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학업계에서 가장 ‘핫’한 CEO는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사는 주력인 석유화학사업 호조에 힘입어 올 들어 영업이익을 2배로 끌어올리며 큰폭의 실적개선을 이뤘다. 지난 2분기만 해도 매출 5조732억원, 영업이익 5634억원을 기록했다. 7분기만에 5000억원대를 회복한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 56.7%, 전분기와 비교해서는 55.7%나 증가했다.

실적상승은 LG화학의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부분의 LG그룹 계열사들이 실적 악화로 부진을 면치 못한 상황에서 LG화학은 나홀로 상승세를 탔다. 올 상반기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생활과학 등의 주가는 하락했지만 LG화학은 53.87%나 올랐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의 이면에는 수장인 박 부회장의 시름을 깊게 만드는 불안한 요소도 존재한다. ‘발암물질 배출공장’의 오명을 쓴 LG화학 여수공장과 불공정 하도급 거래로 인한 상생에 역행하는 기업이라는 불명예가 그것이다.

/사진제공= LG화학
/사진제공= LG화학

◆ 여수공장, ‘발암물질 배출 전국 1위’ 오명
특히 LG화학 여수공장은 전국에서 1급 발암 화학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사업장으로 ‘낙인’이 찍힌 상태다. 여수환경운동연합은 최근 "환경부가 지난 7월1일 발표한 '2013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 결과, LG화학 여수 화치공장이 2011년과 2012년에 이어 3년 연속 1급 발암 물질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조사 결과 대상기업 3435곳 가운데 LG화학 여수공장은 1급 발암물질을 연간 5만4403(kg/년)이나 배출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SK종합화학주식회사의 배출량 2만4237(kg/년)보다 2.24배가 많은 수치다.

더 큰 문제는 발암물질 배출규모가 갈수록 증가추세에 있다는 것. 여수공장의 1급 발암물질 배출량은 지난 2010년 4만368(kg/년)이던 것이 2013년에는 5만4403(kg/년)으로 크게 늘었다. 3년 사이 34.8%나 증가한 셈.


여기에 지난 2013년 1급 발암물질인 염화비닐을 5만1325(kg/년)나 배출해 전국 배출량 8만6623(kg/년)의 59.3%를 차지하는 불명예도 안았다. LG화학 사업장은 지난 2013년 기준 화학물질 배출량 가운데 염화비닐이 94%를 차지했다.

염화비닐은 PVC를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원료로, 국제암연구소(IARC)에 의해 ‘발암성 등급1’,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도 ‘발암성 등급A’로 분류된다. 염화비닐에 노출되면 간혈관육종이나 간세포암, 소견과 간경변, 피부경화증 등에 걸릴 수 있다.

여수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LG화학과 협력업체 임직원에 대한 1급 발암물질의 건강역학조사가 시급하다”며 “LG화학은 외부전문기관을 통해 1급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해화학물질의 공정별 배출원과 배출량을 파악해 대체물질로 전환하거나 배출공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LG화학 측은 여수공장의 화학물질 배출량과 관련, “국내에서 단일공장으로는 가장 큰 PVC공장(62만톤 생산)을 운영하고 있어 배출량 절대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며 “법적 기준치 이내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저감 노력 또한 지속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중소기업 특허기술 유용… '상생우수 LG' 맞나

'발암 공장' 논란과 함께 중소업체의 특허기술을 빼돌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점도 화려한 실적과는 어울리지 않는 LG화학의 ‘부끄러운’ 모습 중 하나다.

지난 5월 공정위는 LG화학이 수급사업자의 배터리라벨 제조 관련 기술자료 제공을 강요한후 그 자료를 유용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50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연간 매출액 20조원이 넘는 대기업이 매출액 5000만원 수준의 중소기업 특허기술을 유용하다 적발된 것.

공정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10월까지 협력업체인 A사에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배터리라벨 제조 관련 기술자료를 넘겨줄 것을 23차례에 걸쳐 요구했다. 처음에는 LG화학의 중국 내 공장에 입주하는 조건으로 라벨 제조원가, 원재료 등을 요구하다 협상결렬 이후에는 라벨 제조방법 등 구체적 기술을 요구했다.

‘배터리라벨’은 배터리의 제품명과 규격, 용량, 제조연월일 등의 정보를 표시한 스티커로 A사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디지털 인쇄방식은 생산성이 높고 불량률은 낮은 특허기술이었다.

LG화학의 계속된 요구에 A사는 결국 기술자료를 넘겼고 LG화학은 A사 자료를 활용해 중국 남경법인에 제조시설을 구축했고 2013년 9월 배터리 라벨이 생산되자 3개월 뒤 해당 협력업체와의 구매계약을 중단했다.

LG화학은 또 지난 2012년 8월 다른 수급사업자인 B사의 F-PCB(전자부품들을 전기적으로 연결해주는 연성인쇄회로기판) 6개 모델의 납품단가를 20% 인하하면서 같은해 7월부터 단가를 소급 적용, 하도급대금 1억4100만원을 감액·지급한 행위도 이번에 적발됐다.

LG화학으로선 B사와 납품단가 인하시점을 합의했다는 입장이지만 공정위는 ▲납품단가 협의 시작 시점이 소급적용 시점보다 더 늦었던 점 ▲납품이 완료된 제품에 대해서도 납품단가를 소급적용했다는 점 등을 들어 부당 감액행위로 판단했다.

LG그룹은 여느 대기업집단 중에서 상생우수 계열사를 많이 거느린 곳으로 유명하다. 지난 6월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도 계열사 5곳(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전자, LG CNS)이 ‘최우수 등급’으로 선정됐다.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올초 신년사에서 “우수 중소기업들을 발굴하고 협력해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상생경영을 유독 강조했다.

LG그룹 안팎에서 '상생'과 '동반성장'이 경영의 키워드로 부각되는 셈이다. 화려한 외형적 성장을 이뤄낸 LG화학, 그리고 사령탑인 박 부회장이 지금 다잡아야 할 것도 바로 이 키워드가 아닐까.

 ☞로필

1952년생 / 인천 제물포고 / 서울대 화학공학 학사 / 1977년 럭키 입사 / 1996년 LG화학 여천 스티렌공장장 이사대우 / 1999년 LG화학 특수수지사업부장 상무  / 2003년 현대석유화학 대표이사 부사장 / 2005년 LG석유화학 대표이사 부사장 / 2008년 석유화학사업본부장 사장 / 2012년 LG화학 CEO 겸 석유화학사업본부장(사장) / 2014년 LG화학 CEO 겸 부회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