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늘어도 빚도 커지는 중형조선사들… 워크아웃법 일몰로 '초비상'

[머니S리포트-위기의 중형조선사] ② 경영 정상화 위해 기촉법 재입법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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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 조선업계가 수주량 증가로 호황기에 접어들었으나 중형업체들은 여전히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5년부터 이어진 구조조정에 충격을 받은 인력들은 돌아오지 않고 업체들은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 제도의 법적 근거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지난 10월 종료되면서 기업 회생을 위한 선택지는 법정관리만 남았다. 협력업체들이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선박 수주에 필요한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 부족으로 계약이 취소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재도약의 문턱에서 시름 하는 중형조선소의 현실을 짚어봤다.
대선조선 영도조선소 전경. / 사진=최유빈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조선업 호황은 남의 얘기, HJ·대선·케이 등 중형사들은 '울상'
②매출 늘어도 빚도 커지는 중형조선사들… 워크아웃법 일몰로 '초비상'
③자금난에 인력난까지… 지친 중형조선사들 "정부 지원 절실하다"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을 채권단 주도로 채무상환 유예와 신규자금 지원 등으로 회생을 지원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지난 10월15일로 종료되면서 중형조선업계에 위기감이 감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경영여건이 악화한 시점에 기업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는 것을 막고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 법안이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조선업계에 남은 선택지는 법정관리뿐이다. 법정관리는 부도를 내고 파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회생 가능성이 보이는 경우 법원 결정에 따라 제3자가 자금을 비롯한 기업활동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제도다. 하지만 법정관리는 워크아웃과 달리 수주계약 해지, 경영권 상실 위험 등의 가능성이 크다. 기촉법을 다시 재입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중견 조선사 위기인데… 기촉법 '일몰'


부산 소재 중형조선사인 대선조선은 한 달 전 주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조선업계가 수주량이 늘면서 호황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대선조선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인력 부족으로 선박 건조가 지연되면서 선박의 대금 수령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원가가 상승한 것도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선조선 외에 다른 중형조선사들도 상황이 좋지 않다. HJ중공업의 조선 부문은 올 상반기 매출이 26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8% 증가했지만 영업손실(833억원)도 전년동기(-296억원) 대비 3배가량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은 1에 못 미친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란 것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으로 일시적 한계기업이 될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케이조선도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4% 많은 324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과거에는 중형조선사들이 일시적 경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워크아웃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대선조선 외 다른 중형조선업체는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됐다. 워크아웃 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기촉법이 지난 10월16일부터 효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기촉법 연장안이 발의됐었지만 여야의 정쟁으로 국회 정무위원회에 발이 묶이며 입법 처리가 무산됐다.


워크아웃은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겪는 기업에 만기 연장과 자금 지원 등을 해주는 제도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여파로 기업들이 줄도산하자 2001년 한시법(유효기간이 정해진 법)으로 기촉법이 만들어졌다.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채무 조정과 신규 자금 등을 지원할 수 있어 부실기업들의 신속한 경영 정상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법정관리와 달리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고 단기 유동성난에 빠진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였다. 법정관리에 비해 장점도 두드러진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워크아웃을 통해 기업을 정상화한 비율은 34.1%로 법정관리(12.1%)에 비해 높으며 정상화 기간도 3.5년으로 법정관리(10년)에 비해 짧다.

수많은 장점이 있지만 기촉법이 일몰되면서 워크아웃 제도가 법적 근거를 상실하며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대한 신속 자금 지원과 채무 조정이 어려워졌다. 경영위기에 놓인 중형조선사들이 재기를 위한 선택지는 법정관리만 남았고 이 경우엔 모든 채무가 동결되는 등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하기가 어렵다. 협력기업들의 동반 부실도 불가피하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업 한숨에 재입법 논의 들어간 국회


기촉법은 일몰과 부활을 반복해 왔다. 부실기업에는 필요한 제도지만 정부 주도로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는 까닭에 관치금융 논란과 시장의 자율기능을 위반한다는 비판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기촉법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를 겪으며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 연장된 바 있다.

과거 사례처럼 기촉법이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중형조선사 외에도 다른 산업계에도 한계 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많아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5월 분석한 결과 2022년 말 현재 국내 상장회사 중 17.5%는 한계기업에 해당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업들이 보다 다양하고 실효적인 정상화 수단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촉법 재입법을 위해 국회와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한 바도 있다.

국회도 재입법 논의에 착수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의 어려움 속에서 기촉법의 공백이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며 "기촉법상 워크아웃을 하게 되면 협력 업체로의 부실전이를 막을 수 있는데 야당의 협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촉법 재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반적으로 경기 상황이 어려울 때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업의 정상화에 도움을 줘야 한다"며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촉법을 재입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주도로 기업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론 기촉법이 없어져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시장이 너무 침체 돼 있는 상황이어서 자율화될 때까지는 제도를 유지 시켜야 한다"고 했다.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은 제도를 한시적으로 운영할 게 아니라 상시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회복 지연으로 한계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이 더욱 증대되는 상황"이라며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위기에 놓인 기업에 대해 신속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한듬
이한듬 [email protected]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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