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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무언가를 찾아 드넓은 대륙을 헤집고 다닌 세 교수의 이야기는 한편의 여행 다큐멘터리를 연상케 한다. 이를테면 우연히 찾아간 신발 가게에서 세 교수는 소상공업이 맞닥뜨리는 전략 과제가 제너럴 일렉트릭 같은 대기업에서 논의하는 그것 못지않게 다채롭고 흥미진진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로드사이드 MBA>는 명문 MBA 교수 3인방이 미 대륙을 횡단하며 만난 100여개 강소기업에서 이끌어낸 밑바닥부터 사업을 키워내는 비결을 담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4년간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길거리에서 소상공업의 흥미로운 전략 문제들을 수집한 다음 해당 분야에서 성공한 업체를 탐방했다.
사업이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혹은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기발한 전략으로 무장해 창의적으로 규모를 키운 기업이 있는 반면 규모가 작을 땐 매우 성공적이지만 더 큰 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는 기업이 대다수다. 오리건 주 그레셤에 있는 프리미엄 커피숍 실크에스프레소는 어떨까. 이 도시에서만큼은 이 커피숍이 글로벌기업 스타벅스를 앞서고 있다.
실크에스프레소의 강점은 뛰어난 커피 맛이다. 지역사회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열성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것 또한 경쟁우위를 가져다준다. 이 커피숍의 성장전략은 아이러니하게도 매장을 확장하지 않는 것이다. 최고의 커피 맛을 유지하기 위해 사장이 직접 커피 추출과정에 관여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관리의 수준과 규모를 동시에 높이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품질을 깐깐하게 따지는 실크에스프레소 사장은 품질유지를 담보할 수 없는 매장 확대 전략 대신 메뉴에 페이스트리와 샌드위치를 추가하는 전략으로 사업을 성장시켰다.
사업을 키우기 위해 기존의 강자와 일대일로 맞붙는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소기업은 가격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한 대기업에 의해 단번에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실크에스프레소 사례와 같이 성장을 위해 무리하게 규모를 확장하는 것보다는 핵심 역량은 유지하면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소기업에는 유리하다.
자신의 지역시장을 잘 알고 있는 것도 소기업이 대기업에 앞선 부분이다. 예를 들면 테네시 주 존슨시티에 있는 모리스베이커장례서비스 사장은 지역 주민들의 TV 시청 습관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소비자 정보를 바탕으로 그는 시청률이 높은 황금 시간대에 광고를 내보는 등 TV 광고를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직원들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한 강점이 있다. 콜로라도에 있는 엔지니어링 기업 GPS소스는 기술직 직원들과 영업직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정보를 교환한다.
이 책은 경영대학원 수업 주제들을 새로운 접근법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물론 책에 나오는 성공사례라고 해서 무조건 정답인 것은 아니다. 우리 기업, 나의 사업모델에 적용할 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실정에 맞게 접목하는 것은 독자의 몫일 것이다.
마이크 매지오 외 지음 | 청림출판 펴냄 | 1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