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 김경은 기자, 심혁주 기자, 류은혁 기자, 김현준 기자] 대한민국은 ‘자동차 천국’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인구 2.3명당 차량 1대씩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차량을 주차할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주택가에서는 매일 저녁마다 차주들이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주요 도심지에서는 비싼 주차비용 때문에 마음 편히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이 같은 어려움을 피해 골목길이나 갓길 등에 불법 주차한 차도 부지기수다. 머니S는 ‘주차 대란’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책을 모색해봤다.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주차전쟁중] ③ 꾸준히 증가하는 주정차 위반, 이유는?

서울 종로구의 한 도로 양쪽에 차량이 불법 주차돼있다./사진=심혁주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도로 양쪽에 차량이 불법 주차돼있다./사진=심혁주 기자

1년 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12명이 사망했다. 사고 당시 소방차가 주차된 차량들에 막혀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제천 주민 A씨는 "도로라기보다는 사실상 주차장이었다. 소방차 진입로만 확보됐더라도…"라며 안타까워했다. 주정차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지난해 주목받았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 피해는 꾸준히 발생했다. 지난해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으로 제출받은 ‘시도별 연소 확대 화재 현황 및 피해 현황’에 따르면 불법 주·정차 차량은 매해 100건 넘게 화재 사고를 키웠다. 구체적으로 ▲2014년 118건 ▲2015년 113건 ▲2016년 119건 ▲2017년 7월까지 103건 발생했다.
사건 이후 소방기본법과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주·정차 금지 규정이 강화됐다.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하거나 진입을 가로 막으면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소방청 관계자는 “주정차 문제의 경우 최근 많이 나아졌다”고 밝혔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서울중부소방서에서 12년째 근무하고 있는 소방관 B씨는 "가끔 바쁘신 시민들이 소방서 차고 앞에 주정차를 하고 볼 일을 보러간다. 그 사이에 화재·구급긴급출동이 들어오면 그 차로 인해 못나가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에도 차고 앞에 주차된 차 때문에 출동에 차질이 생겨 신고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과태료 인상에 대해서는 "대부분 시민들이 소방차에 길을 비켜주신다. 하지만 좁은 골목길 같은 경우는 차들이 주차돼 있으면 저희도 어쩔 수가 없다"며 "물론 법이 개정되면서 과태료가 100만원으로 인상됐지만 저희는 (과태료 보다는) 사고가 발생했을때 '골든타임'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법이 개정된지 4개월 밖에 안 지났기 때문에 (효과는)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단속요원들이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고 있다./사진=뉴스1
단속요원들이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고 있다./사진=뉴스1

◆주정차 위반 '꾸준히' 증가…과태료는 '23년째' 4만원
1259만4681건. 지난 5년간 서울시에서 발생한 주·정차 위반 건수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주정차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건수도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과태료 4만원은 23년째 그대로다.

주정차위반 과태료는 승용차 기준으로 기본 4만원이다. 여기에 자진납부 시 20%를 감해준다. 우리나라의 불법 주정차 과태료는 해외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일본은 불법 주정차 과태료가 2만5000엔, 한화로 약 25만원 수준이다. 호주는 약 38만원으로 우리나라의 10배에 달한다.

과태료가 가볍다보니 주차비가 비싼 도심지역에서는 주차비 대신 과태료가 낫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중구에 위치한 A주차장은 기본요금 3000원에 20분당 3000원이 부과된다. 5시간만 세워도 주차비가 과태료를 넘는다.


지난 5년간 서울시에서 발생한 주정차 위반 중 강남구, 서초구, 중구, 종로구 등 5개구에서 36.6%가 발생했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단속건수가 가장 적은 성북구보다 9.1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현 과태료 수준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불법행위로 적발되더라도 경제적 부담이 적어 단속에 적발되지 않으면 된다는 인식과 단속되더라도 과태료만 납부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며 과태료 인상을 촉구했다.

용산구에 설치된 부정주차 금지판./사진=심혁주 기자
용산구에 설치된 부정주차 금지판./사진=심혁주 기자

◆도로 '선 색깔' 따라 주·정차 기준 다르다 
도로선 색에 따라 주·정차 기준이 달라진다.

황색 실선은 원칙적으로 주정차가 불가능하다. 다만 요일&시간에 따라 허용되는 곳이 있는데 그럴 경우 인근 표지판에 명시돼있다. 황색 점선은 주차는 불가능하지만 5분 이내 정차는 가능하다.

서울시 남부 주정차 단속반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차도에는 황색 실선, 점선이 있다. 우리가 주로 단속하는 부분이다”며 “실선은 (허용 표지판을 제외하면) 주차도 정차도 안 되는 곳이고 점선은 정차는 가능하되 주차는 불가한 곳이다”고 말했다. 이어 “정차라도 운전자가 운전석을 벗어나면 주차로 간주해 단속한다”고 덧붙였다.

또 흰색 실선의 경우 주정차가 가능하지만 주차위반 구역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일대 원룸촌 주변 골목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수원 일대 원룸촌 곳곳 이면도로에 무분별한 주정차로 인해 통행 불편으로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스1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일대 원룸촌 주변 골목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수원 일대 원룸촌 곳곳 이면도로에 무분별한 주정차로 인해 통행 불편으로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사진=뉴스1

도로교통법 제32·33조에는 정차 및 주자금지 장소를 명시하고 있다. ▲교차로·횡단보도·건널목이나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의 보도 ▲교차로의 가장자리 또는 도로의 모퉁이로부터 5미터 이내인 곳 ▲소방용수시설 또는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된 곳 5미터 이내 ▲터널 및 다리 위 등이다.
지난해 발생한 불법주정차 연계형 사고는 5만1498만건이다. 최근 5년간 연평균 22.8%씩 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교통지원과 관계자는 “도로에 주차하는 자체가 불법이다. 사고의 위험이 있으므로 단속하지 않아도 주·정차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