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수 언론과 경제단체 등은 법인차를 개인용도로 사용하며 세제혜택을 챙기는 일부 자영업자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른바 ‘무늬만 회사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법인으로 등록만 하면 모든 비용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는 현행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일부 법인과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사실상 ‘탈세’를 저질러온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특히 이를 방치하는 정부의 모습은 그간 서민에게 세금을 쥐어짜기 급급했던 것과 대조를 이루며 국민의 공분을 샀다.


정부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했는지 지난 6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을 통해 업무용 승용차에 대한 비용인정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먼저 ‘회사 로고가 있으면 비용을 100% 인정해준다’는 부분은 ‘무늬도 회사차가 아니던 차’에 ‘무늬라도 있으면’ 회사차로 인정해준다는 수준이어서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운행일지를 작성하지 않아도 절반의 비용을 인정해준다는 부분도 문제투성이다. 만일 총운행의 30%만을 업무용으로 사용한다면 차라리 신고하지 않는 편이 이득인 셈이다.

게다가 법인사용 여부를 증명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나서서 비용으로 인정해준다는 것 자체도 말이 되지 않는다. 법인이든 개인이든 사용하는 비용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운행일지 작성은 근로자가 일을 위해 비용을 사용하고 영수증을 제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본적인 일이다.


법인 명의의 차를 사용하고 운행일지를 작성하는 기본적인 증명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비용으로 처리해줄 이유가 없다. 미국,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하듯이 작성을 강제하고 이를 통해 증명된 부분에 대해서만 비용처리를 해야 한다.

[기자수첩] ‘무늬만 회사차’, 말로만 막겠다?
특히 법인자동차 비용인정의 한도를 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정녕 정부가 조세형평성을 바로잡으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경실련 등 경제단체는 경비처리의 상한선에 대해 꾸준히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상한선과 관련해서는 일체의 언급도 없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판매된 2억원 이상 수입차는 87.4%가 업무용으로 판매됐다. 도대체 2억원이 넘는 고가의 승용차가 필요한 업무가 무엇이란 말인가.
세금을 한푼이라도 줄이기 위한 사업자들의 ‘꼼수’는 나날이 진화하는데 당장 봐도 샐 구멍이 많은 정책으로 어떻게 탈세를 막는다는 것일까. ‘법인’에 대한 정부의 더욱 단호한 세금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