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권 보호를 위한 아동학대 제도개선 간담회를 열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권 보호를 위한 아동학대 제도개선 간담회를 열고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내 아이는 왕의 DNA를 가졌다'며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편지를 보내 교육 방식을 간섭하고 강요한 교육부 공무원의 갑질 논란 이후 잘못된 발달장애 사설 치료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갑질 의혹 당사자인 교육부 사무관 A씨는 편지 내용에 대해 "치료기관의 자료 일부"라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 아이의 병을 키울 수 있다면서 제2의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 사무관 A씨는 자녀의 담임교사에 대한 갑질 의혹 파문 이후 지난 13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경계성(경계선) 지능을 가진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왕의 DNA' 표현에 대해 "아이를 위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찾아간 기관에서 받은 자료"라고 해명했다.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교육부 사무관이 자녀 담임교사에게 보낸 편지 /사진=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교육부 사무관이 자녀 담임교사에게 보낸 편지 /사진=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A씨가 교사에게 보낸 편지에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니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말하라" "극우뇌 아이들은 인사하기 싫어하니 인사를 강요하지 않도록 한다" 등 요구사항이 담겼다.

'왕의 DNA'는 실제로 한 민간연구소의 치료법에 등장한 용어다. 해당 연구소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스펙트럼장애 등을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소장 김모씨는 온라인 카페에 게시한 글을 통해 "극우뇌 아이를 우리의 방식대로 양육하면 ADHD, 틱 등을 바로 치료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등록 비용은 2019년 기준 ADHD·틱 170만~200만원, 지적장애 200만~250만원 수준이다. 김씨가 2021년에 낸 2건의 특허 등록공보에는 "지적·지체·언어장애 6~8개월, 자폐 증상 5~7개월 이내에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보호자 행동지침도 명시돼 있다. "잘못을 모른 척 편들어주기" "지시 및 명령투로 말하지 않기" "고개 숙이는 인사를 강요하지 않기" 등 A씨의 편지 내용과 유사하다.


해당 연구소의 치료 방식은 2010년대 초반 사회적 논란이 됐던 안아키 사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안아키는 극단적인 자연주의 치료법으로 아동학대 논란을 일으켰다. 아토피를 앓는 아이에게 피부를 긁도록 놔둔 뒤 햇빛에 쪼여 소독을 하거나 설사하는 아이에게 숯가루를 먹이는 등의 치료를 해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은 교육부 5급 사무관이 지난해 11월 3학년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직위해제를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드러났다.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해당 사무관의 행위를 교권 침해로 판단하고 서면 사과와 재발 방지 서약 작성 처분을 내렸지만 사무관은 교권보호위 처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