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창씨(가명·37세)와 김수애씨(가명·36세)는 결혼을 2주일 앞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이 예비부부는 남들보다 늦게 결혼하는 만큼 다른 부부에 비해 몇배 더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욕은 앞서지만 걱정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분간은 맞벌이라서 큰 문제가 없지만 결혼 후 재무적인 상황이 지금보다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많다.

이들은 결혼이 늦은 만큼 2세를 서둘러 가져야 한다. 신부가 임신을 하면 외벌이가 되고, 비정규직인 신랑이 1년 뒤 정직원으로 전환하게 된다. 정직원이 되면 상황이 더 좋아질 줄 알았는데 그동안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며 여유시간에 과외로 일해서 추가 수입을 올렸던 일을 그만 둬야 한다. 오히려 지금보다 소득이 약 20% 줄어든다.

이 예비부부의 재무적인 상황을 살펴보면 신혼집 마련을 위해 부족한 3000만원을 대출 받았고, 2년 전 구입한 자동차할부금 500만원이 남아있다. 결혼하자마자 2세를 계획하고 있어 조만간 외벌이로 전환되고, 그즈음 신랑이 정규직 전환과 과외업무 중단으로 소득이 줄어 현재 맞벌이 소득인 월 650만원이 1년 이내에 350만원 수준으로 대폭 감소한다.

결혼 후 소비지출을 예상한 결과 대출금과 양가 부모의 용돈 등 고정지출이 있으며, 결혼 전 계획 없이 지출했던 씀씀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확실시되는 소득감소 상황을 감안할 때 이는 다소 과하게 책정된 소비지출이다.

작은 이익보단 마음이 편해야

이들은 결혼 후 매월 자동차할부금과 주택담보대출금을 고정적으로 갚아나가야 한다. 신부가 임신을 하게 되면 현금흐름에 큰 문제가 생기고 부채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불안해질 수 있다.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심리적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보유중인 자산을 꼼꼼히 체크해서 대출부터 먼저 상환해야 한다.

기존의 적금상품은 만기가 되려면 아직 1년이나 남았으므로 만기를 채우기보다는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중도해지해 부채를 상환하기로 했다. 또 신부명의로 가입한 주택청약종합저축도 해지해 부채를 갚는데 사용하기로 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해지하기로 한 이유는 이들이 집을 분양받거나 사서 소유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고, 주택 보유로 인한 세금이나 부대비용에 따른 추가적인 지출을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거 지인의 권유로 가입했던 보장성보험의 월 보험료가 과다하고 중복되는 보장도 많아 보험리모델링을 통해 보험료를 월 52만원에서 월 27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리모델링을 통해 확보된 해약환급금도 부채를 상환하는 데 쓰기로 했다.

적금, 주택청약종합저축, 보험 해약환급금으로 확보되는 총 3000만원은 ▲자동차할부 잔액 500만원 ▲주택담보대출 3000만원 중 2000만원을 조기상환(부부가 받은 담보대출은 조기상환수수료가 없어 언제든지 중도상환 가능함)하는 데 사용하고, 남은 500만원은 가정의 비상예비자금으로 CMA에 예치해두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여금에 대해서는 당분간 이자만 납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정리하면 부채가 많이 줄기 때문에 새롭게 출발하는 신혼부부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다. 때로는 대출금리와 저축금리 등을 따져봐서 부채를 일부러 발생시켜도 되지만 이 예비부부처럼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상황에서는 과감하게 금리로 인한 차익보다는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방향으로 재무계획을 수립하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
 
예식 전 '미래 가계부' 써보자

결혼 후 가상 현금흐름표를 작성하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커플들은 결혼 후 소비지출에 대한 가상 현금흐름표를 작성해봐야 한다. 소비지출 예산을 미리 예측해보면 결혼 후 계획적으로 지출할 수 있다. 결혼 전에는 아무래도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결혼 후보다는 더 크기 때문에 함께 소비지출에 대한 가상 현금흐름을 점검하는 것 자체가 결혼준비를 위한 긍정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 서로의 사랑이 더욱 단단해지는 덤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소득과 저축, 소비지출을 점검함으로써 결혼 후 가정의 자산이 어떻게 형성돼 가는지에 대해 함께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이런 예측을 통해 미래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대화를 통해 저축이나 지출 등 가계의 재무적인 주요사항을 함께 조정해 나가면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심도 높아지고 결혼 후에도 재무적인 대화로 가계의 미래를 계획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예식 전 '미래 가계부' 써보자

미래지향적인 소비지출계획을 세워라

이 예비부부는 가상 현금흐름을 짤 때 양가 부모와 본인들의 용돈을 과도하게 책정했다. 이러한 비용도 소득이 감소하면 감당하기 어렵다. 본인들의 용돈은 월 7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줄였다. 매월 양가 부모에게 똑같이 주기로 했던 용돈은 형편이 다소 어려운 김수애씨 부모에게만 매달 드리고 박수창씨 부모에게는 명절이나 생신 때만 챙기는 것으로 조정했다. 대신 현직에 있는 박수창씨 아버지가 퇴직하면 매월 적정한 금액을 정해 도와주기로 했다.

또한 결혼 후 월간 생활비도 계획된 예산 내에서 지출하되 아이 출산 후 양육비 증가로 인한 생활비가 늘어날 것을 고려해 출산 전까지 최대한 절약하기로 했다.

이런 전반적인 조정을 통해 김수애씨가 임신을 하거나 박수창씨가 과외의 일을 못해 소득이 감소하더라도 가계 현금흐름에 문제가 없도록 전반적인 조정을 마쳤다.

소득이 감소되기 전까지 조정한대로 소비지출을 하고 남은 금액은 출산비용과 초기 양육자금, 그리고 전세계약 만료 후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주택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두 저축하기로 했다.

박수창씨 커플에서 볼 수 있듯이 결혼 전 커플이 결혼준비를 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야 하는 것은 결혼 후 가계예산을 수립하는 것과 임신 및 출산에 따른 소득변동의 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보는 것이다. 결혼식 준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결혼 후 재무계획부터 세우는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