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연 기자

여야가 728조원 규모의 2026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의견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확장재정을 통해 침체된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며 추가적인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왕시과천시)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비상계엄, 대통령 탄핵 등으로 대한민국 경제는 저성장 늪에 빠졌다"며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선 더 큰 에너지가 들어가는 만큼 예산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심화된 경기 침체를 극복하려면 대규모 예산안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폐업자 100만명, 세수 결손 100조원에 따른 재정절벽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며 "비상계엄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 심리 지수도 급격히 하락했다"고 짚었다. 또한 "R&D 예산 삭감을 결정하면서 과학기술 현장의 연구자들이 고용 불안으로 현장을 떠났고, 최신형·고성능 대형 장비들은 운영비 부족으로 멈췄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가 성장 둔화, 세수 절벽, 폐업 급증, 국가 경쟁력 훼손 등 사면초가에 빠져있기 때문에 이를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는 게 이번 예산안 심사의 가장 큰 화두"라고 했다.

정부 예산안에 대해선 전년보다 총지출이 대폭 증가한 게 눈에 띈다고 짚었다. 그는 "예산안을 54조7000억원 늘릴 것에 더해 역대 최대 수준인 27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고려하면 81조원 넘는 추가지출 편성이 이뤄진 것"이라면서 "경제 복원을 위한 정부의 예산 증액 판단에 공감한다"고 했다.


지방재정 관련 재정 혁신이 시도된 점도 주목했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통해 지방정부가 자율 편성하는 포괄 보조금 규모를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확대했다. 이 의원은 "지방 정부의 자율성을 높임으로써 국민에게 체감되는 재정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AI 분야에 10조원 집중 투자가 이뤄진 데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의원은 "이제 AI 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나라가 가난해지는 시대가 됐다"며 "전 세계가 엄청난 속도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AI 투자만큼은 주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낭비 없는 예산 편성을 위해 꼼꼼하게 심사하겠다"며 "지역 균형 발전, 취약계층 및 청년층, 미래 육성 산업 등 증액이 필요한 부분을 발굴하고, 야당과도 잘 협치해 법정기한을 준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2026년도 예산안 토론회'에 참석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 /사진=정연 기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형수 의원(국민의힘, 의성·청송·영덕·울진)은 12·3 비상계엄 등으로 한국경제가 침체기에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계엄이 잘못된 것은 맞지만 이를 두고 한 정부의 정책이 모두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여러 대외적 요인이 악화한 영향"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선 재무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올해만 12조9000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했다"며 "프랑스를 비롯해 재정 건전성을 외면한 국가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는 지출 구조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역대 최대 지출 구조조정을 외치지만, 비율 면에선 차이가 없다고도 짚었다. 박 의원은 "총지출 대비 구조조정 비율은 3.7%로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지출 구조조정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적자 국채에 대한 정부 인식이 문제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에서)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부채 비율이 5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염려했다.

지역 화폐 정책은 개선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민생 경제를 본질적으로 회복시키는 게 아닌 일시적인 경기 부양 효과에 그칠 거라는 거다. 정부에서 조성 중인 대규모 펀드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펀드 운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하다"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담당하는 모태펀드에 대해서는 "민간 투자 매칭 비율이 계속 60%대에 머물고 있다"며 "민간 투자가 정부의 모태 펀드로 활발히 이뤄지는 게 맞는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총지출 절감과 신규사업의 구조조정 예산 검토, 중복사업·비효율사업의 과감한 삭감, 세금 부담 완화와 민간 투자 회복, 재정의 지속가능성 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검토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9월 3일 총수입 674조 2000억 원, 총지출 728조 원 규모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예결위는 오는 6일부터 본격적인 2026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이 대통령은 4일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