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식스 16기가 현아 37, 익월 말 표인봉 32세”
#. “놋4티이 38/아식스16 22 64 35/아식플16 35 64 52/익월 말 표인봉/69라는 숫자가 좋아요. 스크번이.”
최근 스마트폰 구매를 위해 온라인 사이트를 떠돈 이라면 '외계어' 같은 이들 '은어'가 낯설지만은 않을 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일부 사업자와 소비자들은 '표인봉'(페이백의 자음을 따옴), '현아'(현금완납)와 같은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빌리거나 '아식스'(아이폰6) 등 명칭을 유사하게 바꾸는 형식으로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온라인 사이트 등지에서 사용하고 있다. 정부의 단속을 피해 불법 보조금 혹은 우회 지원금 등을 제공하고, 제공받기 위함이다.
#. “놋4티이 38/아식스16 22 64 35/아식플16 35 64 52/익월 말 표인봉/69라는 숫자가 좋아요. 스크번이.”
최근 스마트폰 구매를 위해 온라인 사이트를 떠돈 이라면 '외계어' 같은 이들 '은어'가 낯설지만은 않을 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일부 사업자와 소비자들은 '표인봉'(페이백의 자음을 따옴), '현아'(현금완납)와 같은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빌리거나 '아식스'(아이폰6) 등 명칭을 유사하게 바꾸는 형식으로 그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온라인 사이트 등지에서 사용하고 있다. 정부의 단속을 피해 불법 보조금 혹은 우회 지원금 등을 제공하고, 제공받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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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사진=뉴스1 |
◆ '뛰는 단통법' 위 '나는 표인봉'
단통법이 보조금 차별을 막기 위해 등장했지만 여전히 어떤 사람은 비싸게, 어떤 이는 값싸게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게 현실이다. 단통법 시행 이후 한달 만에 벌어진 ‘아이폰6 대란’이 그 예다. 최대 55만원의 리베이트가 조성돼 현찰을 얹어주는 페이백 방식으로 우회 지원금이 만들어진 것.
이 같은 대란은 쥐도 새도 모르게 일어난다. 일부 소비자들만 ‘혜택’을 받고 다수의 소비자들은 다음날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전해 받는다. 이에 제값을 모두 주고 구매한 소위 ‘호갱’(고객+호구)들은 뒤늦게 소식을 알고 분통을 터뜨리기 일쑤. 이는 스마트폰 사업자들이 새벽시간대에 불법 보조금(혹은 우회 지원금)을 ‘깜짝’ 살포해서기도 하지만 정보제공에 은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들의 언어를 배우지 않고선 대란에 ‘탑승’(구매)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불법 보조금 살포를 막기 위해 단통법을 내놨지만 일부 사업자와 소비자들은 이를 비웃듯 은어를 동원하며 규제기관의 눈을 피하고 있다. 그야말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기관으로서도 이를 막을 방법이 뾰족하지 않다. 단통법 시행 이후 불법 보조금 제공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지만 정부의 눈을 피해 일어나는 크고 작은 ‘난’(대란, 소란)까지 막기에는 그들의 언어가 나날이 새로워져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예컨대 위의 예문을 알아보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첫번째 ‘아식스 16기가 현아 37, 익월 말 표인봉 32세’는 ‘아이폰6 16GB 37만원 현금완납, 32만원 페이백’을 의미한다. 페이백이란 의무기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사용자 계좌로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법적인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 외에 판매자에게 주어지는 리베이트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일종의 우회적인 지원금이다.
두번째 예문도 이와 같다. ‘갤럭시노트4 LTE 38만원/아이폰6 16GB 22만원, 64GB 35만원/아이폰6플러스 16GB 35만원, 64GB 52만원/다음달 말 페이백/요금제 6만9000원/SK텔레콤 번호이동’.
이밖에 ‘무’(無) 시리즈도 있다. 가입비 면제의 경우 ‘가면’ 혹은 ‘가무’로, 부가서비스 유지조건이 없을 시 ‘부무’, 유심(USIM)비가 무료일 때 ‘유무’ 등으로 만약 가입비, 부가서비스, 유심비 모두 없으면 '올(ALL)무', '3무'로 통용되기도 한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은어 사용 등으로 불법행위가 일어나는 주요 사이트 등은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은어가 나날이 증가하는 등 시장이 점점 음성화 돼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단, 이 관계자는 “방통위는 은어를 만들어 내는 판매자들과 대화채널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감시를 완벽하게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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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온라인커뮤니티 등서 사용되는 용어들. |
◆“정보가 곧 돈, 모르면 손해”
이처럼 정부는 은어 사용이 음성적인 영업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며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의 생각은 다르다. 통신사와 대리점 상술에 속지 않고 ‘호갱’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 같은 용어를 알아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온라인커뮤니티 사이트인 ‘뽐뿌’에 가입한 정중재씨(30)는 단통법 시행 이후 스마트폰을 어떻게 하면 보다 저렴하게 구입할까 고민하다 이 사이트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시중 대리점에서 사면 스마트폰 가격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 수 없기 때문에 ‘호갱’이 되기 십상"이라며 "단말가격도 지나치게 비싼데 이통사와 대리점에서는 고액 요금제를 강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뽐뿌에서 관련 용어들을 공부하고 나면 좀 더 가격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소비자로서는 저렴한 가격을 따라가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이 같은 사례들이 단통법의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최신형 단말기의 가격은 그대로인데 지원 받는 보조금은 줄면서 단말 구매에 대한 국민 부담은 되레 증가했다”며 “가계 통신비에 대한 고통이 가중되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곳을 찾아 헤매게 되고 수요에 따라 공급이 생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말기 가격에 낀 거품을 제거하고 통신요금을 인하하는 등 단통법을 대폭 보완하면 이 같은 은어를 이용한 음성적인 영업활동도 줄어들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음성적인 영업행위가 증가할수록 소비자 피해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예컨대) 페이백 제공 사업자는 한달 뒤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안 줄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불법행위에 해당돼 소비자들은 피해를 입고도 권리를 주장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은어 등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알면 재미있는 통신용어(‘뽐뿌’ 등 온라인커뮤니티 참조)
①욕음제: ‘욕’나오는 요금제로 6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에 주로 쓰인다.
②마샘: ‘마르지 않는 샘’의 준말로 출시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판매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③빙하기/해빙기: 보조금이 낮아 단말 가격 등이 비싼 시기가 지속될 경우 휴대폰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의미에서 빙하기. 그 반대는 해빙기.
④스나이퍼: 불법 보조금을 제공하는 판매자를 신고해 정부로부터 돈을 받는 자를 일컫는다.
⑤앱등이와 삼엽충: 애플과 삼성의 광적인 팬을 비하하는 말.
⑥채증: 불법 보조금을 주는 정황을 증거로 수집하는 행위.
①욕음제: ‘욕’나오는 요금제로 6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에 주로 쓰인다.
②마샘: ‘마르지 않는 샘’의 준말로 출시된 지 한참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판매되는 경우를 일컫는다.
③빙하기/해빙기: 보조금이 낮아 단말 가격 등이 비싼 시기가 지속될 경우 휴대폰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의미에서 빙하기. 그 반대는 해빙기.
④스나이퍼: 불법 보조금을 제공하는 판매자를 신고해 정부로부터 돈을 받는 자를 일컫는다.
⑤앱등이와 삼엽충: 애플과 삼성의 광적인 팬을 비하하는 말.
⑥채증: 불법 보조금을 주는 정황을 증거로 수집하는 행위.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