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제조기업 연구소장 강 전무. 그는 글로벌 자동차제조사 출신의 해당 기술분야 최고 전문가이자 공학박사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젊은 나이에 중견기업의 임원으로 스카우트된 그는 매사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리더십 코칭을 의뢰받아 그의 리더십 진단과 구성원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지나친 자신감이 오히려 부작용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그는 회의 때마다 구성원들의 아이디어에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단했다.
그 결과 주눅이 든 구성원들은 입을 닫고 그의 눈치만 살피게 됐다. 회의가 끝난 뒤 강 전무는 한숨을 쉬며 “왜 이렇게 뻔한 의견밖에 나오지 않지”라고 말한다. 그는 바로 자신이 아이디어 도출을 가로막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작가 마크 트웨인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그 아이디어로 성공하기까지는 괴짜로 보이기 마련”이라고 했다. 헨리 포드, 스티브 잡스 등 대부분의 혁신가들도 초기에는 괴짜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혁신적인 조직이 되려면 괴짜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문화가 있어야 한다. 보스가 “그게 말이 돼?”라고 말하는 순간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증발하고 만다.
더 심각한 건 보스의 주관적인 판단이 조직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가 아닌 보스의 주관적인 의견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선 빅3’의 해양플랜트를 헐값에 수주한 의사결정은 대표적인 사례다.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내려진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엄청난 손실을 불러왔다.
그럼에도 많은 리더는 의사결정을 본인의 권한으로 여기며 심지어 틀린 의사결정도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와 달리 산업분야에서 어떤 기술이 유망할지,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원할지, 어떤 경쟁자가 나타날지 모른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리더가 자신의 의견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껏 주로 답을 주는 역할을 해왔던 리더는 앞으로 질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팀에서 누군가가 “우리는 A프로젝트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리더는 “우리가 A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뭔가요”라고 질문해야 한다.
리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려면 ‘의사결정자’보다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질문가’가 돼야 한다. 이런 질문을 통해 ‘자신의 직관’을 뛰어넘는 ‘시장의 통찰’을 얻게 될 것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36호(2018년 4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청계광장] ‘보스의 의견’은 위험하다
조장현 HSG 휴먼솔루션그룹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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