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물가채의 표면금리는 연 1.125%(1월 기준)로 일반국채보다 낮지만, 물가가 올라가면 수익률이 높아지고 반대의 경우엔 낮아지는 채권이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더라도 만기(10년)까지 보유할 경우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지난해 물가채가 외면받았던 것은 원자재 가격과 농작물 가격의 하락, 원화가치 고평가로 인한 수입물가의 하락에 정부의 정책요인(무상교육 등)까지 가세하며 소비자 물가(CPI) 상승률이 1%대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물가채는 원금증가분에 대한 비과세 혜택(2014년 발행까지만 해당)에 장기투자 시 분리과세 혜택이 부과되지만 지난해 저물가 기조가 심화된 탓에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올해는 달라질까. 증권전문가들은 "그렇다"고 말한다. 올해야말로 물가채에 투자해야할 적기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 올해 물가, 확실히 오른다
시장전문가들이 최근 들어 물가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이유는 올해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물가상승률은 2.3%. 지난해(1.3%)보다 1%포인트 높다. 이는 세계적인 기상악화로 인한 농산물 가격의 급등과 정치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이 예상되는 탓이다.
더불어 미국의 테이퍼링 진행으로 인한 원화가치의 약세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과 도시가스를 비롯한 공공요금의 인상, 더불어 가공식품 가격의 인상 등은 올해 물가를 올릴 요소로 지목된다.
김성노 KB투자증권 매크로전략팀장은 "향후 몇개월 이내의 가장 큰 변수는 소비자물가"라면서 "국내 소비자물가는 오는 6월까지 전년대비 2% 늘어난 수준으로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팀장은 이러한 물가상승률로 인해 채권시장의 투자매력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시장의 매력은 떨어지더라도 물가가 상승하면 물가채는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노려볼 만한 상품으로 변한다. 물가채는 물가상승분만큼 원금과 이자액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금상승분에 대해선 비과세가 적용된다는 장점도 있다.
허은한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전년 동월대비)인 상황에서 연간 2%대 초반의 물가상승률이 나온다는 것은 연말에는 물가상승률이 거의 3%에 육박한다는 것"이라며 "이 정도의 물가상승률이라면 물가채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
◆ 저렴해진 물가채…발행도 증가 추세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물가채 거래액과 발행도 늘고 있다. 지난 1월 물가채 거래액은 1조1263억원으로 전월(1427억원)대비 8배가량 늘었다. 2월 들어 13일까지 집계된 거래대금도 478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정부가 2015년 발행하는 물가채부터는 물가상승으로 인한 원금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지난해 발행된 물가채(13-4)의 경우 절세효과가 부각된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가 높아지다보니 발행물량도 늘고 있다. 지난해 저물가 기조가 심화되며 2월 251억원을 기록한 이후 감소추세를 나타내다 7월부터는 사실상 발행이 중단되다시피했던 물가채는 올 1월 1500억원어치가 발행되며 '부활'했다. 이는 지난해 1월(4469억원) 이후 최대치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가격'적인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BEI(Break Even Inflation)지수가 낮아지며 이제는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나온 것이다. BEI지수는 10년물 명목 국채 수익률에서 물가채 수익률을 뺀 수치를 지수화한 것으로, 통상 BEI가 하락할수록 물가채에 대한 투자메리트가 커진다.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BEI가 다시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물가채 투자자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선임 애널리스트는 "BEI는 2월 현재 120bp로 지난 2008년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2014년 물가상승률이 2%대를 회복하고, 2015년에는 2% 후반대가 예상되는 만큼 200bp 미만 수준의 BEI 레벨은 물가연동국채의 명목 국채 대비 초과수익이 가능한 저평가 구간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물가채, 투자적기는 언제?
물가상승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라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은데 금상첨화로 가격마저 저렴하다. 그렇다면 지금이 물가채의 투자적기일까.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물가채 금리 2.0%를 가정할 경우 물가채 원금은 올해 2.6%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거기에 BEI는 200bp 이상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물가채 금리를 2%로 가정했을 경우 연간 물가채 수익률이 4.6%가 가능하다는 소리다.
허 애널리스트는 "연말까지 물가채 10년 금리는 1.30~1.80%의 구간에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올해 BEI 스프레드는 170~230bp 수준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물가채의 절대금리가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제는 물가채 투자를 고려할 시점"이라며 "특히 계절적으로 1분기에는 설연휴와 신학기 효과로 인해 전월비 물가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 물가연계지수가 반영되는 시차가 2개월임을 감안하면 2분기의 물가채 원금상승 폭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상대가치 측면에서 물가채를 매수하고 명목채를 매도하는 포지션을 취하는 시점은 물가상승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상반기 말에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해보인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