젊은 사람이 더 많이 찾아온다고 답했다. A씨는 "오늘도 20~30대가 대부분"이라며 "오히려 40~60대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A씨는 젊은 사람은 대부분 '취업'과 '연애'때문에 찾아온다며 기자도 똑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학생은 언제 취업할 수 있는지, 취업할 때 전공을 살려야 할지 물어본다. 이미 취업한 사람은 다니고 있는 회사와 자신이 잘 맞는지, 이직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고 부연했다.

'연애'는 나이와 관계없이 애인의 유무에따라 질문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애인이 있다면 이 사람과 오래 만날 수 있는지, 앞으로 결혼할지, 없다면 언제 생기는지 궁금해한다"며 "사람이 하는 고민은 다 똑같다"고 웃었다.

사주 거리에서 만난 B씨(여·20대)는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은데 해도 괜찮을지 고민돼 사주를 봤다"며 "긍정적인 얘기를 들어 남자친구와 다시 방문할 예정"이라고 만족해했다.


"생각보다 잘 맞아요"… 주기적으로 사주 보는 Z세대


Z세대는 여러 이유로 철학원이나 사주카페 등을 찾는다. 사진은 기자가 사주를 보는 모습. /사진=이홍라 기자
회사원 박모씨(여·27)는 20대 초반에 호기심으로 철학원을 찾은 이후 매년 새해가 되면 사주를 본다. 그는 지난 2019년 계속해서 취업이 되지 않자 철학원을 찾았는데 아직 취업운이 오지 않았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1년 정도 더 준비하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조언을 들었다. 실제로 박씨는 1년 뒤 본인이 만족하는 회사에 취직했다.

사주대로 일이 풀리자 박씨는 매년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올해는 건강을 조심하라고 해서 건강관리에 유의하고 있다"며 "1년을 계획하기에 앞서 철학원에서 올해가 어떨지 들으면 미리 준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는 "호기심으로 본 사주가 생각보다 잘 맞았다"며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운이 안 좋아서라고 생각하니 의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정모씨(남·26)는 매달 유튜브를 통해 월간 운세를 본다. 정씨는 사주를 보고 왔다는 친구의 말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아직 학생이라 돈을 내고 사주를 보기엔 부담스러워 영상플랫폼 유튜브에 사주를 검색해봤다. 한 채널에서 매달 월간 운세를 올려주는 걸 발견한 정씨는 매달 이 영상을 챙겨본다.

정씨는 "완전히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조심하라고 말해주는 건 신경쓴다"며 "이달엔 사람과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해서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엔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달이라고 해서 자격증 준비를 했다"며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취업준비생 황모씨(여·24)는 최근 처음으로 사주를 보러 갔다. 황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막막해 철학관을 찾았다. 사주를 보고 난 후 황씨는 미래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 황씨는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을 시작하면 잘할 거고 돈도 많이 벌 거라고 해줘서 힘이 났다"며 "가족이나 친구에게 말할 수 없는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생긴 기분"이라고 흐뭇해 했다.


미래가 불안한 세대, 사주로 위안 얻어… 맹신은 금물


명리학을 오래 공부한 한 사주전문가는 사주를 무조건 맹신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사진은 서울시 종로구 사주 거리의 모습. /사진=이홍라 기자
이처럼 Z세대가 주기적으로 사주를 보는 이유는 뭘까. Z세대는 본인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 취업에 대한 걱정도 많다. 하지만 학생이거나 이제 갓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에게 조언해줄 사람은 많지 않다.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터놓지 못할 고민이나 그들도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없는 난관에 직면했을 때 사주풀이를 통해 위안을 얻거나 도움을 받으면 자연스레 자주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주는 단순한 주술에 불과하다. 사주를 통해 위안을 얻는 것은 좋지만 의존하는 태도는 위험하다.

경북 구미시에서 철학원을 운영하는 사주전문가 C씨(여·55)는 "젊은 사람들이 힘들어서 찾아오면 사주를 봐주면서 앞으로 잘할 수 있다고 위로해준다"고 말했다. 명리학을 오래 공부한 C씨는 "사주가 오래 전부터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 일정 부분 맞기는 하나 100% 신뢰할 정도는 아니니 무조건적으로 맹신하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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