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과 땀 냄새가 섞인 자동차업계에 흔치않은 여성 임원이 있다. 바로 이경애(40) 한국GM 전무다.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에서 마케팅 전략을 담당하다가 2008년 한국GM의 상무로 영입된 후 올해 6월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한국GM의 첫 여성 전무다.
이 전무에 대한 기대는 최근 쉐보레 100주년 기념일에서 드러난다. 3일 쉐보레 브랜드 론칭 100주년 기념식이 일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했다면 3~4일에 걸쳐 열린 여성 컨퍼런스는 5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비중 높은 행사였다. 이 전무는 글로벌GM 임원과 함께 4명의 강연자에 포함돼 ‘여성의 직장 내 진로’를 주제로 멘토링을 했다.
여성 컨퍼런스 준비에 한창인 이 전무를 인천 한국GM 부평공장 내 고객서비스 직영대리점에서 만났다. 외모에서 풍겨져 나오는 여성스러움 속에서 남성다운 강인함이 숨어있는 듯 했다.
![]() |
사진=지영호 기자
◆쉐보레 론칭의 1등 공신
이 전무는 한국P&G와 삼성전자를 거쳐 2008년 한국GM에 입사했다. 한국GM이 그를 영입한 이유는 ‘쉐보레(Chevrolet)’ 론칭을 주도할 인물로 적임자라는 판단에서였다.
쉐보레는 이미 잘 알려진 브랜드였지만 고민이 있었다. 일본을 통해 들어오면서 굳어진 발음 ‘시보레’를 그대로 쓰자니 정체성에 혼란이 생겼다.
글로벌GM의 아시아 전초기지인 한국GM은 자사만 유독 다른 발음으로 브랜드가 불리는 것도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해외에서 시보레로 발음하면 알아듣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언론에서는 시보레와 쉐보레를 혼용해 쓰면서 혼선이 발생했다. 브랜드명 문의도 끊이지 않았다.
“시보레는 일본을 통해 흘러들어온 이름이잖아요.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갖는데 걸림돌이 되더라고요. 새로운 어젠다를 설정하기 위해 쉐보레 브랜드 이미지 구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쉐보레를 발음하는 여성의 입 모양을 클로즈업 시켜 강한 인상을 남겼던 티져광고가 등장한 것도 이때다. 이 전무는 이 CF를 비롯해 대대적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 전략을 펼쳤다.
계속될 것 같은 혼선은 의외로 빨리 수습됐다. 외국어 표기법을 이유로 시보레를 고집했던 언론들은 하나 둘씩 쉐보레로 갈아탔다. 현재 극소수의 언론을 제외하고는 시보레라는 브랜드를 더 이상 쓰지 않고 있다.
쉐보레 브랜드 안착으로 인지도와 판매량은 크게 상승했다. 한국GM의 자체 조사결과 3월 론칭 직전까지 쉐보레를 인지하고 있는 사람이 90%를 넘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론칭 이후 8개월간 판매량은 20.8%나 성장했다. 이 전무는 쉐보레 론칭 성공의 공로로 지난 6월1일 전신인 대우차 포함 첫 여성 전무의 자리에 올랐다.
◆이번엔 ‘쉐비케어’다
3월1일 쉐보레 론칭과 더불어 한국GM은 ‘쉐비케어’라는 획기적인 고객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동안 ‘참 서비스’가 가지고 있던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흔히 3-5-7로 대변되는 쉐비케어는 신차 고객에 대한 품질보증 서비스다. 쉐보레 브랜드를 달고 있는 전 차종에 한해 3년간 무상점검 및 소모품 교환, 5년 10만km 보증수리, 7년간 24시간 무상 긴급출동 서비스 등이 서비스의 골자다.
차량 출고일 기준 3년 동안 엔진오일, 필터, 에어클리너를 교환해주고 5년간 주행거리 10km까지 엔진 및 동략전달계통과 냉난방장치를 무상으로 수리해준다. 통상 ‘2년, 4만km’나 ‘3년, 6만km’를 적용하는 업계 관행과 비교해 볼 때 파격적인 혜택이다. 다만 현재는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는 상황이 아쉬울 따름이다.
“비슷한 시기 경쟁 브랜드를 구입한 고객이 막대한 수리비용을 지불할 때 쉐보레 오너는 무상으로 서비스를 받게 되는 시기가 오겠죠. 그 때가 되면 쉐보레 브랜드 충성도가 더 높아질 겁니다. 르노삼성을 제치고 고객서비스 만족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확신하는 이유입니다.”
당초 쉐비케어는 올해까지 계획된 서비스였다. 쉐보레 론칭과 쉐보레 브랜드 100주년을 기념해 손실까지 감수하면서 기획한 작품이다. 이 전무는 쉐비케어 서비스를 진행한 실무 책임자다. 언제까지 쉐비케어 서비스가 진행될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글쎄요. 확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고객의 호응도가 높다면 당연히 연장해야죠. 응원 많이 해 주세요.”
■쉐비케어 서비스센터는 지역민 놀이터
인천 부평공장 내 자리한 인천 고객서비스센터는 마치 IT회사의 전시장을 연상케 한다. 정면에 안내데스크가 있고 오른쪽에는 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고객 창구가 있다. 반대편은 휴식공간이다. 차량 부품이 전시돼 있고, 작은 도서관과 TV시청 및 대기공간이 있다. 고객용 아이패드와 컴퓨터도 10대 이상이 구비돼 있다. 고객이 대기시간 동안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카페도 운영한다.
지역 고객의 반응은 만족스러웠다. 시원하고 놀거리가 많아 올 여름 지역민의 인기 피서지(?)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다른 고객서비스센터도 마찬가지였다. 깔끔한 인테리어 때문인지 강원도 원주 센터에서는 신발을 벗고 들어온 고객도 있었다.
민원처리 정보는 대기하는 동안 모니터를 통해 전달된다. 자신의 차량이 어디에서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는 지 이곳에서 음료를 마시고 게임을 즐기면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쉐보레 고객센터는 전국적으로 300여개. 이중 80% 정도가 리모델링을 마쳤다. 국내 자동차업체 대부분이 리모델링 비용을 대리점에 부담시키는 반면 한국GM은 본사가 부담해 리모델링 진행 작업이 수월한 편이다. 올해 말까지 리모델링 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프로필>
1971년 서울생/서울대 식품영양학과/하버드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MBA)/한국 P&G/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한국GM 마케팅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