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괄도네넴띤'은 지난해 2월 온라인에서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을 기록했고 곧바로 이어진 2차 판매에서도 조기 완판됐다. 한정판 500만개가 완판되면서 결국 이 제품은 정식 출시로 이어졌다. /사진=팔도 제공
팔도 '괄도네넴띤'은 지난해 2월 온라인에서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을 기록했고 곧바로 이어진 2차 판매에서도 조기 완판됐다. 한정판 500만개가 완판되면서 결국 이 제품은 정식 출시로 이어졌다. /사진=팔도 제공

“팔도비빔면이 인터넷에선 ‘괄도네넴띤’으로 불린다.”

2018년 8월 팔도의 사내 회의시간에서 나온 말이다. 이 한마디로 인해 팔도비빔면의 이미지는 확 바뀌었다. 35년 역사의 장수 브랜드에서 젊은층이 열광하는 인기 브랜드로 탈바꿈했다. 10~20대 젊은 세대가 사용하는 ‘신조어’에 주목한 결과다.

줄임말부터 초성체, 급식체, 야민정음까지 유통업계가 신조어를 활용한 마케팅에 한창이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가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신조어 마케팅을 보는 소비자 반응은 엇갈린다.
◆너도나도 신조어 마케팅… 왜?

산업계는 전체 인구의 30%가량을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향후 20년간 소비의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기업들도 이에 맞춰 밀레니얼 세대와 이후 소비층인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이들의 언어에서 답을 찾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는 팔도가 지난해 팔도 비빔면 출시 35주년을 맞아 출시한 괄도네넴띤이 꼽힌다. 이 제품은 ‘팔도비빔면’ 포장지 글씨체가 ‘괄도네넴띤’으로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글 자음과 모음을 모양이 비슷한 다른 음절로 바꿔 쓴 것.

이러한 독법을 젊은층 사이에선 야민정음이라고 부른다. 기존 신조어가 줄임말에 가까웠다면 야민정음은 글자 모양을 변형한다. ‘대=머’, ‘파=과’ 등 자모를 바꾸는 것부터 글자의 회전, 압축, 한자 및 로마자의 사용을 의미한다. 예컨대 ‘멍멍이’는 ‘댕댕이’가 되고 ‘폭풍눈물’은 글자를 뒤집은 ‘룸곡옾눞’이 된다.

‘괄도네넴띤’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지난해 2월 온라인에서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을 기록했고 곧바로 이어진 2차 판매에서도 조기 완판됐다. 한정판 500만개가 완판되면서 결국 이 제품은 정식 출시로 이어졌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는 구매 인증사진이 줄을 이었고 제품명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앞서 편의점 CU는 급식체를 활용한 제품으로 인기몰이를 한 바 있다. 급식체는 급식을 먹는, 즉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체라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딱히 의미는 없지만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연달아 쓰거나 초성만 사용하는 등 형태가 다양하다.

CU는 2017년 말 급식체를 활용해 쇼콜라 생크림 케이크에 ‘ㅇㄱㄹㅇㅂㅂㅂㄱ’(이거레알반박불가), 쿠키&생크림 케이크에 ‘ㅇㅈ?ㅇㅇㅈ’(인정? 어 인정), 밀크캐러멜 생크림 케이크에 ‘ㄷㅇ?ㅇㅂㄱ’(동의? 어 보감) 등의 이름을 붙였다.

이 중 쇼콜라 생크림 케이크의 경우 출시 3개월 만에 100만개 판매를 기록했다. 해당 제품을 납품한 식품업체 피오레의 매출은 2017년 36억원에서 2017년 114억원으로 1년간 3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사례는 기업이 소비자와 양방향 소통에 성공한 결과다.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언어이자 일종의 놀이문화인 신조어를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소비자들이 가볍고 재미있게 제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제품 인지도를 강화하고 매출 증대를 이끄는 데 효과적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제품 출시만으로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에는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신제품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신조어와 같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마케팅이 훨씬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SSG닷컴은 '쓱' 광고 노출 기간 동안 전체 매출이 전년대비 20% 이상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사진은 '쓱 광고 이미지. /사진=SSG닷컴
SSG닷컴은 '쓱' 광고 노출 기간 동안 전체 매출이 전년대비 20% 이상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사진은 '쓱 광고 이미지. /사진=SSG닷컴

◆신조어 마케팅, ‘명과 암’

다만 최근에는 신조어 마케팅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기업들이 신조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한글파괴를 일으키고 세대 간 소통을 단절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나아가 마케팅 자체가 식상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괄도네넴띤의 성공 이후 유사한 신조어 마케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위메프는 야민정음을 활용해 ‘위메프’ 대신 ‘익메뜨’라는 이름을 내건 행사를 선보였다. 행사 품목 역시 ‘귀띠머신’(커피머신), ‘스띠귀’(스피커), ‘치귄’(치킨), ‘공7l청정7ㅣ’(공기청정기) 등으로 바꿔 판매했다. 당시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일었다.

롯데면세점은 영어 LOTTE DUTY FREE(롯데듀티프리)의 약자인 LDF에서 D를 밑으로 내리면 한글 ‘냠’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착안해 ‘냠’ 캠페인을 선보였다. 이와 유사하게 LF는 브랜드 영문 이름이 한글 ‘냐’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냐’ 광고를 제작했다.

이처럼 업체들이 무분별하고 무리하게 신조어 마케팅을 남발하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신조어를 남용하거나 억지스럽게 표현을 끼워 맞출 경우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끼칠 수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의 마케팅은 유행에 따라 변화한다”면서도 “너무 지나칠 경우 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젊은 세대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이들이 신조어에서 찾는 본질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젊은층이 줄임말이나 초성체를 사용하는 이유는 효율성을 추구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반영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세계 온라인몰 SSG닷컴의 ‘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쓱은 SSG의 영문 초성(ㅅㅅㄱ)을 소리 나는 대로 읽은 것으로 “코트 하나 ‘쓱’ 해야겠다” 등의 유행어가 탄생했다. SSG는 광고 노출 기간 동안 전체 매출이 전년대비 20% 이상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기존에 있던 신조어 대신 소비자가 원하는 본질을 파악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강서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신조어 마케팅은 재미와 재치를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수준에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이들이 추구하는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0호(2019년 2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