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명실상부 세계 3대, 아시아 제일의 금융허브로 우뚝섰다. 이러한 아시아 금융허브를 공략하기 위한 국내 은행들의 움직임도 바쁘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데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여서다.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홍콩의 무역금융도시의 오늘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이곳에서 국내 금융산업과 국가경제의 발전을 도모하는 KDB산업은행, 국내외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IBK기업은행·KEB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의 주재원을 만나 그들의 중장기 전략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아시아시장 진출을 꾀하는 국내 기업이 필수로 거쳐야 하는 도시가 홍콩이다. 대출, 투자전략, 각종 글로벌 진출 노하우까지 모든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금융회사가 홍콩에 몰려있어서다. 글로벌은행을 목표로 둔 국내 금융회사도 홍콩 현지지점 설립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긴 지 오래다. 해외로 뻗어나가는 우리 기업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국내은행의 홍콩진출 현황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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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IBK기업은행 홍콩지점장. /사진=서대웅 기자 |
◆IBK기업은행, 현지화로 정부기관 유치
국내은행 중 홍콩에서 가장 활발하게 영업하는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현지기업은 물론 홍콩정부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홍콩파산관리국(ORO)과 증권선물위원회(SFC) 등 정부기관과 홍콩지하철공사(MTR), 캐세이퍼시픽항공, 항공정비회사 해코(HAECO) 등의 홍콩 대기업이 기업은행 홍콩지점에 자금을 예치한다.
그 결과 기업은행 홍콩지점의 현지예수금은 지난 상반기 말 기준 4억6200만달러(5234억원)를 기록했다. 현지예수금 비율은 2015년 말 54%에서 올 6월 말 80.4%로 뛰어올랐다.
박남규 기업은행 홍콩지점장은 “다른 글로벌 금융회사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직원들이 수년간 대외네트워크를 쌓아온 결과”라며 “RM(Relationship Manager·특정고객담당자)을 통해 홍콩 정부기관·공기업 등으로 거래를 다변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영업이익부문 성과도 꾸준하다. 기업은행 홍콩지점은 지난해 말 2140만달러(24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둠으로써 2010년 이후 7년 연속 영업이익 2000만달러 초과달성을 기록했다.
지난 상반기 실적은 1160만달러(131억원)를 넘어섰다. 이는 올해 영업이익 목표(1840만달러)의 절반 이상을 달성한 수치다. 앞으로 기업은행 홍콩지점은 현지수익을 기반으로 IB업무를 강화해 상업금융을 대체할 수익원을 발굴한다는 복안이다. 기업은행 홍콩지점의 지난해 유가증권수익은 160만달러로 전년대비 60%(60만달러)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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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 KEB하나은행 홍콩지점장. /사진=서대웅 기자 |
◆KEB하나은행, 영업력 기반 노하우 강점
KEB하나은행 홍콩지점은 홍콩에 진출한 국내은행 중 유일하게 객장을 보유했다. 인지도 부족으로 기업금융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국내은행의 해외점포가 개인고객을 대상으로도 영업을 펼친다는 얘기다. 특히 PB(프라이빗뱅킹)를 운영해 홍콩 주재원은 물론 현지자산가 사이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국내은행 중 해외점포에 PB를 파견한 건 KEB하나은행 홍콩지점이 유일하다.
이 지점은 오랜 경력이 강점이다. 옛 외환은행이 출범한 1967년 홍콩지점도 함께 설립돼 올해로 개장 50주년을 맞았다. 과거 외환 거래가 외환은행의 전신인 한국은행 외환사업부에서만 가능했던 만큼 해외금융업무의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탄탄하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 외 지역의 달러송금업무에 강점을 보인다. 이를 기반으로 KEB하나은행 홍콩지점은 홍콩에 진출한 국내은행 가운데 리테일 금융업무를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6450만달러(731억원)로 여타 은행을 압도한다.
권순철 KEB하나은행 홍콩지점장은 “홍콩과 중국시장에서 비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딜을 발굴해 수익원을 현지화·다양화할 계획”이라며 “나아가 홍콩 교민과 기업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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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식 신한은행 홍콩지점장. /사진=서대웅 기자 |
◆신한은행, IB 기반 내실 있는 성장
신한은행 홍콩지점은 서카오룽 지역의 국제상업센터(ICC)에 위치했다. ICC는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2010년 설립 시 신한은행 홍콩지점도 이곳으로 이전했다. 1989년 사무소를 연 이후 2006년에서야 은행업에 뛰어든 신한은행 홍콩지점은 홍콩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 중 후발주자임에도 이곳 금융시장에 빠르게 적응했다.
특히 중국 내 현지기업을 상대로 기업여신성 자산을 확대하는 등 자산항목별로 고르게 성장하며 내실을 강화했다. 지난 7월 말 총자산은 23억7400만달러(2조6897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35.6%(7억8600만달러) 증가했다. 자산항목별 증가액은 ▲기업대출·지급보증 9600만달러(1088억원) ▲유가증권 5000만달러(566억원) ▲수출입금융 1억6400만달러(1858억원) ▲은행간 대여금 4억5700만달러(5177억원) 등이다.
신한은행 홍콩지점은 2020년까지 당기순이익 2500만달러(283억원)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현지 RM의 네트워크를 활용, 비한국계 여신을 늘리고 현지 재무투자자(FI)를 통해 글로벌 금융기관과 거래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유가증권과 파생상품 등의 영업을 활성화해 수익원을 다원화하기로 했다.
신유식 신한은행 홍콩지점장은 “전체 고객 중 기업고객이 20%가량에 그치는데 이 비중을 2020년까지 4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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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우리은행 홍콩지점장. /사진=서대웅 기자 |
◆우리은행, 국내·현지기업 ‘투트랙’ 전략
우리은행 홍콩지점은 다양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게 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지역으로 진출하는 국내 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비한국계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한다.
우리은행 홍콩지점은 현지 RM과 국내 본점 RM간 협업을 강화해 해외로 진출하는 국내 대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했다. 포스코, 삼성, 한화, CJ 등이 우리은행 홍콩지점으로부터 금융서비스를 받는다. 또 홍콩지점의 전체 직원 23명 가운데 현지인력이 19명인데 이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외국계 금융기관과 협업체제를 강화했으며 비한국계 현지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명수 우리은행 홍콩지점장은 “2019년까지 우량대출자산을 10억달러 이상 확대하는 등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해 연간 영업수익 2500만달러(283억원)를 달성할 계획”이라며 “현지금융기관과 제휴해 수신상품을 다원화하고 우수 현지인력을 양성해 지점을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507호·제50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