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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월드타워.(네이버 거리뷰 캡쳐)© 뉴스1 |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매입해 논란이 된 사모펀드 운용사가 결국 사업을 철회하고 아파트를 되팔기로 하면서 매각 방식과 가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운용사는 투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익을 남기지 않고 되팔겠다는 입장이다. 시세 대비 수억원 저렴하게 시장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돼 현금 부자들의 '줍줍'(싸게 거둬들이는 것) 경쟁이 예고된다.
◇이익없이 팔더라도 취득세 등 10% 추가
24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동산 펀드를 통해 매입한 삼성월드타워 리모델링 사업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조속히 펀드를 청산하고 투자금 및 대출금은 수익자와 대주에게 돌려주는 한편, 해당 아파트는 이익 없이 시장에 내놓아 정상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지스운용은 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46가구 규모의 삼성월드타워 아파트 1동 전체를 420억원에 매입한 바 있다. 입주 20년이 넘은 단지로, 이지스는 리모델링 뒤 분양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길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법인과 다주택자에 대한 아파트 투기를 경고한 상황에서, 이지스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위반해 아파트를 사들였다는 지적이 나오자 결국 사업 철회를 결정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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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관심은 해당 아파트의 매각 방식과 가격에 쏠리고 있다. 삼성월드타워는 지하철 7호선·분당선인 강남구청역과 도보 2분 거리(약 200m)에 위치한 초역세권 단지로 강남권에서도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수요자의 관심이 크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법인 투기 근절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이지스가 삼성월드타워를 법인이 아닌 개인에 한 가구씩 분리해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매매계약은 사적 계약으로서 그 과정 중 위법의 소지가 있다 하더라도 양 당사자의 매매 의사가 확실하다면 계약은 성립한다"며 "따라서 기존에 자산운용사가 매수한 계약도, 앞으로 매도할 계약도 둘 다 유효할 것으로 보이며, 그런 측면에서 분리매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월드타워 매각 의사를 밝힌 이지스 측에서 '이익을 남기지 않고' 팔겠다고 한 만큼, 아파트는 시세보다 수억원가량 저렴하게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스 측은 삼성월드타워 46가구(전용면적 59㎡ 주택형 20가구·전용 84㎡ 26가구)를 총 420억원에 매입했다. 3.3㎡(평)당 4118만원(㎡당 1248만원)에 사들인 셈이다. 가구별로 환산하면 전용 59㎡는 평균 7억3000만원, 전용 84㎡는 10억480만원 정도다. 여기에 펀드 설정 당시 들어간 사업비가 매각가에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통상 운용사가 펀드를 설정할 때 취득세 및 사업비 등 매입가의 10%의 비용을 추가해서 설정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설정 비용을 회수해야 할 것"이라며 "매입가격에서 10% 정도가 매각가에 추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2년 실거주…갭투자 불가지만 정부 신경써야
이지스의 삼성월드타워 매입가격에 10%를 추가한 예상 매각가는 전용 59㎡는 평균 7억7520만원, 전용 84㎡는 11억368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삼성월드타워 인근에 있는 입주 21년 차 현대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14억5000만원에 실거래된 뒤 15억원까지 올랐다. 전용 84㎡는 지난해 17억6000만원에 팔린 뒤 20억원까지 호가가 올랐다. 현대아파트의 단지 규모(198가구)가 더 커서 삼성월드타워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삼성월드타워가 예상 매각가에 시장에 나올 경우 전용 59㎡는 최대 7억원, 전용 84㎡는 최대 9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서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시가 9억원까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9억원 초과 15억원 미만은 20%를 적용하기 때문에 전용 59㎡는 현금 4억7000만원 이상, 전용 84㎡는 현금 7억원 이상을 가져야 살 수 있어 현금 부자들의 매입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참고로 삼성동은 토지거래허가지역이라 아파트 매입 시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사실상 전세를 낀 갭투자는 불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매각 물량이 많고, 시세 차익에 따른 매입 경쟁 및 시장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구체적인 매각 방식이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며 "민간 매물이지만 시장 영향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손 놓고 있기에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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