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각도의 단위 차이</b>
각도의 단위 ‘도(degree, °)’와 ‘%’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도’는 각을 이루는 두 변이 벌어진 정도를 뜻하며 1°는 한 바퀴를 360등분한 각도를 말하며 직각은 90°가 된다.
‘%’는 백분율로 경사에서 말하는 것은 상승고도/실제 움직인 거리 * 100%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을 살펴보면 경사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도로의 진행방향 중심선의 길이에 대한 높이의 변화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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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이미지=윤일석 제공 |
가령 그림1. 과 같이 높이 10m짜리 30°의 경사로가 있다면
실제 주행거리는 A->B(선분c)까지 20m, 상승거리는 C->B(선분a)까지 10m로 50%가 된다. 따라서 이 30°각도의 경사는 50%(sin30°)가 된다.
여기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본다.
수평상 움직인 거리인 A->C (선분b. 10*√3 = 17.32m)와 높이(10m)를 따져 57.7%(tan30°)가 되는 게 맞지 않냐고. 경사에 대한 개념이 있는 사람들도 거의 대부분 tan값을 기준으로 경사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b>⊙ 지도상 거리로 계산한 tanθ값보단 실제 동선거리로 계산한 sinθ값이 적절</b>
경사를 지도상 거리 대비 높이의 변화 비율로 본다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엔 ‘도로의 진행방향 중심선의 길이에 대한 높이의 변화 비율’로 명시되어있다. 즉, ‘실제 이동한 거리’에 대한 높이의 비율이 되는 것이다.
기초적인 물리학으로 봐도 그렇다. 가령 중량 1000kg짜리 소형차가 있다고 치자.
가령 이 차를 기중기로 수직(90°)으로 들어 올리는데 필요한 힘은 1,000kg(약 9,800N)이다.
그런데 그림 2. 와 같이 이 차가 45° 경사를 오른다고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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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이미지=윤일석=제공 |
그림 2. 에서 A-C의 거리가 10m라면 C-B의 거리도 10m가 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에 따라 A-B의 거리는 10*√2인 대략 14.142m가 된다.
차량중량은 1,000kg이지만 45°경사를 오르는데 필요한 힘은 1,000kg가 아니라 √2만큼 나눈 707kg(약 6,929N)이다. (물론 실제로 45°경사를 오를 수 있는 소형승용차는 없으며 가능하다고 해도 힘손실을 감안한 타이어의 구동력은 707kg이 넘어야 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론적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임을 감안할 것.) 차량중량의 70.7%힘만으로도 경사를 오를 수 있으며 이 0.707이란 값은 sin45°와 같다. 흔히 쓰는 방식인 tan45°로 한다면 100%라는 숫자가 나오며 tan90°면 ∞(무한대)가 된다. 하지만 실제 90°로 들어올리는데 드는 힘은 딱 중량만큼인 100%다.(이 경사에선 자동차나 자전거는 스스로 올라갈 수 없으므로 들어올린다는 표현 사용) sin90°이 100%인 것과 일치한다.
10%는 중량의 10%힘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사, 30%경사는 중량의 30% 힘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 정의를 내리는 게 경사에 대한 이해도 쉽고 논리적으로도 합당하다. 그런 점에서 도로의 경사는 흔히들 알고 있는 tanθ값이 아닌 sinθ값으로 따지는 게 맞다. 물론 대부분의 큰 도로는 10°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sinθ값이나 tanθ값이나 큰 차이가 없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tanθ값이 경사를 표기하는 단위로 쓰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