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검색창 ‘그린윈도우’가 뿔났다. HP(휴렛팩커드)에서 분사한 HPE(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의 새로운 기업이미지(CI)가 네이버의 녹색창과 유사한 이미지로 표절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법적대응까지 불사할 계획이지만 HPE의 생각은 다르다. 네이버와 사업성격이 달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왼쪽부터) 네이버 검색창 '그린윈도우', HP엔터프라이즈 신규 CI '녹색창'
(왼쪽부터) 네이버 검색창 '그린윈도우', HP엔터프라이즈 신규 CI '녹색창'

네이버 vs HPE, 그린윈도우 표절논란 

지난 11월1일 HP가 B2B서비스를 위해 HPE를 분사했다. HP가 PC와 프린트 등 소비자제품 생산을 담당한다면 분사된 HPE는 소프트웨어,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서비스 등 기업고객의 제품 생산을 맡는다.
회사는 새로운 CI도 공개했다. HP의 기존 CI는 파란 원형 안에 ‘hp’. HPE는 이를 완전히 바꿨다. 직사각형 틀에 녹색을 입혔다. 사측은 직사각형 로고가 개방성과 단순함, 고객과의 파트너십 등의 가치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새로운 로고인 녹색창을 통해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동이 걸렸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검색창 디자인과 유사하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다.(사진참조)


IT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의 그린윈도우(녹색창)와 이미지가 흡사하다”며 표절 논란을 불렀다. 국내외 누리꾼들도 HPE 측의 블로그에 사진과 댓글을 남기며 네이버의 녹색창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렸다. 

(위) 네이버, (아래) HP엔터프라이즈
(위) 네이버, (아래) HP엔터프라이즈

문제가 불거지자 HPE 측도 입장을 내놨다. HPE 관계자는 “HPE의 기업 이미지는 한국이 아닌 글로벌시장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라며 “HPE는 네이버와 사업 성격도 달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 측은 황당무계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6년 탄생한 네이버의 그린윈도우는 9년여간 디자인을 유지하며 네이버를 상징하는 디자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 네이버는 검색을 의미하는 사각의 검색창과 네이버 로고의 그린을 결합해 지금의 디자인을 만들어 냈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의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직관적인 디자인이 호평을 받아 지난 2010년에는 세계 3대 디자인어워드 중 하나인 ‘iF 디자인어워드’에서 상도 거머쥔 바 있다. 

특히 네이버로써는 내년 본격적인 해외사업 확장을 밝힌 가운데 불거진 표절 논란이 난처한 상황. 한국이 아닌 글로벌시장을 대상으로 한다는 HPE의 해명이 오히려 네이버의 화를 키운 셈이다. 앞서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내년 사업계획을 밝히는 ‘네이버 커넥트 2015’에서 글로벌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대항마로 ‘글로벌 강화’를 제시했다.
당시 김 대표는 “15년 전 맨바닥에서 라인으로 일본에 진출했던 초심으로 네이버의 밴드, 웹툰, 브이 등 서비스의 글로벌 도전을 더욱 확대하겠다”면서 라이브 스트리밍 동영상서비스 브이(V)와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서비스 라인(LINE), 온라인 일러스트레이트 플랫폼 그라폴리오, 웹툰서비스 등을 소개했다.

네이버는 이번 표절 논란과 관련해 “일단 상황을 지켜본 뒤 문제의 소지가 발생했을 때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