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태형, 김재현, 최성근 이코노미스트./사진=장동규 머니S 기자
(왼쪽부터) 김태형, 김재현, 최성근 이코노미스트./사진=장동규 머니S 기자
글로벌 경제여건이 다소 호전되는 분위기다. 다만 1단계 불완전 합의 속에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여전한 가운데 영국 브렉시트 등 주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2020년 경자년 새해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산업별, 기업별 온도차는 있지만 전체적으론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머니S>는 2019년 한해를 돌아보고 2020년을 준비하는 경제위기 진단과 전략 기획을 마련, 각 경제주체가 가진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위기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봤다. <편집자주>
[2020 경제위기 진단과 대비 전략 : 인터뷰-⑤·끝] 미·중 무역합의로 제조업 ‘기지개’

대한민국 경제는 2019년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대내외 불확실성 등으로 힘든 한해를 보냈다. 국내경제의 동아줄인 수출은 2018년 12월 이후 올 11월까지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개월 연속 0%대 수준에 머무르는 등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과 민간 연구소 등은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2.3%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각 2.3%, 2.2%로 내다봤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로 예상했다.


한국경제연구원(1.9%), 하나금융경영연구소(1.9%), LG경제연구원(1.8%) 등 민간 연구기관들은 내년 성장률이 아예 1%대에 머물며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한민국 경제는 진짜 위기인가. 위기라면 원인은 무엇인가. 머니투데이 미래연구소 이코노미스트들을 통해 진단해 봤다.

◆ 한국경제, 올해가 바닥… 체감경기 상승세

“경제 위기론보다는 국내 경제가 올해 바닥을 치고 내년엔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경기바닥론’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재 경제상황을 ‘전례없는 위기’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최근 소비증가율을 보면 기업과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좋아지고 있다.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이 같은 주장은 통계청의 소매판매지수 동향이 뒷받침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0월 소매판매지수 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 2.1%를 기록했으며 8월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분기별로도 ▲1분기 1.7% ▲2분기 2.0% ▲3분기 2.3% 등으로 지난해보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점차 커졌다.

특히 경기에 민감한 승용차나 가구, 가전제품 등 내구재 소비증가율은 1분기 -1.2%에 이어 2분기 -0.7%로 부진했으나 3분기 들어 1.9%를 기록하며 플러스로 전환됐다. 비내구재 소비도 ▲1분기 2.2% ▲2분기 2.8% ▲3분기 3.5% 등으로 높아졌다.

주목할 점은 온라인쇼핑 경기가 초호황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총 111조8939억원으로 2017년(91조3000억원)보다 22.6%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10월까지 온라인쇼핑 누적 거래액(109조2000억원)은 1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한달 빠른 기록이다.
소비자 체감 경기가 풀리며 내년 전망도 희망적이란 의견이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등으로 기업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국이 중간재·자본재를 중국으로 수출하면 중국은 완제품을 생산,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 수출하는 국제분업구조가 형성돼있던 만큼 무역갈등으로 직격타를 입었지만 이번 합의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한국경제에도 긍정적 신호를 줄 것이란 예상을 내놨다.

◆ 불확실성 감소… 고용 한파설도 잠잠해질 듯

“미·중이 2단계 협상에서 논의해야 할 지적재산권(IP) 침해, 기술이전, 사이버 안보 등 난제가 남아 있지만 트럼프 정부도 대선을 앞둔 만큼 불확실성을 줄이고 원만하게 합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국은 반도체 수출 회복 등으로 기업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며 기류 변화도 예상된다. 12월에 중국 제조업 PMI(구매자관리지수)가 상승하는 등 경기 호전이 지속되면 한국 제조업 체감경기도 동반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김재현 이코노미스트)

시장조사기관인 IHS 마킷에 따르면 11월 한국 제조업 PMI는 7개월 만의 최고치인 49.4로 집계됐다. 10월대비 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국내 제조업 PMI는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연속 50선을 밑돌고 있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보인다는 평가다. 생산 감소가 이어지고 있지만 감소 속도는 둔화되고 있고 자동차와 전자업체의 신규제품 출시로 해당 산업 생산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대해 전면적인 투자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관련 경제에 활기가 띨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해 기술 자립화를 목적으로 소부장 강화대책을 발표했고 관련기업들도 성과를 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중소형 자동차 부품기업 77개의 3,4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5.3% 늘어난 3442억원을 기록했다.

최성근 이코노미스트는 “한·일 경제전쟁 등 신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제조업 글로벌가치사슬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부장의 만성적 해외 의존구조 탈피를 위해 기술 자립화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이 부진을 딛고 활성화되는 만큼 일자리시장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이다. 한국은 단 한번도 OECD 국가 평균보다 청년실업률이 높았던 적이 없었던 만큼 이번 고용 한파설도 잠잠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최근 IMF 등 글로벌 경제기관에서 발표되는 다수의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최소한 올해보다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지표상으로도 대부분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플러스 증가율로 전환되면서 지표상으론 수치가 개선될 가능성도 높다”(김태형 이코노미스트)

고용통계도 이 같은 예측을 뒷받침한다. 올 들어 11월까지 취업자수는 전년동기대비 28만명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9만7000명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취업자수는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11월 기준 30대 고용률은 78.6%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상승했다.

고용시장의회복 흐름은 OECD 회원국 간 비교에서도 나타난다. 올 3분기 실업률 자료가 있는 OECD 회원국 32개국을 기준으로 한국(3.5%)은 체코(2.1%) 일본(2.3%) 독일(3.1%) 폴란드(3.2%) 헝가리(3.4%) 등에 이어 6번째로 낮았다.

대내외적 경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기업과 일자리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정책이나 최근의 고용 호조세가 기본적인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4호(2019년 12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