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병신년이 가고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2016년 전국을 강타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지속되며 연초에도 정치·사회는 혼란스럽다. 하지만 경제계 일각에선 본인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2017년 붉은 닭띠 해를 맞아 <머니S>가 올해 행보가 기대되는 닭띠 CEO 5인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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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사진제공=동양생명,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 /사진제공=LG유플러스 |
◆위기서 빛난 경영능력, 올해도?…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이 중국 안방보험그룹을 새로운 대주주로 맞자 업계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중국 자본에 인수됐다는 점 때문에 금융권 전반이 동요했고 과거 ‘쌍용차 먹튀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그로부터 1년여.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을 새 주인으로 맞은 뒤 실적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6년 3분기 최대실적을 경신했고 매출(수입보험료) 기준 생명보험업계 8위에서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성장이 주춤해진 여타 생보사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한 안방보험의 지원으로 6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국부유출에 대한 우려도 씻어냈다. 유상증자로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은 300%대로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동양생명 주인이 안방보험으로 바뀌면서 저축성보험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중국식 경영전략을 그대로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양로보험과 같은 저축성보험의 경우 일시에 수입보험료를 끌어 모아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고 회사의 몸집을 키울 수 있지만 금리역마진 부담이 있다. 게다가 내년 생보업계의 전망도 밝지 않다.
그동안 구원투수로 회사가 위기에 직면할수록 더 빛을 발했던 구 사장이 2017년도 실적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건전성 우려는 어떻게 가라앉힐지 주목된다.
☞프로필
▲1957년생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 ▲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동양생명 경영지원본부 상무 ▲동양생명 전무 ▲동양선물 대표 ▲동양시스템즈 대표 ▲동양그룹 전략기획본부장 ▲동양생명 사장
◆'1등 DNA'로 체질개선 선도…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취임 1년간의 담금질을 마치고 2017년부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다. 권 부회장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7’(국제전자제품박람회)을 방문, 미래 핵심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2016년엔 업무파악을 이유로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7년에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커넥티드카 기술의 현주소를 직접 확인하고 글로벌기업과의 협력을 모색해 ‘글로벌 LG유플러스’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권 부회장은 그간 글로벌사업에 대한 야망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가 내세운 LG유플러스의 성장동력은 ▲네트워크 운용 기술 ▲중·일·미 통신사업자와의 끈끈한 파트너십 ▲해외 IT벤처기업 투자 ▲IoT(사물인터넷) 등이다.
권 부회장은 “글로벌 비즈니스에 선투자를 시작했고 조직도 대폭 보강했다. LG유플러스는 중국, 일본, 미국의 주요 통신사업자와 탄탄한 파트너십 구축에 나섰으며 이미 사업을 진행하자는 구체적인 요청도 받은 상태”라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올해 글로벌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
1957년생인 권 부회장은 30년 넘게 LG그룹에서만 근무한 ‘LG맨’이다. LG디스플레이의 LCD패널과 LG화학의 차량용 배터리를 글로벌 점유율 1위로 성장시켜 ‘1등 전도사’로도 불린다. ‘1등 DNA’로 LG유플러스 체질개선에 앞장서는 권 부회장이 2017년 어떤 성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프로필
▲1957년생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카이스트 대학원 산업공학 석사 ▲LG전자 재경팀장 상무 ▲LG전자 재경부문장 사장 ▲LG필립스LCD 사장 ▲LG디스플레이 사장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LG유플러스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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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사진=머니투데이DB, 박은상 위메프 대표. /사진제공=위메프 |
◆‘축산 신화’ 계속된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병아리 10마리에서 시작해 자산 10조원, 임직원 1만4000여명 규모의 한국을 대표하는 푸드&애그리비즈니스그룹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올해 창립 31주년을 맞이한 하림은 농장(1차 산업)-공장(2차 산업)-시장(3차 산업)을 통합한 ‘3장 통합경영시스템’과 지속적인 제품 개발 및 사업다각화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한다.
해운사 팬오션을 인수하며 자산규모가 4조7000억원에서 9조9000억원으로 급격히 커진 하림은 2016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 명단에 재계서열 38위 기업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후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9월30일부터 자산기준이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되며 다시 대기업집단 지정에서 빠졌다.
하지만 하림의 대기업집단 재편입은 시간문제다. 2016년 계열사 NS쇼핑을 통해 4525억원을 투자하며 인수한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9만1082.8㎥)의 자산가치를 감안하면 2017년 4월 대기업집단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11세 때 외할머니에게 선물 받은 병아리를 닭으로 키워 비싸게 파는 방식으로 축산 규모를 점차 늘린 김 회장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직접 양계장을 설계해 닭 5000마리, 돼지 700마리를 기르는 축산사업가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1986년 하림식품을 설립한 그는 30여년 만에 농업과 관련된 모든 산업을 영위하는 한편 해운, 전자상거래, 통신판매, 해외 곡물자원개발, 신재생에너지 개발·운영·판매업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해 국내 58개, 해외 37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집단을 일궈냈다.
김 회장의 축산 신화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그는 최근 '비즈니스분야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세계적 권위의 ‘2016 EY 최우수 기업가상’ 최고상(마스터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는 기업가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새로운 도전이 어디까지 통할지 주목된다.
☞프로필
▲1957년생 ▲호원대학교 경영학 학사 ▲전북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하림식품 대표 ▲한국계육협회 회장 ▲팬오션 대표이사 ▲하림그룹 회장
◆체질 개선·블루오션 진출 '두토끼' 잡는다… 박은상 위메프 대표
박은상 위메프 대표가 2017년 소셜커머스의 정체성인 ‘가격’과 ‘속도’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2016년 비핵심사업을 정리하고 수익성 개선에 나선 데 이어 연말 조직개편으로 사업 실행 속도를 높인 것. 박 대표는 체질 개선으로 소셜커머스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포부다.
위메프는 2016년 소셜커머스·유통사업자들과 가격·배송 전쟁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상당한 마케팅비 출혈이 있었던 건 공공연한 사실. 박 대표는 2017년을 기점으로 수익구조를 안정화시키고 ‘신선식품 배송’, ‘비즈몰’ 등 블루오션을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분석·통계경영’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그가 걸어온 길과 무관치 않다. 박 대표는 1981년생으로 대학 졸업 후 글로벌컨설팅기업 맥킨지 서울사무소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이어 그는 소셜커머스업체 ‘슈거플레이스’를 창업, 오픈 4개월 만에 국내 25만개 온라인사이트 중 상위 0.1%에 오르는 성과를 이뤘다. 이런 경험 속에서 국내시장에 대한 감각을 키운 것은 당연지사. 고객을 사이트에 ‘락인’(Lock-in)해야 한다는 경영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박 대표는 락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근 ‘시속 300㎞ 속도의 사업 드라이브’를 주문했다. 치열한 소셜커머스 시장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같은 맥락으로 2016년 말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셀(Cell) 제도를 도입하고 본부·팀·직급을 폐지했다. 체질개선으로 속도를 내기 시작한 위메프가 2017년 얼마나 달릴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프로필
▲1981년생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맥킨지 컨설턴트 ▲슈거플레이스 대표 ▲위메프 영업본부장 ▲위메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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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수 이마트 사장. /사진=뉴시스 DB |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이마트’ 현실로… 이갑수 이마트 사장
이갑수 이마트 사장은 2016년 말 발표된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는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은 결과다.
이 사장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이마트를 만든다’는 꿈을 구현시키는 실행가로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자체 프리미엄 식품브랜드 ‘피코크’, 가성비를 극대화한 자체 저가브랜드 ‘노브랜드’, 체험 테마형 가전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의 도입과 안착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이 사장은 2017년 피코크·노브랜드·일렉트로마트의 제품경쟁력을 높이고 적극적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글로벌브랜드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최근 인수한 제주소주로 주류업 진출도 예상된다.
특히 해외진출은 이미 국내에서 1위 자리를 굳힌 이마트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강화하는 분야다. 2016년 말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무역의 날’ 행사에서 유통기업 최초로 '2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이마트는 2017년 전년 대비 두배가량 많은 530억원 수출을 목표로 잡았다.
이 사장은 “수출전문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사가 보유 중인 국내 최고 수준의 매입능력을 적극 활용해 우수한 한국상품 확보에 모든 역량을 동원할 계획”이라며 “서구권은 프리미엄급 제품군인 피코크를 확대하고 동아시아권은 노브랜드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프로필
▲1957년생 ▲경희대학교 섬유공학과 학사 ▲이마트 마케팅담당 상무 ▲이마트 가전레포츠 담당 상무 ▲이마트 판매본부장 ▲이마트 고객서비스본부장 ▲이마트 공동대표 ▲이마트 사장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